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에 '오물 덩어리'가 아니라 '생화학 무기'가 들어있다면?...북한 도발 대응하려면 남북 대화 채널 통해 '비핵화 협상' 재가동해야”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2024-06-03     이영광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최근 도발을 재개했다.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때인 5월 27일 북한이 정찰 위성을 발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29일엔 수백 개의 오물 풍선을 보냈고 다음 날인 30일엔 탄도미사일 10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지금 도발을 재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분석을 듣기 위해 지난 5월 31일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 한·중·일 정상회담 중 ‘한반도 비핵화’ 문구에 극렬하게 반응 중”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 27일부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재개했는데 지금 상황 어떻게 보세요?

“북한은 한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낮은 수준에서 관리해 왔었죠. 그런데 최근에 다시 긴장의 수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탄도미사일 즉 방사포를 발사한 것 외에도 서해에서 GPS 교란, 군사 정찰 위성 발사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올릴지가 미지수인데 저강도에서 중강도를 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얼마 전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그 회의에 중국 총리가 참석한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윤석열 정부에 대해 군사적 긴장 고조시켜서 불편하게 만들 생각이 있다고 봅니다. 그다음에 북한 국내 정치 차원에서 국민적인 단결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외부 적대세력에 대한 분노 표출로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상시적인 것입니다.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첫째 이유, 즉 중국 리창 총리의 한국 방문 부분이 최근에 북한에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다시 고조시키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중국 리창 총리가 온 게 왜 북한이 긴장 고조시키는 계기일까요?

“두 가지로 정리를 해볼 수가 있는데 하나는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에요. 북한은 올해 초에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이고 동일한 민족국가가 아니란 입장으로 신냉전 외교를 전개해 왔습니다. 한미일이 한 편이고 북중러가 한 편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 연대 만들어 새로운 냉전을 주도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은 북중러의 적대 세력인 거죠. 그런데 그런 적대 세력을 방문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에 대해 반미 국가 연대 참여를 설득했던 북한의 입장에서는 불만이죠.

두 번째로는 리창 총리가 한국에 와서 또 한중일 3국의 정상회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는데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협의했다는 문구가 포함됐어요. 예전에도 사실 한중일 정상회담 하면 그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포함됐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그 부분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 북·중관계에 금이 난 건가요?

“북중 관계는 이미 금이 가 있죠. 신냉전 외교라고 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 2년 전부터 시작한 외교 구상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그 이후에 러시아가 미국과 사실상의 전쟁 상태가 됐습니다. 여기서 북한은 러시아 편을 들었고 중국까지 합류해서 북중러 3국이 미국에 대항하면 과거에 있었던 냉전 구도와 유사하게 신냉전 구도가 되고 그러면 북한은 유리해진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이고 기대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는 긴장 상태에 놓인 겁니다.

이번에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가 한국에 왔는데, 지난 4월 북중 수교 75주년 행사에 권력 서열 3위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갔습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중순에 베이징과 하얼빈 방문하고 북한은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시진핑 주석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를 협의했다는 문장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북한이 불만입니다. 사실은 2019년보다는 문장이 후퇴했지만, 최근 상황을 비교하면 중국이 오히려 양보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과 중국 관계는 상당히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9월에 천안문 망루 외교가 있었고, 그 이후 2015년 12월에 모란봉 악단 베이징 공연 취소 사태가 있어요. 그때랑 유사한 상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그런 정도의 긴장 관계가 있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는 공개적인 충돌로는 핵실험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강행하고 한반도 안보 불안 극도로 악화할 수 있어””

MBC 6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 핵실험 가능성은 어느 정도 보세요? 교수님은 줄곧 북한 핵실험 가능성 낮게 보셨잖아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저는 지난 2년여 동안 가능성이 낮다고 봤는데, 중국이 반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협력관계에 있고 소통 잘 되면 중국의 강한 반대 때문에 북한은 핵실험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갈등 관계에 있으면 중국이 반대하고 압력을 넣어도 소용 없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북한과 중국이 갈등 양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어지게 됩니다. 물론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수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핵실험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수습에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한반도 안보 불안이 극도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 최근엔 북한에서 오물 풍선을 보내 우리나라 전역에 떨어뜨렸죠. 오물 풍선 보낸 건 처음 아닌가요?

“기사를 보니까 처음은 아니고 2016년에도 오물 풍선 보낸 적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규모가 굉장히 이번에는 많다는 게 특징이죠. 그리고 북한이 남한과 북한은 동쪽의 나라가 아니라 교전하는 두 개의 국가라고 주장한 이후라서 의미가 있고 충격이 상당히 있는 상황이고요. 지금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덜 효과적인지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아주 적나라한 사례라고 봐요.”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게 선물이라고 하던데.

“조롱하는 거죠.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을 경멸하는 말 많이 하죠. 사실 말싸움은 북한이 더 잘해야 하고 실제로도 잘합니다. 남과 북의 경제력 격차나 재래식 군사력의 격차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을 이길 도리가 없어요. 근데 말싸움은 북한이 질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말싸움에 대해서는 북한이 아주 강력하게 하는 차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풍선에 오물 덩어리가 아니라 생화학 무기가 들어있다면...걱정 많이 돼”

YTN 6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 계속 보낸다고 하던데 올까요?

