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친일청산...전북에만 100건 이상 산재
[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 뉴스 톺아보기] 2020년 8월 14일(금)
75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금요일.
지역언론들은 친일청산 이슈를 주요 의제로 다루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친일 잔재들이 산재해 있다.
연례적 행사처럼 행정기관들은 꼭 광복절이나 3.1절 등을 전후해 친일청산 계획을 내놓거나 성과를 하나 둘씩 발표하는 수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광복절을 앞두고 전라북도는 도내에 있는 친일 잔재 청산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북도는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이 올 11월로 완료되면 지역내 곳곳에 산재한 친일의 잔재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친일청산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창산 내용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계획 단계에 머무는 중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친일청산은 실체가 모호하거나 반대에 부딪히면 중단되고 말아 아쉬움이 크다.
전주시도 덕진공원 내 김해강 시비 옆에 친일행적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을 내놓는 등 광복절을 앞두고 친일 잔재 청산의지를 밝혔다.
전주시와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전주 출신인 김해강 시인이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황국신민화와 대동아공영권을 찬양한 것으로 보고 뒤늦게 안내판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해강 시인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명 ‘가미카제’로 불렸던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라는 시를 남겨 친일시인으로 알려진지 오래다.
그의 시는 진주만에서 죽은 일본군 9명의 죽음을 칭송하고 있고, ‘아름다운 태양’, ‘호주여’, ‘인도 민중에게’ 등도 일본 제국주의 편에 서서 쓰여진 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전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덕진공원에 시비가 버젓이 세워져 있다.
이제야 전주시는 친일행적 안내판 설치와 함께 그가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 또한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다른 시ㆍ군들도 광복절을 맞아 친일청산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주로 계획들이란 점에서 관습적인, 일회성 행사에 그치기 일쑤다.
전북일보는 이날 친일청산 문제와 관련해 문제점을 1면에서 짚었다. “도내 곳곳에는 아직 처리되지 않고 남아있는 무수한 친일잔재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사는 “가련산 순국학도 현충비나 다가공원 호국영령탑 등이 일본 양식으로 확인됐고, 정읍 충렬사의 이순신 장군 영정마저도 친일잔재 논란이 있으며, 덕진공원 취향정 내 박기순 칠순잔치 기념현판이나 부안 줄포면사무소 창고 안 이완용 송덕비, 기린봉 인근 친일파 이두황 후손의 땅 1만여 평도 재산환수 문제가 걸려있다”고 썼다.
신문은 이어서 “지금까지 파악된 전북지역 친일잔재는 모두 118건으로 지역별로는 전주 27건, 군산 31건, 익산 12건, 정읍 4건, 남원 3건, 김제 7건, 완주 9건, 진안 4건, 무주 2건, 장수 1건, 임실 2건, 순창 2건, 고창 9건, 부안 5건 등”이라고 보도했다.
새전북신문이 이날 사회면에서 쓴 ‘일제잔재 직급명칭 변경, `근거없다'’는 기사도 광복절을 앞두고 눈길을 끈다.
그러나 기사는 “전주시가 ‘사무관’, ‘주사’ 등 지방공무원의 직급명칭이 일제 잔재라며 인사혁신처에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1년이 넘도록 답보상태”라고 전했다.
기사는 오히려 인사혁신처 관계자의 말은 인용해 “직급명칭이 일제의 잔재라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면서 “명칭 변경시 인사관리시스템 개편에 따른 사회적 매몰비용의 발생과 국가직공무원과의 형평성, 향후 직위 중심의 인사제도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친일청산 작업은 전주시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냈다.
한편 이날 눈여겨 볼만한 사건 기사가 있다.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 있는 재판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만 하다.
이례적으로 다섯 차례나 연기되고 1년 5개월이나 끌어와 많은 의혹과 논란을 일으켰던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20대 총선 당시 친형 등 주변 인물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관한 1심 재판이 이제야 열렸다.
