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건희 여사 특검법’ 피해 보려는 ‘꼼수’ 작동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신뢰 훼손될 것”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24-05-15     이영광 기자

지난 10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4%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한 일에 꼽히면서 못한 일에도 꼽히는 부분이 외교다.

윤석열 정부 2년 외교를 평가해 보고자 21대 국회 3년 동안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난 8일 국회 본청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나 외교 문제와 함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 들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외교 2년, 한국을 주변인 만들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21대 3년 외교 통일위에서 활동하셨잖아요. 외통위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를 보셨을 텐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삐걱거리고 뚝딱거리는 외교 안에서 국민이, 그리고 대한민국 산업이 피해를 본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미일 외교에 치중한 거죠.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 미중 갈등 등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일본만 하더라도 실리 외교를 추구했어요. 그건 지금 중국과의 관계, 또 러시아와의 산업의 끈을 유지하고 있는 오늘 일본의 모습에 많은 국민이 얘기하십니다.

단적인 사건 얘기하자면 엑스포 유치 실패도 볼 수 있죠. 미일에 집중됐던 우리의 외교가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반드시 유치를 했어야 된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형편없는 성적표는 결국 외교의 실패거든요. 한 나라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외교가 전 세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거예요. ‘나한테 잘해준다, 아니다’가 표심을 결정하지 않아요. 대한민국 외교를 보면서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라고 칩시다. 한국이 우리나라에 ODA를 이만큼 해주고 있고, 향후에 이런 기업을 통해서 이렇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 약속 하나를 믿고 못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취하는 외교의 스탠스가 앞으로의 향방, 오늘의 약속을 신뢰하냐 못하냐에 대해 결정하게 하는 거거든요. 결국 미일에 집중하면서도 자기 나라의 경제에도 주도권 쥐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정치력을 보면서 다들 판단했을 겁니다. 그리고 소위 미일 이외에 여러 개에 세력들이 각계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경제적 공동체,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데 그런 나라들에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던 거죠.”

-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 생각은 북핵 문제가 있으니까 우리는 미국,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했던 건 역대 정부가 모두 똑같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한미 동맹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집중했고,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결국 투트랙 전략을 통해서 협력할 건 협력했어요. 누군가 경직됐다고 하지만, 그 스탠스는 외교적으로 탁월했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하지 않고 ‘전 정부와 달라야 된다’라고 하면서 그 균형추를 무너뜨린 게 윤석열 정부였습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역대 어떤 정부에도 없었던 게 아니라, 그것만 치중해 외교적 균형추를 무너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던 합리적인 정부였던 거죠.”

- 일본과의 관계가 너무 종속적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한일 간의 문제는 일본의 총리와 우리나라 대통령 두 사람의 합의로 끝낼 수 없는 문제입니다. 피해자들와 국민이 가지고 있는 역사 인식. 그리고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한 것에 그 무게나 복잡다단성은 단순히 정치 수장 한두 명의 양해로 풀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게 바로 오만하면서도 나이브했다는 거죠. 심지어 제가 학회 초청으로 미국에 가서 미국 의원들과 함께 토론하던 당시에도 대부분의 미국 의원이 처음에는 한일 관계가 풀린 걸 환영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상당수의 의원이 ‘한국의 정치 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정치 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가 계속 이루어진다. 때로는 이런 정권 교체 이후의 어떤 정책들이 기존의 합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다시 이야기해서 지금 대통령이 한 나라의 다른 수장과 한 약속들이 향후에 어떻게 전개될 건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온전하게 결론 났다고 보면 안 된다. 국민 정서, 그다음에 국민을 설득하는 일,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예의주시해야 된다‘고 이야기될 만큼 외국에서도 대한민국 안 국민의 결을 바라볼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그걸 보지 못하냐는 게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했던 거죠.”

“북핵 문제, 중국·러시아 등 다자 체제로 풀 수 있는 노력 윤석열 정부가 해야...그게 유일한 방법”

- 문제가 한중 관계인 것 같거든요. 지금 한중 관계는 아예 아무것도 없지 않나요?

