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혁신에서의 중요한 도구, 우리에게 거버넌스는 존재하는가?
제언
시민이 배제된 도시계획은 실패 할 수 밖에 없다...'지역사회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적 제기(1)
일상의 동반자로 자전거가 자리하기 시작한 지 15년쯤 되었다. 새로운 것에 맛을 들이던 나는 자전거를 매개로 도시계획이라는 낯선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와 우리의 일상에 밀접하게 관여하며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도시계획이라는 것을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미리 말하지만 또다시 자전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교통문제라 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좀 넓은 도시계획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일상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에 관여하여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는 일련의 규범과 행위 등을 포함하는 이야기다.
전공이 아니었던 내가 도시계획에 관여하게 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라 해봐야 전문적인 배움의 과정은 아니었고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일을 찾아서 살펴보는 식이다. 이런 탐색과 학습은 점점 범위가 넓어졌다. 나중에는 ‘자전거 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붙이면서 전문가연하는 행세를 하기도 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님을 이리 밝히며 시작하는 것이다.
자전거로부터 촉발된 도시계획에 관한 관심과 노력과 열정이 꽤 진지했었나 보다. 스스로가 상처를 입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는데 이 주제가 등장하곤 했다. 그리고 이전과는 더 깊은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도 도시계획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우왕좌왕하던 몇 년 사이에 꽤나 깊은 문제의식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그게 나름대로 정리되면서는 주변에 몇 가지를 이야기하던 차였다.
수많은 선진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변화와 혁신의 성공에는 일관되고 잘 짜인 도시계획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것은 시민들로부터 만들어진 도시계획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성공적 혁신을 이뤄낸 그들과 달리 수없이 비슷한 시도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성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를 말하기도 했다. 우리 현실에 어떠한 결핍과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거버넌스를 주목하던 차였다.
'성공한 변화와 혁신에 방향도 길도 알며 '거버넌스'라는 방법론도 모방했지만 거듭되는 우리의 실패는 무엇 때문일까?'
이 대목에서 되뇌인 나의 명제는 ‘우리에겐 그들이 제시한 방향과 길 뿐 아니라 방법론으로 제시된 거버넌스 까지 ’존재‘하는데 왜 거듭된 실패만을 반복하는가?’였다. 거듭된 반추에서의 나의 답은 ‘우리에겐 흉내 내거나 이용당하는 형식적인 틀 말고 행정이 반영하고 시민이 주문하여 만들어지는 형태의 협치, 진정한 의미에서 즉 거버넌스가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이런 나의 판단이 맞는지, 또는 이런 논리적 전개가 적절할지에 관한 자신은 없다. 그러나 이 글을 비롯해 제기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문제의식이 이렇게 이어졌음을 설명하기 위해 정리한 내용이다.
근래 3년 사이에 이어지던 이런 의식 흐름은 채 정리되지 않은 채 ‘시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계획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곤 해왔다. 그러다 BRT문제가 불거졌다. 대중교통의 진전을 위한 방편으로 논의되던 BRT가 몇 가지 상황변화로 인해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현실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글이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듯 BRT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모종의 계획인 도시계획이 어떻게 수립되고 마련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이며 도시의 변화와 혁신을 어떤 힘에 의해 추진할 수 있는가에 관한 철학적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자 한다. ‘도시 계획이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원론적 명제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근래의 도시계획에 관한 논의가 ‘시민참여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계획의 수립’에 관한 방법론 개발의 범주에서 이어지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크고 작은 도시계획들은, 특히 변화와 혁신을 수반하는 도시 계획일수록 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중요성은 커진다.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 나아가 참여로 이어지지 않는 변화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동차 중심의 틀로 짜인 도시가 도로의 일정 부분을 보행자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에게 넘겨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는 경우에는 이런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전환을 이룰 주체와 객체가 다르지 않고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착실하게 성공하는 동안 우리가 거듭해서 실패만 반복한다'는 인식, 과장된 것일까?
선진도시의 수많은 사례는 공통적으로 이에 관해 결코 서두르지 말고 치밀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분명한 합의를 이뤄낼 것을 충고하고 있다. 도시마다 나라마다 다르나 특히 독일과 같은 나라의 도시들은 하나의 합의, 한 단계의 진전을 이끌어내는데 수십 년에 걸쳐 진행하는 ‘더딘 속도’를 보여줌으로써 놀래 키기도 한다. 공통된 결론은 분명한 전환을 선택하되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확고한 비전과 계획이 제시되고 광범위한 계획수립과정의 참여와 공개 등이 전제된다. 이 대척점에는 어떠한 양태의 접근이 있을까? 분명함 대신 무엇을 하려는지가 모호한 어려운 일을 쉽게 해결하려 서두르며 계획수립과정의 다수의 시민과 대중들의 참여를 가장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영역의 것이 되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찾아봐도 잘 알 수 없게 감춰둔 모습이 아닐까?
프랑스 파리는 도시의 심장인 리볼리가의 6차로중 4개차로를 자전거에 돌려주고 자동차에게는 2개차로만 남겼다. 아울러 13만개의 노상주차장중 7만개를 없앴다. 이 계획과 실천에는용기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일관되게 읽히는 메세지를 통해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으며 과감한 계획은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오랜기간에 걸쳐 숙성된 논와 준비를 바탕에 두고 있다. 반면에 기린대로 중앙에 버스전용차로를 두고 우선적으로 버스를 다니게 하겠다는 BRT사업추진은 '전주가 자동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겠다'는 일련의 계획으로 받아들여지며 제시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것 같다.
도시계획의 수립에 시민들의 주체적 입장의 견지와 참여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글은 그 핵심적 요소로써 거버넌스를 주목하며 환기한다. 우리의 거버넌스는 과연 위와 같은 변화와 혁신을 담보할 틀로 존재하며 작동되고 있는지에 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문제적 제기를 위한 서론으로 이 글을 작성하며 2편에서 이어간다.
/김길중(시민·자전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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