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4대강 정치 공방'
김상수의 '세평'
여야가 4대강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 한심한 현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세 가지로 원인을 나누어 말한다.
첫째, 어떤 누구보다도 이명박 4대강 사업의 허구와 사기(詐欺)를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감사원에 4대강 사업 전면 감사를 지시했다. 1년 2개월의 감사 결과 감사원 발표는 이랬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이 각 부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명박이 방문조사나 질문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이명박의 지시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또 "이명박의 행위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고발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니? 이명박의 지시가 형법상 명확한 직권남용(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인데, 감사원은 "혐의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지시 중 어디까지가 권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사업을 추진한지 사실상 10여년이 지나 징계시효와 공소시효가 대부분 지났다. 사업을 결정한 국장 이상은 다 퇴직하고 지시에 따라서 업무를 처리한 직원들에 대해 어떤 인사상 불이익을 주라고 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생각했다"고 발표했다. 이게 문재인 정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다.
여기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개혁 의지는 출발에서 어긋나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를 세운 촛불시민의 국가 개혁 의지는 무기력과 맞닿은 큰 봉변을 당한다.
3년이 지나서 감사원장 최재형의 “문 대통령이 41% 지지를 받은 걸로 아는데 과연 국민의 대다수라 할 수 있느냐'고 한 발언에서 그의 정체는 뒤늦게나마 폭로됐다. 이런 자에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제 중에 가장 중요한 ‘이명박 4대강 사업 사기’ 실체를 밝히라고 했으니, 기가 막힌 사태였다.
대통령과 민주주의 시민의 국가 개혁 과제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1년 2개월이나 걸려 '하나마나한 이명박 면죄부 감사' 결과에 감사원을 즉각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글을 여기에 올렸다.
어떻게 해야하나?
민주당이 집권당이라면 책임지고 엉터리 감사를 한 감사원장 최재형을 탄핵하고, 4대강 사업에 따른 특별법'을 발의 국회 통과시켜 4대강 사기 사업 주동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하천 수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의 국토를 완파시키고 23조라는 막대한 국고를 낭비한 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특히 4대강 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한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실시해 4대강의 생태가 망가지는 것을 방관한 인물인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국토해양부 차관과 장관을 거치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을 하다가 4대강 살리기 본부장에 발탁된 후 현장 지휘자로 활동한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심명필, 환경운동을 하다가 돌변해 4대강 사기 사업 추진본부 부본부장을 한 차윤정, 수자원공사 사장 김건호, 4대강 사기 사업에 엉터리 수리(水理) 환경이론을 제공한 이화여대 교수 박석순, 미국 위스콘신 대학 교수 박재광, 4대강 사기 사업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한 이재오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 이외 4대강 사업 주요 훈포상자들은 처벌해야 맞다. 그리고 가장 핵심 인물인 이명박을 의법 처단해야 한다.
둘째,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결사반대했다. 예산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애를 태웠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이 시대착오적이고 자연을 역행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위한 눈가림 하천 사업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부실은 박근혜 시기 감사원에서도 문제는 지적됐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시 파헤치고 4대강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민주주의 시민의 의지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이 됐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물길을 강제로 틀어막은 보(댐)는 해체되지 못했고 복원 정책은 표류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MBC PD수첩에서도 거론됐지만 오늘까지 4대강 문제에서 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백해무익한 ‘보’를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해당 지역민들이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문제를 회피하면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내고 정책실장을 한 김수현이 문제였다. 그리고 김혜애 전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문제의 당사자들이다.
지금 흐르는 물길을 강제하고 보(댐)로 물길을 막았다가 일시에 터니, 이명박 4대강 파탄의 결과가 수해에 큰 악영향을 끼쳤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미통당은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도리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억지 호재로 삼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왜? 이렇게 질질 끌려가는 정부가 된 것인가? 4.15 선거로 집권당과 정부에 힘을 실어준 국민들, 민주주의 시민들이 왜? 자꾸 문재인 정부와 괴리를 느끼게 되는 것인가?
요체는 문재인 정부가 정부 출범 이전에 한 대 국민과의 공약을 실천하는 강력한 실행 의지의 박약함이다. 공약을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통한 득표로 정권을 잡았는데, 그 공약들은 실천하는 정책으로 집약되어야 한다. 인사도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 취임초 지지율은 한 때 80% 가까이 육박했고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이 충분했다. 아무리 야당이 발목을 잡아도 대통령제 대통령의 명령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갈 수 있었다. 이것이 대통령제 헌법에서의 ‘통치력’이다. 이명박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을 ‘보’로 틀어막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국토를 절단내고 파괴한 동력을 이명박은 “통치행위”라고 강변했고 감사원은 23조 예산 낭비를 지적하고도 이명박 항변을 수용했다. 대운하가 아니라고 국민울 속이며 미친 짓을 한 것인데도 감사원은 이명박이 “문제 있지만 책임은 없다.”라고 통치력이라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럴진대 문 대통령은 자연을 복원시키는 대통령 공약에서 ‘선(善)’한 통치력은 발휘할 수 없는 것인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여론 몰이를 하고 야당이 트집을 잡고 나오면, 공약은 ‘공론화’나 ‘여론 조사’라는 미명으로 지리멸렬되는 식이다. 4대강 복원도 그렇고 탈핵발전 문제도 그렇고, 매사 그런 식이었다. 이는 민주주의 의사 표시인 투표를 통한 ‘공약의 추인’이란 민주주의 의사 결정이 묵살되면서 결과적으로 민심의 괴리와 통치력의 약화를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74일 남았다. 문재인 정권 망하면 안 된다.
/김상수(작가ㆍ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