“흡사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성공단 이후에 사실 다시 그런 경제협력을 통해서라도 사실 평화적 완충지대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고 그 개성공단은 북한에 퍼주기 한 거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보면 어느 순간부터 북한은 대한민국 의존성에 기대지 않고 독립해 나갔거든요. 이제 개성공단이 경제적 이익만으로 북한에 필요하지 않은 공간이 되기 시작했거든요. 그것처럼 중국 역시도 한국에 굉장히 많이 기대던 반도체라든지 특히 한국의 지금 AI 반도체로 유명한 HBM 같은 경우는 한국에 수입해서 의존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중국이 미국의 제한 조치를 통해서 결국은 독립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오히려 그러니까 자력으로 충분히 모두 예전만큼 회복했다까지는 아니겠지만 미국이 조급증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중국은 그 부분에 있어서 자신들의 불리함을 다 극복해 냈거든요. 그 가운데서 한국이 오히려 시장을 잃게 되는 거죠, 물론 한국도 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긴 했지만, 거대 시장을 잃게 되는 국면을 제가 최근에도 확인하고 왔거든요.

박근혜 정부 당시에 외교부 장관이었던 동아시아재단 김성환 이사장님하고 문정인 교수님하고 같이 중국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또 느낀 건 한국이 한미 동맹 또는 미중 갈등 과정에서 한미 동맹에 묶여서 자국의 이익을 고민하지 못한 결과, 한국은 이제 주변인이 되는 느낌이 조금 들었습니다. 그건 위기감이거든요. 수출과 수입의 다변화를 통해서 한국이 또 어떤 국제정세에도 변함없이 건강한 경제 환경을 유지해야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큰 시장을 도외시한 결과가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 더 큰 문제는 남북 관계인 것 같아요. 지금 남북 관계는 끝난 것 아닐까 싶을 정도거든요.

“사실 북핵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면서부터 북한을 대하는 전략과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당시에는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했었는데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그 이후에 그런 노력은 미국에 의해서도 전혀 없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이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미중 갈등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게 되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도 결국 본인들이 처한 다른 이슈에서는 후순위로 미뤘죠. 제가 볼 때는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관계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처럼 손 놓으면 안 되는 거죠. 지금 가능하다면 중국과의 외교 또 러시아 등 여러 인접국 나라들과의 외교에 있어서 북핵 문제를 다시 다자 체제로 풀 수 있는 노력을 윤석열 정부가 해야 되고 그게 유일한 방법이지 않나 싶고요.”

- 민주당 얘기해 보죠. 이번에 원내대표로 3선의 박찬대 의원이 당선되었죠. 의원님도 3선인데 원내대표 출마는 안 하셨어요. 관심이 없으시나요?

“제가 굉장히 중요한 때에 산중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임기 말이긴 하지만 제가 상임위원장을 1년을 할 상황에서 통상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제가 더불어민주당 전국 여성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여성 의원이 역대에 비해서 가장 많이 당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그걸 완성시키는 건 끝나지 않았어요. 22대 국회 출범에 있어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상임위원장만이 아니라 상임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간사 같은 경우 21대 국회 상임위에서는 여가위를 제외하고는 여성 간사가 얼마 없었을 겁니다. 전무하다시피 했거든요. 그런 걸 포함해서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해요. 재임기에 할 일은 다 했다가 아니라 선거 이후에 정리해야 될 일이 많습니다. 제 역량이 (원내대표에) 부족한 것도 있지만, 전국 여성위원장이나 산중위원장으로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제가 해야 될 다른 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박찬대 의원이 단독 출마한 건 어떻게 보세요?

“이례적이긴 했죠. 저도 이번 같은 경우야말로 국회의장보다 원내대표 선거가 훨씬 더 경합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나중에 박찬대 의원님을 만나면서는기대가 더 많아지긴 했어요. 겉모양으로 바라볼 때와 좀 다른, 그러니까 경쟁을 통해서 더 멋진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많은 분이 하실 텐데 박찬대 의원님이 가지신 장점이 많아요. 일단 상대적으로 굉장히 젊으신 분이에요. 그리고 상임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 예를 들어 제가 3선에 이르렀는데도 아직 제가 3선 막내일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지금 (나이로) 제 뒤에 있는 분들이 40명 남짓밖에 안 돼요. 그 정도로 제가 아직도 젊은 축에 속한다는 건 국회로서는 되게 슬픈 일이거든요.

