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 '청룡기 우승' 현장을 지켜보며
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은 7월의 뜨거운 여름 햇살이 아니라 장맛비가 내리는 짓궂은 날씨로 인하여 우산을 받쳐들었으나 장대비에 옷도 젖고, 신발과 양말도 젖어가며 목동야구장에서 전주고와 마산용마고의 청룡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전주고를 응원할 겸해서 구경을 나왔습니다.
저는 전주고 같은 명문고 출신은 아니나 고향이 전북이라 전주고를 응원하러 나온 겁니다. 작년 8월에도 이곳 목동야구장에서 군산상일고(옛 군산상고)와 인천고 간의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에 고향 팀인 군산상일고를 응원나왔는데 우승을 했기 때문에 오늘도 제가 가서 응원을 하면 전주고도 우승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목동구장을 찾았습니다.
마산용마고는 옛 마산상고로 잘 알려진 학교로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숨진 김주열 열사가 바로 옛 마산상고 입학생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씨름판을 주름잡았던 김성률, 이승삼, 이만기, 강호동 장사도 마산상고 졸업생입니다.
전주고나 용마고 모두 야구부가 긴 역사에 비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전주고는 호남인재벌판의 명문으로 인물을 배출한 것으로 따지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명문고입니다
오늘도 장맛비가 내리는 짓궂은 날씨로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양 팀 모두 자신의 모교와 지역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투수나 타격에서 모두 앞선 전주고가 승리하여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응원은 용마고 학생들이 더 잘했던 것 같습니다. 전주고는 1977년 창단 후 청룡기는 처음 우승이라고 합니다. 메이저 대회 우승도 39년 만이라고 하니 경사가 난 셈입니다.
목동야구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예전에 같은 은행에서 친하게 지내던 옛 마산상고 출신 선배 한 분에게 전화를 걸어 "선배님! 오늘 목동야구장에서 뵐 수 있느냐"고 하니 갈 수 없다고 하길래 제가 가서 전주고를 응원을 하면 우승할 것 같다고 하니 선배님이 "그럼 가지말아야 하는데..."하며 농담을 하셨는데 제 예측이 정확했던 거 같습니다.
또한 오늘 야구장에서 옛 마산상고 출신으로 은행에서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선배님 한 분도 만나뵐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오늘 최선을 다한 양팀 선수들에게 한없는 찬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전주고 야구부가 오늘의 우승을 계기로 야구 명문의 영광을 되살려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민들에게 활기찬 전북으로 거듭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