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주관방송사 KBS, 지역홈페이지는 왜 차별하나?

미디어 비평

2020-08-09     박주현 기자

“공중에 수도꼭지와 샤워꼭지를 수십 개, 수백 개 틀어 놓은 것 같아요”

“마치 하늘에서 물 폭탄이 날아 든 것 같아요”

지난 7일부터 전북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 잇따르고 있다.

침수와 산사태, 붕괴, 이재민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다. 8일 호우경보 속에 545mm의 폭우가 쏟아진 전북지역은 섬진강 제방이 붕괴돼 수많은 강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거나 불안에 떨고 있다.

남원, 순창, 임실, 장수, 진안, 완주, 김제 등 거의 모든 전북지역 강이나 댐 주변 주민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거나 대피해야 하는 등 폭우로 인한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8일까지 전북지역 누적 강우량은 순창지역이 최고 545mm를 기록하는 등 시간당 최고 78.5mm의 비가 쏟아지며 총 200 여건의 비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이날 오후 1시쯤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인근의 섬진강 제방 약 100m가 붕괴돼 금지면 4개 마을 주민 300여 명이 금지면사무소 옆 문화누리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기록적 폭우로 곳곳 피해...긴장, 불안, 공포 확산

전북일보 8월 9일 오전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전북지역에 지난 7일부터 집중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7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모두 810여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장수군에서는 산사태로 50대 부부가 숨졌고,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남원 금지면과 인근 마을 주민 7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폭우로 인해 주택침수가 473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주로 농어촌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인근 학교 강당이나 마을회관 등에서 피난 중이다.

전북도민일보 8월 9일 오전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기상청은 전북지역에 강한 비가 계속되겠으며 이번 비는 1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제5호 태풍 '장미'까지 북상 중이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며칠째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나 축대 붕괴 등의 사고와 불어난 강물에 물놀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출을 자제하고 시설물 관리에 주의하는 등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새전북신문 8월 9일 오전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지역의 대부분 언론사들도 비상 상태다. 주말과 휴일에도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일부 신문사들은 긴급 당직제도를 운영하면서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며 홈페이지와 자사 인터넷신문에 비 피해와 폭우 상황을 중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방송사들은 폭우로 인한 피해와 기상 상황을 실시간 속보로 내보내는 등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해 더욱 분주한 모습들이다.

전주MBC 8월 9일 오전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방송사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쉽게 상황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실시간 기상예보와 피해 상황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은 텔레비전을 쉽게 시청할 수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상세 정보 서비스를 앞 다투어 제공하고 있다.

JTV 8월 9일오전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그런데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지역총국의 경우 긴급 재난 상황임에도 호우관련 피해 속보나 기상 상황 대신 메인화면 상단에 '국악한마당'이나 '예능프로그램' 등 지역의 고정 프로그램들을 홍보하는 배너 등을 크게 노출시키고 있다. 

서울 본사 홈페이지와는 달리 재난 상황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차별적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재난 위기 상황임에도.

재난 주관방송사 KBS, 서울과 달리 지역 홈페이지 운영 소홀, '불만' 고조

KBS는 전주총국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총국의 홈페이지가 거의 일률적으로 고정 프로그램들이 메인화면 상단에 큼지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폭우 피해가 급증하며 재난 위기 상황임에도 고정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상단의 비중 있는 화면 하단에 위치한 '주요뉴스'를 통해서 비로소 폭우 피해 뉴스와 속보를 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KBS 전주총국 8월 9일 오전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홈페이지 상단에 중요 뉴스를 노출시키고 있는 다른 지상파 방송들과 달리 재난방송 주관방송사가 지역총국 홈페이지를 본사와 달리 운영하는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서울 본사 홈페이지는 재난주관 방송사답게 운영하는데 왜 지역총국들은 허술하게 운영하는지, 지역엔 방송 종사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지역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도 아닌데, 왜 차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방송공사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법으로 지정돼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재난방송은 재난 발생 및 발생 우려가 있을 때 이를 예방하거나 대피 ・ 구조 ・ 수습 ・ 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방송'을 지칭한다.

KBS 본사 홈페이지 8월 9일 오전 메인화면(갈무리)

인명구조와 재난 등의 수습 및 복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신속 ・ 정확하게 제공하고, 재난지역 거주자와 이재민 등에게 대피 ・ 구조 ・ 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재난 상항이 발생할 때 KBS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지난 2019년 4월, 뉴스특보를 통해 8분 가량 산불 소식을 전한 후 정규 편성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해 논란이 일었다.

정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는 동안 재난 상황은 자막으로만 전달했지만 비난이 쇄도했다. 특보를 중단하고 정규방송을 재개하는 등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질책과 함께 “KBS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전 국민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시청해야하는 모범적인 방송사가 되어 줄 것"을 지적받기도 했다.

"수신료 받아가지 마세요" 청원까지 등장

그런데 최근 대형 폭우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가지 마세요!"

지난 7월 23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오른 글이다. 이날 밤사이 1,200여 건이 넘는 비 피해 관련 신고(오전 5시 기준)가 접수됐을 정도로 폭우가 내린 지역이다.

기상청은 당시 부산에 내린 최대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는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은 강수량이었다고 전했다.

부산지역에 재난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속보로 부산 대신 서울의 호우 소식을 먼저 다뤘다는 주장이 나와 '언론과 정부 기관 등이 지방의 재난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일었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공영방송 KBS가 책무를 다하지 않아 부산을 비롯한 경남 일대가 물 폭탄을 맞은 상황에도 이를 중점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수도권 중심 재난방송, “아직도 서울공화국 착각?”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서 KBS 수신료를 받아가지 말라'는 등 분노로 가득 찬 글들이 게재됐다. 기습적인 집중 폭우로 인명, 재산피해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에도, 공영방송이 재난 보도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지방이란 이유로 재난피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 아니냐”, “'서울공화국'이란 말처럼 수도권만 중심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냉소도 쏟아졌다.

KBS는 "재난방송 보도기준에 따라 특보를 냈다"고 해명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나 지역 주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마다 본사와 달리 운영되는 홈페이지는 더욱 불만과 불편심리를 자극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KBS는 최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수신료 인상 카드를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재난 상황을 알리는 차별적 홈페이지 운영 시스템을 보면 "수신료를 왜 인상해야 하느냐"는 따가운 비판과 지적이 당장 나올 만도 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