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 도지사 민주당 경선 도우려던 '관권선거 주범들' 항소심도 '집행유예', 송 전 지사 부인은 ‘감형’...“몸통 비껴간 봐주기 수사" "거북이 재판” 비판 여전
이슈 초점
2년 전인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관권선거 사건'이 여전히 재판 진행 중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송하진 전 전북지사 부인과 많은 공무원 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일부 감형돼 주목을 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이번 사건을 ‘전·현직 공무원들이 다수 동원된 전형적인 관권선거'로 규정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함으로써 '초기부터 몸통은 비껴간 사건‘이란 비판이 다시 나온다.
송 전 지사 부인,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에서 '징역 5개월, 집행유예 2년' 감형'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지사 부인 오경진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5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으며 전직 도지사 비서실장(4급) 2명과 전 예산과장(4급), 전 전북자원봉사센터장(5급) 등 나머지 피고인 5명에게도 징역 5∼8개월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정 정당 당내 경선에서 후보자 선출 결과가 본선 당선 결과로 이어지는 지역의 정치 현실에 기대 송하진(전 도지사)을 지지하는 권리당원을 모집해 관리하는 방법으로 공직선거법과 지방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운동을 했다”면서 "피고인들이 저지른 범행에는 다수의 전·현직 공무원이 동원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 권리당원으로 모집한 인원수도 그 규모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죄책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특정 정당의 당내 경선 결과가 본 선거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치 현실에 기대 당시 전북도지사였던 송하진을 돕기 위해 조직적·체계적으로 범행했다"며 "이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공정한 선거를 도모하는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이 후보자에 대한 투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해쳐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송 전 지사 돕기 위해 조직적·체계적으로 범행...선거의 공정성 해쳐 죄질 좋지 않아”
이어 “이 사건은 전북 공무원들의 주도 하에 이뤄졌고 현직 공무원들이 범행에 가담해 정치적 중립 의무가 훼손됐다”며 “다만 송하진은 당내 경선 전에 컷오프 돼 후보자에 출마하지 못하면서 범행이 실제 당내 경선이나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에서 불거진 전대미문의 '관권선거' 개입과 관련해 송하진 전 도지사 측근들로, 줄줄이 수사를 받으며 재판 중인 가운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죄를 인정받았다.
앞서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지난해 8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지사의 부인 오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자격정지 2년과 집행유예 2년, 전 전북도 비서실장(4급) 2명과 전 전북도 예산과장(4급)에는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했다.
이밖에 전북자원봉사센터장(5급)에게는 벌금 200만원, 현 전북도 팀장(5급)에게는 벌금 150만원, 전 홍보기획과장(4급) 등 2명에게는 벌금 100만원, 전 공보관(4급)에게는 벌금 50만원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은 송하진 전 도지사를 지지할 권리당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체계적으로 당원을 모집·관리했다"며 "다수 전·현직 공무원들이 참여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당내 경선 운동 방법에 따른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에서도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다만 송하진 후보자(당시)는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 돼 출마하지 못해 실제 경선에 영향이 없었고, 전체적으로 지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점은 다소 유리한 요소로 참작한다"며 "대부분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판시해 송 전 지사에게는 유독 관대한 판단과 처벌을 내렸다.
"공무원들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과정서 부당한 방법 이용해 송 전 지사 도우려 한 혐의" 불구, 송 전 지사 수사조차 받지 않아
이들은 모두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송 전 지사를 도우려 한 혐의로 지난 2022년 11월 기소됐다. 기소 후 9개월 만에 1심이 선고되고 다시 1년 만에 항소심 선고가 이뤄진 셈이다. 검찰은 이들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권리당원을 모집한 후 입당원서를 전북자원봉사센터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7월 7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오씨와 전북도 전·현직 공무원 13명 등 모두 14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오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검찰은 나머지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자격정지 2년 6개월, 전직 비서실장(4급) 2명과 전 예산과장(4급)에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자격정지 1년 6개월, 전 전북자원봉사센터장(5급)에는 징역 1년·자격정지 1년, 전 전북도 공보관(4급)과 전 홍보기획과장(4급)에게는 각각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었다. 이밖에 나머지 공동 피고인들에게는 벌금 100만원~징역 4월·자격정지 4개월의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이 사건은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원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해 4월 22일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1,000여장과 1만여명의 당원 명부를 발견했다.
'봐주기 수사·거북이 재판‘ 비판 여전...이유는?
그러나 전주지검은 지난 2022년 11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 전 지사 부인과 전직 비서실장, 전 예산과장 등 14명만 기소한 채 수사 과정에서 송 전 지사는 한 차례 소환 조사도 받지 않아 ‘몸통은 빠진, 봐주기 수사’란 지적을 받았다.
또한 초기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초 2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다 수사 대상이 너무 늘어나자 1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한 이들로 기준을 정했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에서 제외된 공무원들이 많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가 밝힌 대로 ‘전·현직 공무원들이 다수 동원된 전형적인 관권선거'라고 규정했듯이 매우 중대한 사건임에도 초기부터 몸통은 비껴간 사건이란 지적이 시민사회에서 계속 제기돼왔다. 게다가 경찰의 수사 개시 1년이 지나고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지 9개월여 만에 1심 선고가 나온데 이어 1년여 만에 항소심 선고가 이뤄져 거북이 재판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 규정)에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