형사사건은 6개월 내에 1심 선고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번 재판은 기소된 뒤 1년이 넘도록 1심 선고가 내려지지 않으면서 늑장 재판 비판이 일었지만 언론은 전날 이뤄진 재판 결과만을 단순하게 보도했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연하)은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호영 의원의 친형 안 모씨(59)와 당시 안 의원의 선거캠프 총괄본부장 A씨(52)에게 각각 징역 1년과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4년 전인 지난 20대 총선 당시 경선에서 탈락한 상대당 후보 조직을 매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안 의원의 친형이 이날 법정구속돼 충격이 크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거캠프 관계자 B씨(52)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완주·무주·진안·장수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예비후보 이 모씨(당시 완주군 통합체육회 수석부회장) 측에 3차례에 걸쳐 1억 3,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었다.
증인 출석과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잇따라 재판이 연기되면서 선고가 늦어졌다는 이유지만 일반인들 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들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소 후에도 현역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등 왕성한 의정활동과 21대 총선에서 당선되기까지 법원이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야 1심 판결을 한데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1년 넘게 끌어온 후보 매수 사건과 관련해 안호영 의원의 친형과 핵심 측근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안 의원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게 됐다.
무엇보다 법원이 현직 정치인에게 유독 관대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기소 이후 1년이 넘어서야 늑장 판결이 내려진데 대해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지난 4.15 총선 이전에 이 같은 재판결과가 나왔더라면 안 의원이 재선에서 당선될 수 있었겠느냐"는 불만도 흘러 나온다. 그러나 지역 일간지들은 사안을 축소하거나 1심 재판 결과에만 치중한 스테레오타입의 기사들을 보도해 빈축을 샀다.
일부 지상파 지역방송사들이 늑장 재판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을 뿐이다. '유전무죄, 유권무죄'라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다음은 8월 14일 아침, 전북지역 신문과 방송들의 주요 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전북도, 고삐 죈다 -1면
정세균 총리 “용담·섬진강댐 방류문제 진상규명해야” -1면
남원시 특별재난지역 지정 -1면
친일행적 시인 김해강 ‘단죄비’ 세운다 -2면
안호영 의원 친형, 법정구속 -4면
전북도민일보
정총리 "수자원공사 댐 방류 적절성 여부 철저 조사하라" -1면
"재난지원금 3~4배 증액 필요" -1면
도내 병·의원 336곳 오늘 집단휴진 참여 -1면
전주시 올해도 일제 잔재 쓱싹 일본군 칭송 김해강 시인 단죄 -4면
20대 총선 상대후보 매수 혐의 안호영 의원 친형 ‘법정구속’ -5면
전라일보
'폭우 피해' 남원 특별재난지역 지정 -1면
“폭우피해 원인 규명-복구 조기 수습 다급 -1면
안호영 의원 친형 징역1년 ‘법정구속’ -4면
새전북신문
횡령-배임 전주시 청소용역업체 실질 대표 기소의견 검찰 송치 -1면
남원시 '특별재난지역' 지정 -1면
“두살 때 끌려간 아버지, 독립유공자로 돌아왔다” -1면
일제잔재 직급명칭 변경, `근거없다' -5면
'상대 후보 매수' 안호영 의원 친형 법정 구속 -6면
KBS 전주방송
안호영 의원 형 ‘정치자금법 위반’ 법정구속
‘독립운동 불씨’ 동학농민혁명 가치 재평가 시급…과제는?
전주MBC
'후보 매수 사건' 안호영 의원 친형 등 실형
댐 걱정 없으면 끝? 대응 매뉴얼 '있으나 마나'
진안 용담댐 찾은 정세균, "복구 최대한 지원"
JTV
'상대 후보측 매수' 안호영 친형 등 법정구속
섬진강 지천 제방도 무너졌다
초당 유입량 2,096톤 vs 방류량 413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