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가 황포묵이 된 까닭
이현웅의 '살며 생각하며'
원래 녹두로 만든 묵은 청포묵이다.
그런데 전주사람들이 청포묵에 노란 치자물을 들여 황포묵으로 만들고 귀하게 써왔다. 지금도 전주비빔밥에 노란 황포묵은 필수 재료이다. 그래서 황포묵이 없는 비빔밥은 전주비빔밥이 아니다.
황포묵을 녹두로 만드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녹두(綠豆)를 갈아 앙금으로 만든 청포묵은 해열·해독 작용과 보양에 좋으나 색깔이 곱지 않은 게 흠이었다. 때문에 전주사람들이 보기에도 좋게 노란 치자물을 들여 멋을 낸 것이다.
마침 치자는 '동의보감'에 냉을 다스리고, 신진대사에도 좋고, 해독도 된다고 쓰여 있고, 녹두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이다.
노란 치자물을 들인 이유가 그것뿐이었을까?
과거 관직에는 품계에 따라 관복의 색이 정해서 있었다.
종3품에서 6품까지는 청색의 청포(淸袍), 정3품 이상은 붉은색의 홍포(紅袍) 그리고 임금은 노란색의 황포(黃袍)를 입었다. 바로 임금을 상징하는 색깔, 최고를 의미하는 색깔이 노란색이었다.
그래서 녹두로 만든 묵이 최고의 음식이라는 의미를 담기위해 굳이 노란색의 치자물을 드리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녹두는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로 불리였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주는 건강 식재료로 알려져 왔었다. 그래서 최고 음식의 영예를 부여하기 위해 치자물을 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황포묵은 낭창낭창한 모양에 탱탱하면서도 담백한 식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전주사람들이 멋들어지게 색깔까지 넣었으니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
이제 황포묵에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걸맞는 맛깔을 넣으면 어떨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맛의 고향 전주의 대표음식으로 황포묵이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찾아지길 기대해 본다.
<녹두의 영양 및 효능>
녹두의 성분으로는 단백질(약 22%)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고, 다음으로 탄수화물, 지질 등과 각종 무기질,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칼슘의 함량이 매우 높으며 인, 철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1, B2, 비타민 K가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 E가 다량으로 함유되어있다.
또한 류신, 라이신, 아이소루신, 트레오닌, 히스티딘 등의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입술이 마르고 입안이 헐 때 먹으면 효과가 있다. 더위를 먹거나 변비가 심한 경우에도 좋고, 당뇨와 고혈압에는 녹두를 삶은 물이 효과가 있다.
[출처] 녹두가 황포묵이 된 까닭|작성자 전주이당
/이현웅('이당'개발자, 전북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