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대형 참사 ’남일 아니다‘...군산 이차전지 특구 지정 후 잦은 가스 사고 ’불안‘, "안전대책 강화해야"
진단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큰 불이 나 2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돼 대규모 입주업체들이 밀집된 군산시 오식도동 산업단지도 언제 발생할지 모를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 철저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군산 오식도동 주변 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들 중에는 최근 화학물질 유출 사고와 가스 폭발 등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 인근 주민들이 극도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화성시 일차전치 제조업체 화재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22명 사망, 외국인 대부분 희생...건물 밀집, 배터리 연쇄 폭발, 참사 키워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1분경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공장 11채 중 3동 2층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이날 오후 10시 현재 2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하는 등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리튬전지 약 3만 5,.000개가 보관돼 있던 건물에서 폭발하듯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초기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던 50대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일부가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연락이 두절됐던 21명이 모두 소사체로 발견되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 무려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이번 사고로 부상을 입은 8명 중 1명은 중상을 입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아리셀 공장 근무자는 모두 102명으로 화재가 발생한 3동에서는 67명(1층 15명, 2층 52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2층 근로자 다수가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사상자가 크게 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화재로 인한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으로 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 외에 내국인은 2명으로 확인돼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희생이 컸다. 또한 근로자 중에는 정규직과 당일 일용 근로직이 섞여 있어 화재 초기 정확한 작업 인원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실종자 숫자 파악 등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고가 난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0년 5월에 출범했으며 상시 근로자 수는 5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전곡리 공장은 총 11개 동에 연면적 5,530㎡ 규모로, 전곡해양산업단지 북동쪽 부지 내에 밀집된 형태이며 11개 동 가운데 2, 4, 5, 6, 7동 건물은 2017년 10월에 건축됐고 이날 불이 난 3동을 포함해 1, 8, 9, 10동은 2018년 4월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동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 및 포장 작업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원통형의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000여개가 보관돼 있던 곳이어서 화재 당시 리튬 배터리의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은 "리튬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보니까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불산이 물로 녹아내리면서 주변 오염시킬 것이기 때문에 오염수 관리까지 필요한 아주 복합적인 화재“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로 번진데 대해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방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화재가 난 공장 현장에 있는 리튬들이 물과 반응을 하면 많은 수백 가지의 화학 물질이 방출되는데 대표적으로 불산이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생존자가 있더라도 이러한 화학 물질에 노출이 될 수 있으며 이번 화재의 경우에는 유독가스 분출물도 막기 위해서 물을 또 써야 하는데 결국은 불산이 물에 녹게 될 거고 불산이 물로 녹아내리면서 주변을 오염시킬 것이기 때문에 오염수 관리까지 필요한 아주 복합적인 화재”라고 진단했다.
결국 일차전지 제조업체이다보니 화학물질들로 인해 화재 발생시 계속적인 악순환이 이어지는 바람에 화재 참사가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차전지 업체가 많은 지역에서도 화재 예방 및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차전지 특구로 지정돼 최근 70개 이상의 업체들이 입주한 군산지역과 달리 이날 경북과 포항지역 등에서는 긴급 안전점검과 대책 회의 등이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끌었다.
경북도지사 “이차전지 공장 긴급 안전점검 실시...화재 대책 신속 추진” 지시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전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와 관련해 관내 이차전지 관련 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이 지사는 또 이차전지 공장 화재에 대비한 합동훈련 등 화재 안전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북소방본부는 박근오 소방본부장 주재로 소방관서장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하고 이차전지 관련 시설 74개소에 대해 25부터 28일까지 4일간 시군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화재 발생을 대비한 합동 소방훈련으로 화재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하고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나섰다. 또 경북도청 내 이차전지 유관부서인 안전행정실과 메타버스과학국 등과 위험물 정보공유 등 협업체계를 유지해 긴밀히 대응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군산시, 이차전지 특구 80여 업체 입주...한 달 한 번꼴 가스 사고, 주민들 극도 ‘불안’
하지만 전북지역은 이차전지 제조업체가 밀집된 군산시 오식도동에서 지난해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가스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만 있을 뿐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미흡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군산시 오식도동 일대에는 8.1㎢(여의도 면적의 약 2.8배) 규모의 이차전지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오식도동 일대가 국가 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모두 77개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이들 입주 기업 77개 중 약 30%(22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현재 8개 기업이 공장 착공에 돌입했고 3개 기업의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다. 그러나 이차전지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신기술·신공법의 국산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기존 사업과 달리 새로운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박봉균 화학물질안전원장은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신기술·공법에 의한 화학사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위험을 줄이는 공정안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화학물질안전원의 전문적인 기술지원을 통해 공정안전을 확보하여 지역사회 우려와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식도동에서는 최근 잦은 화학물질 누출 및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달에도 지난 21일 오전 2시 47분께는 오식도동의 한 화학약품 제조공장에서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작업 중이던 5명의 근로자들이 곧바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학약품 합성 기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 전에도 가스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7일 오후 12시 39분쯤 오식도동의 정밀화학 공장에서 황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해당 공장에서 탱크의 배관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던 중 황산 200ℓ(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인근 사업소의 6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 어지럼증과 답답함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공장 내 노동자 등 7명이 대피했다.
“화학물질 사고 잇따라 발생...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돼야”
군산산업단지 인근에서는 이 외에도 지난해 5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18일 염소 가스 누출 사고에 이어 한 달 후인 6월 14일에는 클로로에틸렌 카보네이트 가스 누출, 7월 3일에는 암모니아가스 누출, 8월 19일에는 황산 가스 누출, 9월 9일에는 폐혼합유 가스 누출, 9월 19일에는 황산 가스 누출 등 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오식동 등 인근에는 앞으로 새만금 내에 이차전지특화단지가 들어서면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더 빈번하게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데다 화학물출 유출 사고 시 골든 타임인 30분 내 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이란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가 연속 터지고 있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도내 화학물질 취급량 981만t 중 약 56%가 취급되는 군산지역에서는 지난해 천보BLS와 OCI 등에서도 화학물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이 극도로 불안해 하는 등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을 중심으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최근들어 가스 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하는 바람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사고가 나면 그때서야 출동하거나 대피하는 재래식 대처 방법 뿐이어서 보다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