그런데 박찬대 의원님이 국회를 원내를 운영하시려고 제안하신 방법론적인 걸 보면 지금 우리 당 의원 구조에서 그런 공약을 내놨을 때 과연 경쟁력에서 우위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굉장히 혁명적인 공약이 많았습니다. 근데 그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게 있냐면 상임위원장을 선수까지는 존중하지만, 사실 나이순으로 먼저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였거든요. ‘상임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능력주의로 가야 된다’란 말을 함부로 하기 어려운 게 지난 국회까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임위원장에 있어서 단호하게 그 원칙을 당선 이후에도 견제하겠다고 하셨고, 저는 후배에 의해서 내가 오히려 따돌려지더라도 그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쨌든 선거 직후에는 우리가 지금 다수당이지 않습니까? 선거의 결과가 민심이고 그 민심에 부응해야 될 시기거든요. 거기에 대한 분명한 시대정신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4년 후 다음 선거 직전까지 이 민심 그대로 간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때론 선거가 없더라도 중반기를 지나고 나면은 민심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상반기만큼은 민심의 결과에 합당한 방식으로 원내 전략을 펼 필요가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확고한 시대정신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까지 포함한 범야권이 192석을 얻었어요. 180석이면 패스트트랙 요건이고 200석이면 대통령 무력화 의석이죠. 192석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야권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갖고 발휘한 가장 좋은 제도는 바로 패스트트랙이었습니다. 그것 외에 성과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21대에 부족했던 정치력을 이제야말로 제대로 입증할 기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00석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민주당의 역량을 시험하는 국민의 현명한 시험대로서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로서의 경험만으로 앞으로 남은 레임덕 버틸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우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7일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부활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이 타이밍에 부활했어요. 정치는 메시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왜 이 타이밍에 그 행보인가도 중요합니다. 역대 그 어떤 대통령과 비교해서 이렇게 구체적인 사법 리스크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현존하고 있었던 사법 리스크의 경우 대통령을, 방탄 삼아 버텨온 정부였는데 총선 이후의 민심 그리고 국민의힘 여당의 당심조차도 그런 부분을 해소해야 된다는 여론이 나오는 상황에서의 민정수석 부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뭐가 가장 우려되나요?

“검사로서의 경험만으로 통치하려고 했던 대통령이 문제였는데요. 검사로서의 경험만으로 앞으로 남은 레임덕을 버틸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우려입니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신속 수사 지시했다고 나오죠. 그래서 약속 대련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전국민적 의혹이 터져 나온 지 벌써 반년이 됐어요. 시기가 하필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으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지금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라고 대통령이 넘어갈 수 있는 거죠.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이란 의혹이 충분히 들지 않겠습니까?

약속 대련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차치하고, 이원석 총장이 드디어 대통령 일가에 대한 정의롭고 공정한 수사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해도, 검찰은 이 민심을 제대로 살펴야 합니다. 국민은 검찰이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그 점은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것도 있어요. 이번 수사 명령이 만에 하나 특검법을 피해 보려는 꼼수로 작동한다면, 혹은 그러한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이제 검찰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 훼손될 것입니다. 수사 명령의 의도가 무엇이건,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공정하고 적법한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후 첫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국민은 공감을 원했을 거로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도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어요. 아쉽습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이 없고 민생에 대한 공감도 없는 자화자찬은 민망하고 부끄럽고, 공허했습니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채 상병 특검법’에도 ‘정치공세’, ‘지켜보자’ 같은 허탈한 답변만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민심을 어떻게 읽고 이번 총선 결과는 어떻게 이해했을지도 궁금합니다. 기자회견만 본다면 민심이나 총선 결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