“그럼요. 북한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부 때는 상호 대화하고 최소한 협력하겠다고 말은 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대북 전단을 보내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윤석열 정부는 아예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부터 북한을 적대시했잖아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은 마음 놓고 남쪽을 적대국으로 대하는 거죠.

대북 전단도 지금 남쪽 어느 한 곳에서는 계속 보내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북한에서 그런 게 발견이 되면 당연히 거기에 상응하는 오물 풍선을 보낼 거라고 예상하는 게 맞습니다. 이 대목에서 걱정할 것이 있습니다. 남과 북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잖아요. 그럴 때 북한에서 보내는 풍선에 오물 덩어리가 아니라 생화학 무기가 들어있다면 어떡할지 걱정이 많이 돼요.”

- 그게 문제죠?

“우리도 걱정이 된다면 정반대로 북한에서도 남쪽에서 날아오는 풍선 안에 생화학 무기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과 북처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나라 사이에서는 풍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심리전의 일부로 봐야 맞습니다. 이러한 심리전은 군대가 통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대북 전단을 북쪽으로 보내는 것을 허용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물 풍선을 받지 않는 좋은 방법은 대북 전단 풍선을 보내지 않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죠.”

- 홍준표 대구 시장은 핵무장론을 다시 들고나왔는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또 무력시위를 하고 긴장이 높아지니까 북한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잖아요.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지지 여론도 계속 높아지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홍준표 시장님 같은 경우는 정치인으로서 공감 능력을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론을 들고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핵무장론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제로예요. 그리고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이런 것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대응이에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5월 30일 이 전술핵 재배치 등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미국 정책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거 아닙니까? 저도 100% 동감해요.”

“나토에는 핵 공유가 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질문은 1968년 NPT 도입 배경·취지 모르는 발언”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한국과 나토식 핵무기 공유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그런 부분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도 당연히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 있어요. 그렇지만 미국도 자유민주국가인 만큼 어떤 정치인들은 특별한 주목받기 위해 돌출 발언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미국의 이익에 대한 고려보다 개인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 특출난, 그러나 잘못된 발언 했다고 판단합니다. 사실 이런 돌출 발언을 하는 분들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발언들이 미국의 정책을 구성하지는 않아요. 돌출 발언에 집중하는 정치인 발언에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다만 상원 의원 정도 되면 미국의 외교 전략에 대해서 미국의 이익이 뭔지는 알아야 되는데 나토식 핵 공유라고 하는 것도 역사적인 맥락을 모르고 했다는 점에서 답답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안에서도 나토의 일부 국가는 핵 공유를 하는데 왜 미국은 아시아에서 최고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핵 공유를 하지 않는가 이렇게 질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못된 질문입니다. 나토식 핵 공유에 참여하는 나라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터키 5개국이죠. 이 나라들은 1960년대 후반에 핵무기 개발을 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어요. 1968년 이전에는 핵무기 개발을 제약하는 국제 규범이 없었습니다. 국가의 주권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1968년에 미국을 중심으로 더 이상의 핵 확산은 곤란하다고 해서 이미 핵무기를 만들었던 5개 나라가 모여서 핵무기 금지 규범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나라에 대해서는 그 규범을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한 거란 말이죠.

그리고 당시에 핵무기 개발하고 있었던 5개 나라에 대해서는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는 차원에서 핵 공유라고 하는 협력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핵 공유 프로그램을 제안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핵무기 개발이 불법이 됐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만약에 핵무기 개발을 지금 시도한다면 그건 불법이에요. 북한도 그런 이유로 국제 제재를 받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토에는 핵 공유가 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질문은 1968년에 NPT가 도입된 배경과 취지를 모르는 발언일 뿐이에요.”

- 북한 도발에 국민의힘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해야 한다고 하는데.

“북한을 압박해야 되겠다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대북 확성기가 나옵니다. 한때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무서워한다고 이해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북한의 기만술에 넘어간 사례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작동한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북쪽도 거기에 대해서 대응 확성기를 써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질적인 압박 효과는 없고, 북한이 남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가상의 거래 물로 사용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 그러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북한의 오물 풍선의 경우는 우리가 대북 전단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고요. 또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문제는 남북 대화 채널 통해서 비핵화 협상을 다시 가동하는 게 방법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단계의 다양한 대화를 성사시켜서 높은 단계의 대화로 성사시키는 외교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북한에 ‘핵무기 프로그램 만들고 ICBM 만들어서 주변국을 협박하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비핵화라는 결단을 내리고 미국과의 협력, 남한과의 협력,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서 국가 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좋다.’란 옵션을 꾸준하게 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근데 지금 남북한 채널이 다 끊긴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 회고록에도 나왔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게 2017년 5월이죠. 그때도 남북 간 채널 다 끊어졌었어요. 그런데 2018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죠? .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북미 정상회담을 했어요. 그런 식으로 지금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남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볼 필요는 없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