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호남정치 복원, 불씨 살리나?"...민주당 텃밭 민심 '이반', 지역 언론들 '한 목소리'
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100)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민주당 텃밭으로 불려왔던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싸늘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보수 성향의 서울 언론들 중 일부는 '당원 중심'을 표방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두고 '개딸(개혁의딸) 전당대회'라는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3.3%를 차지하고도 정작 호남지역에서 당 대표와 변변한 최고위원 후보를 내지 못한 호남 정치의 현실을 자괴하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저변에 확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일부 중도 성향의 언론들도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90%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이며 독주하는 가운데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명심'(이재명의 마음)을 등에 업은 후보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권리당원 투표 참여율이 30%대에 그치면서 '개딸 전당대회' 논란은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래서일까? 호남 정치권 복원론에 서서히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
[무등일보] ‘길 잃은 호남정치 복원···불씨 살리나’ 칼럼 주목
무등일보는 지난 29일 ‘길 잃은 호남정치 복원···불씨 살리나’란 제목의 '구길용 뉴스시 광주전남 대표'의 칼럼을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가장 주목을 끈 대목은 역시 칼럼 서론에서 “호남정치가 언제까지 변방에 머물러서야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다”라고 강조한 데서부터 강하게 묻어났다.
그런 뒤 “민주당이 10개 지역 순회경선을 마친 결과 호남 출신이자, 비수도권 유일의 최고위원 후보인 민형배 후보(광주 광산을)가 전체 8명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는 칼럼은 “초선이 대부분인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한계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민주당 내 호남정치의 위상은 한참 추락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의 심장부 운운하며 부산을 떨다가, 끝나고 나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였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칼럼의 강도는 점점 커져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수도권에 맞서 지역균형발전의 기치를 들어야 할 최고위원마저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암담하다. 수도권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로는 지역의 뿌리 깊은 소외와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며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고 만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라 더 심각하다”는 칼럼은 “이번 전당대회서도 나타나듯이 제1야당 민주당이 다양성을 잃고 일극체제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운 거대한 흐름의 이면에는 권력화된 팬덤정치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고 민주당의 정체성을 향해 거세게 직격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유지는 하겠지만 중도 외연 확장, 차기 대선 승리는 요원”
이어 “민주당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나. 민주정당이라면 갖춰야 할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과 그를 향한 강성 지지층만 가득하다”고 부연한 칼럼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아니었다면 더욱 도드라졌을 민주당의 '비민주성'이 안타깝다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적도 나온다”며 “지금 민주당의 모습대로라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당의 결속은 유지하겠지만 중도 외연의 확장, 나아가 차기 대선 승리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결론에서 칼럼은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도생할 것이 아니라 호남정치의 부활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읽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늘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작동했다는 점을 되새기는 요즘이다”고 에둘러 지역 정치권을 향해 주문했다. 그래서 인지 호남 정치 복원론은 더욱 불씨가 활활 타오른 형국이다. 호남 정치 복원에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뭉치고 나섰다는 뉴스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
[남도일보] “박지원, 민주당 지도부에 호남 출신이 없다”
남도일보는 7월 31일 ‘‘호남 정치 복원’ 광주·전남 국회의원들 뭉쳤다’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호남 출신 민형배 의원을 돕기 위해 뭉쳤다”며 “22대 국회에서 광주·전남 의원들이 지역 의제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고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이어 “이날 자리는 최다선이자 가장 맏형인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의원이 회동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는 “박 의원은 남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3번을 실패했다. 민주당 지도부에 호남 출신이 없다고 하면 지역민들이 민주당과 우리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힌 “호남의 표심은 이번 8·18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일보] “호남 정치권, 한 목소리 낼 수 있는 논의 창구 마련될지 관심”
광주일보도 2일 ‘박지원 의원, ‘호남 정치’ 복원 위해 나섰다’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지원(해남·완도·진도) 국회의원이 ‘호남정치 복원’을 위해 잇따라 광주·전남·전북지역 국회의원과 전체 회동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호남 출신 민형배(광주 광산을)·한준호(경기 고양을) 의원을 돕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 향후 호남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논의 창구가 마련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5일 박 의원과 전북지역 국회의원 1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정치 현안과 당내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기사는 “과거 민주당 내부에서 호남 의원들은 최고위원 경선과 주요 상임위 배정 등 당의 주요 현안을 함께 논의했지만 21대 국회 들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는 호남 정치력 약화로 이어졌다”며 “박 의원은 ‘민주당의 본산이 호남인데 만약 이번에 실패하면 8년여 남짓 지도부를 배출하지 못한다. 호남 사람들이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뭐라고 하겠느냐’며 ‘호남정치 복원은 지역 정치권에도 실익을 준다’고 설명했다”는 점도 강조해 보도했다.
“민주당 내부 호남 정치력 퇴보·약세, '텃밭 민심' 이반시키는 계기”
한편 이 지역 언론들은 민주당 권리당원 중 광주(10만 4,095명)와 전남(15만 7,229명), 전북(15만 2,551명) 등 호남 지역만 41만 3,875명으로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중 33.3%에 해당한다는 점을 높이 부각시키고 있다.
아울러 호남 정치권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회로 결속될 수 있을지 여부와 과연 민주당이 호남지역에서 조국혁신당 등 다른 대안 정당들을 제치고 계속 선두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민주당 내부의 호남 정치력 퇴보와 약세는 텃밭 민심을 이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란 점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