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과장 혼란 야기, 감염병 보도준칙 누가 위반하나?
[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 뉴스 톺아보기] 2020년 8월 19일(수)
‘코로나 폭탄’
‘소리 없는 전파’
‘공포 확산’
‘최대 위기’
‘도민 불안에 떤다’
‘확진자 강력 조치해야’
잠잠하던 전북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방역당국은 물론 언론사들도 비상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경우 해외 입국 확진자를 비롯해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 중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광복절 연휴 기간에 전북지역에서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해외 입국 확진자 2명을 제외한 7명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4명)와 서울 광화문집회 참석(3명)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방역당국이 확보한 사랑제일교회 교인 4,066명 중 전북지역 거주 교인은 34명으로 파악됐지만, 최근 전북 확진자 중 일부가 해당 명단에 없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가뜩이나 수해피해를 많이 입은 지역 주민들은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분위기에 더욱 시름이 크다. 그런데 여기에 지역언론들은 과장된 표현의 제목과 기사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19일 전북지역 일간지들 중 일부 지면의 제목들에서 묻어나는 표현들이 섬뜩하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지자체들이 발표한 공공시설 폐쇄와 종교시설 등의 집합제한 등의 방침을 보도하면서 언론들은 한술 더 떠 ‘강력 조치해야’, ‘최대 위기’, ‘공포 확산’, ‘불안에 떤다’, '폭탄' 등 자극적인 수식어나 과장된 표현들로 불안감을 더욱 자극시키고 있다.
이날 전북도민일보는 ‘사랑제일교회발 벌써 4명 ‘소리 없는 전파’ 공포 확산’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집회 참가자가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지만, 명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역 내 소리 없는 전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북일보는 “방역지침 위반 코로나19 확진자 강력 조치해야”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확진자의 잘못된 행태에 강력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며 “특히 방역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대규모 집회 참석이나, 생활방역 미준수 등으로 감염병을 확산시킨 확진자에 대해 구상권 청구 또는 치료비 자비 부담 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썼다.
전라일보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서울발 코로나 확산 전북 방역 최대위기’로 달았다. 기사는 리드에서 “전북에서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추가로 나오면서 전북도가 방역 초비상 상황에 돌입했다”고 썼다.
전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폭탄… 이번주 지역감염 분수령’으로 뽑았다. 기사에선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언론들은 1면 기사의 제목에서 따옴표로 처리해 “강력 조치해야 한다”고 표현하는 등 ‘폭탄’, ‘공포’, ‘전파’ 등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가뜩이나 위축된 독자들을 공포감과 불안감에 더욱 휩싸이게 했다.
지난 4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가운데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 등 기자 3단체가 공동으로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해 발표한 바 있다.
기자단체 스스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 전문에는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우리 언론인도 다 함께 노력한다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뒤 작성하도록 한다 △과도한 보도 경쟁으로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준칙으로는 '추측성이나 과장된 표현으로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보도에 있어서 대부분 언론들은 선정적이고 과장된 표현들이나 추측성 보도로 빈축을 사거나 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
감염보도준칙 중 7가지 기본원칙은 감염병을 취재·보도하는 기자들이 지켜야 할 세부 사항들을 다뤘다.
주요 내용을 보면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의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전달한다 △감염의 규모를 보도할 때는 지역, 기간, 단위 등을 정확히 전달하고 환자수, 의심환자수, 병원체보유자수(감염인수), 접촉자수 등을 구분해 보도한다 △감염병의 새로운 연구결과 보도 시 학술지 발행기관이나 발표한 연구자의 관점이 연구기관, 의료계, 제약 회사의 특정 이익과 관련이 있는지,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지 확인한다 △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 △감염인은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 사용이나 기사 본문에 자극적인 수식어의 사용, 오인이 우려되는 다른 감염병과의 비교는 주의·자제할 것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감염병 보도준칙을 과연 얼마나 준수하는지 언론인들 스스로 냉철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감염병에 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감염병 관련 기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신중하고 전문적인 취재와 보도 등 감염병 보도준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음은 8월 19일(수)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의 코로나19 관련기사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방역지침 위반 코로나19 확진자 강력 조치해야” -1면
공공 실내시설 임시 폐쇄 1면
사랑제일교회, 가짜정보 공유·조사 비협조 -2면
“코로나19 방역, 다시 초기단계로”...도민 동참 호소 -2면
“코로나19 확진자 전북도청 방문 ‘비상’ -2면
전주시, 공공 실내시설 임시 폐쇄 -2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의료계 집단행동이라니 -15면
전북도민일보
사랑제일교회發 벌써 4명 ‘소리없는 전파’ 공포 확산 -1면
수도권發 코로나 확산세에 지역 공연예술계 다시 꽁꽁 -4면
전주시 코로나 철벽 방어 나선다 -4면
코로나 청정지역 안전 반드시 지켜내야 -13면
전라일보
서울발 코로나 확산 전북 방역 최대위기 -1면
서울 사랑제일교회발 지역 감염 확산 우려 속 밀폐 다중이용시설 방역 '느슨' -4면
코로나19 재확산··· 전주시 고강도 방역대책 추진 -5면
코로나 장기화 도민 가계살림 ‘팍팍’ -6면
코로나 의심 집회 참가자 숨어선 안돼 -15면
새전북신문
하룻밤새 코로나 확진자 6명 추가 -1면
전주시, 코로나19 확산 불안... 고강도 방역대책 -5면
코로나19 재확산에 개강 앞둔 대학가 긴장 -6면
코로나19 전북 추가 확진 막아야 -10면
전북중앙신문
"개인방역 3대수칙 철저··· 종교시설 집합제한 고려" -1면
사흘간 8명 확진··· 도민 불안에 떤다 -4면
다시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5면
서울교회-집회참가자, 최대한 협조해야 -15면
전민일보
사랑제일교회發 코로나 폭탄… 이번주 지역감염 분수령 -1면
“상황 악화땐 종교시설도 집합제한” -2면
‘코로나 2차 대유행’현실화 우려 -2면
사랑제일교회 집회 역학조사‘쉽지 않네’ -2면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속 집단 공청회 강행 빈축 -3면
KBS 전주방송
‘사랑제일교회’발 감염 확산…전북서 하루 새 신도 4명 확진
동선 밖 확진자 급증…역학조사 강화 시급
확진자 다녀간 수해 현장…폭염에 방역까지 3중고
전주MBC
사랑교회발 코로나 지역확산에 비상
누적 환자 50명 넘어서. 방역수칙 강조
JTV
이틀간 지역감염 7명..."신천지 때보다 위중"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