닥공축구·시민축구·드론축구 '날개 없는 추락’…어쩌다 이 지경까지

토요 시론

2024-09-14     박주현 기자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데다 각종 경제 지표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초라하기만 한 전북지역이 축구 분야 만큼은 다르다. 도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고 선수들의 열정도 넘쳐 특유의 ‘닥공축구’를 구사한 전북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프로축구단의 최강에 자리했다. 

1995년 창단 후 초창기에는 줄곧 중하위권을 전전하다가 2005년 제4대 사령탑으로 최강희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 전북 프로축구팀인 '전북 현대'는 특유의 공격 일변도 전술을 펼치는 ‘닥공축구’로 대한민국 공격 축구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전북 축구의 상징인 ‘닥공축구’를 국제축구연맹에서는 'Shut Up and Attack(닥치고 공격)'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2005년 닥공축구를 본격적으로 펼친 전북 프로축구팀은 FA컵을 우승하고 2006년 AFC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면서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속적으로 공격 축구를 지향하며 다크호스로 불리던 전북 프로축구팀은 2009년 마침내 구단 통산 K리그 첫 번째 우승을 이루며 많은 국내외 축구인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1] ‘닥공축구’ 전북 상징...2020년부터 기력 상실, 올들어 최하위 ‘강등’ 위기

'전북 현대'는 2011년 K리그 두 번째 우승과 AFC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는 기세를 올려 2011년에 K리그 두 번째 우승과 AFC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거두며 상승 분위기를 이어갔다.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인 전북 프로축구팀은 '닥공(Dakgong)'을 영어로 그대로 옮겨서 아시아 전역에 소개되며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닥공은 전북 프로축구팀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를 상징하는 것 외에 전북의 상징이자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이후 닥공의 성공에 자극 받은 K리그 각 구단들은 이를 벤치마킹하여 서울의 '무공해 축구', 울산의 '철퇴 축구', 포항의 스'틸타카', 제주의 '방울뱀 축구', 광주의 '직진 축구' 등 축구의 브랜드화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던 닥공축구가 점점 기력을 잃기 시작하더니 2019 시즌에서 울산을 한 골 차로 제치고 간신히 득점 1위를 지키더니 2020 시즌에는 울산과 포항에 밀려 득점 3위로 내려앉아 닥공이란 브랜드가 무색해졌다.

이어 2023시즌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전북 프로축구는 리그 4위에 그치며 김상식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시즌 자진 사임하며 각종 대회를 통틀어 무려 10년 만의 '무관'에 그쳤다. 또한 '전북 현대'는 하위스플릿행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강등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올들어 '전북 현대'는 29라운드를 치른 뒤 최하위 팀인 대구와 승점이 같다. 자칫 지난해 수원 삼성에 이어 최하위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전북 프로축구가 2부리그로 추락하는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닥공축구 전설은 사라지게 된다. 

[#2] 전주시민축구단, 보조금 횡령·배임 의혹 수사 중 '단장 사망' 파문…최대 위기 

전주시민축구단 엠블럼.(사진=전주시민축구단 제공)

전북의 '닥공축구'가 널리 알려지고 기세를 올릴 무렵 전주에서는 시민축구단이 2007년 창단해 주목을 끌었다.  그후 K3, K4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주목을 끌더니 최근 악재를 만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안방 불패 신화를 기록하며 지난 6월까지 ‘2024 K4리그’ 전반기를 공동 3위로 마무리한 전주시민축구단은 승점 22점(6승 4무 2패)으로 유독 홈경기에서 강했다.

특히 전주시민축구단은 홈에서 치러진 6경기에서 5승 1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2019시즌에서 아쉽게 울산시민축구단에 우승을 내줬지만 무패행진 선두를 기록하면서 우승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한 전주시민축구단은 올 시즌에서 5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재정 악화와 단장의 갑작스런 사망까지 겹치면서 전주시민축구단의 미래는 불투명한 안갯속 상황으로 내몰리며 최대 위기 국면을 맞게 됐다. 전주시로부터 매년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전주시민축구단이 임금체불로 내부 갈등을 빚더니 자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해 명확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사망한 전주시민축구단장은 최근까지 전북지역 한 일간지에서 부장급 기자를 겸직해 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주시의 민간체육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집행 투명성과 적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전주시민축구단의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창단 이래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전북 프로축구와 전주시민축구단이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를 우려하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3] 전주시 드론축구, 특정 민간단체에 혈세 집중 지원…문제점 곳곳 드러나 '좌초 위기’ 

전주시는 지난 1월 "지역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이 담긴 드론축구공의 해외 판로 개척을 꾸준히 지원해 드론축구 세계화를 이뤄내고 관련 기업과 지역 드론 산업의 성장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자랑하며 "드론축구공 5만개 수출"을 자신했다.(사진=전주시 제공)

설상가상, 전주시가 많은 혈세를 지원하며 육성산업이라고 자랑하는 드론축구 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2017년 제1회 전주시장배 드론축구대회 개최를 시작으로 드론사업에 주력해 온 전주시가 ‘드론축구 종주도시’를 표방하며 '레저스포츠인 드론축구와 관련 산업을 널리 개발하고 보급한다'는 계획으로 협력기관인 캠틱종합기술원과 함께 이듬해인 2018년 11월에는 사단법인 대한드론축구협회를 공식 출범시킬 정도로 민선 7기 김승수 전주시장 시절부터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다.

올 1월에는 글로벌 혁신 박람회로 주목받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전주시장과 전주시의회 의장, 관계 공무원들이 대거 출장길에 나서 ‘2025전주드론축구월드컵’을 선포하며 CNN, BBC, 로이터, AFP 등 글로벌 미디어 80여 곳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처럼 드론축구를 전주시가 선점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로 여겨왔으나 최근 볼썽사납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져 이미지를 여지없이 구기고 있다. 전주시는 대한드론축구협회 간부가 협력업체로부터 사업비를 개인 통장으로 받았다는 언론 보도 이후 뒤늦게 부랴부랴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이미 때늦은 조처란 비판을 면치 못했다.

전주시가 드론축구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저변의 단체들은 캠틱종합기술원, 대한드론축구협회, 국제드론축구연맹 3곳이지만 이들 단체들이 주소지도 같고 구성원도 거의 같아 실제로는 한 몸처럼 보이는데도 혈세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따로따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가라 않지 않는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드론축구산업 성장을 명목으로 '글로벌 드론축구 육성사업'을 진행해 온 전주시가 민간단체인 대한드론축구협회에 설립 직후부터 3년간 보조금 성격으로 직접 지급한 지원금은 10억 7,000만원 상당으로 1년 평균 3억원 이상 지급됐지만 지급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전주시의회에서 제기됐다.

게다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전주시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만든 유소년 드론축구공인 '스카이킥-에보' 5만개(69억원 상당)를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달리 6개월이 지난 7월까지 258개의 수출 실적을 올렸을 뿐, 5만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이 밝혀져 파장이 크다. 전주시의회에서도 최근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전주시장은 “잘못 표현됐다”며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가 빈축을 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닥공축구만 같아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좋아하고 있는 전북 현대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처럼 '드론축구 종주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전주시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계약 부풀리기, 회계규정 위반 외에 보조금 지원 협회의 갑질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책임지는 자세는 고사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고민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닥공축구'로 명성을 떨치던 전북이 프로축구에 이어 시민축구와 드론축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종주도시 이미지의 뿌리를 내리는가 싶더니 모두 날개 없는 동반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안일하고 무능한 행정 시스템, 탐욕과 불통에 찌든 자들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올 추석 명절을 맞아 축구를 사랑하는 도민들 사이에는 이런 덕담이 유행하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닥공축구만 같아라.”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