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국회의원 1석 줄고, 전 선거구 '축소·조정' 불가피...총선 코앞 선거구 변동 ‘대혼란’, “정치권 뭐했나” “농도 여건 무시” 비난 확산

총선 이슈

2024-02-23     박주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선거구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획정위원회의 원안을 받겠다고 국민의힘에 통보함에 따라 전북의 국회의석수가 1석 줄어드는 등 각 지역 선거구마다 분구·합구 등으로 선거 막판에 조정이 불가피, 대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우리 당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만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원안 그대로 받자고 했다"며 "어제 국민의힘에 획정위 원안을 그대로 받아서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구 획정안 협상 ‘백기’...전북 총선 앞두고 1석 감석, 3개 선거구 개편 ‘술렁’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게 홍 원내대표 주장이지만 앞서 지난해 말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전북과 서울 의석을 1석씩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 1석씩 늘리는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전북지역 현행 10개 선거구의 감석과 대폭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서울 강남과 부산의 지역구는 의석을 그대로 두는 대신 민주당 우세 지역인 전북 의석을 1석 줄이는 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전북을 유지하고 부산을 1석 줄이자던 민주당의 제안을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획정위의 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고 여당도 논의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준연동형제를 선택하자 여당은 모든 합의를 백지화하자고 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선거구 획정안에 백기를 든 셈이 됐다.

정동영 “도민들 염원 깡그리 무시해 버린 처사...전북 정치권, 무기력만 보여주고 말아”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전주시 병 총선 예비후보

이와 관련 민주당 총선 전주시 병 정동영 예비후보는 이날 긴급 논평을 내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전북지역 국회의원 선거구를 9석으로 줄이는 획정안 원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전북지역 국회의원과 180만 도민들의 염원을 깡그리 무시해 버린 처사”라고 분개했다.

정 예비후보는 또한 “10명의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원내대표 한명을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전북 출신 최고위원은 커녕 원내대표 하나 만들지 못한 정치권 현실이 이처럼 맥없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 목소리를 중앙에 여과없이 전달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면서 “농도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 잣대에 의해 선거구를 잘라내는 현실 앞에 전북 정치권은 무기력만 보여주고 만 격”이라고 질타했다.

정 예비후보는 “전북을 지켜달라고 원내대표에게 매달리는 ‘읍소정치’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원팀으로 뭉쳐 최고위원도 만들고, 원내대표도 만들어 냈어야 했다”면서 “의원 숫자는 많지만 전북의 자존심을 지켜내는데 역부족이었음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선거구가 1석 줄어들게 되면 이 지역 총선판은 대혼란에 휩싸이게 되며 각종 기형적 선거구 탄생이 불가피하다”면서 “전국을 통틀어 지방에선 유일하게 전북 의석만 1석 줄어드는 엄중한 현실을 현역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희 “당을 떠나 전북지역 국회의원들 머리 맞대고 합리적 대안 시급히 도출하자”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사진=강성희 의원실 제공)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전주을)도 앞선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북에서 국회의원 1석을 감소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며 “아무리 인구수를 참작한 안이라 하더라도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예산삭감에 이은 전북 무시, 전북 홀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심각한 지역 불균형과 지역소멸 위기 속에 국회의원 의석수마저 줄어든다면 전북도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당을 떠나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안을 시급히 도출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거구 조정 문제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해설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들께 이번 주 내에 전북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단일 안 마련을 위한 ‘전북 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한다”며 “상황이 긴급한 만큼 빠른 답변과 적극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여야는 선거를 41일 앞둔 29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정읍·순창·고창·부안’, ‘남원·진안·무주·장수’, ‘김제·완주·임실’ 등으로 선거구 개편·축소 가능성

국회의원 배지(자료사진)

한편 전북 의석이 줄어드는 기존 획정안이 확정될 경우 정읍·고창 선거구는 정읍·순창·고창·부안 선거구로 변경될 예정이다. 또 남원·임실·순창 선거구 역시 전면 개편돼 인구가 많은 남원을 제외한 임실·순창이 떨어져 나갈 예정이며 대신 진안·무주·장수가 합구되는 남원·진안·무주·장수 선거구로 재편되는 안이 유력하다. 또한 현재의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는 김제·완주·임실 선거구로 변경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지역구도 전면 변경되는 등 유권자들은 더욱 혼선을 겪게 될 처지에 놓였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12월 5일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발표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지난해 12월 5일 부산(북구·강서구), 인천(서구), 경기(평택시·하남시·화성시) 등 6개 지역구를 늘리고 전북을 비롯한 서울(노원구), 경기(부천시·안산시) 등 6개 지역구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전북과 경기 부천 지역구 감석을 놓고 여야가 다른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용납할 수 없는 편파적인 획정안'이라면서 오히려 서울 강남과 부산 지역구 감축을 요구해 온 반면, 국민의힘은 전혀 다른 입장이어서 대치 국면을 유지해 왔다.

선거법상 1년 전 확정해야 할 선거구 획정, 늑장 결정에 전북 유권자·후보들 '혼선, 불안'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전북의 경우 인구 기준 하한선에 미달된 익산시갑과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선거구는 축소·조정이 불가피하다. 인구수 하한(13만 5,521명)으로 인해 일부 지역과의 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맞게 된 전북지역 선거구는 현재 익산시갑(12만 9,153명), 남원·임실·순창(12만 9,776명), 김제·부안(13만 968명) 등 3곳에 해당되기 때문에 인근 선거구와 합병되거나 조정될 운명에 처했다.

더욱이 선거구 획정안대로 전북의 선거구 축소 조정으로 국회의석이 1석 줄어들게 되면 거센 저항은 물론 향후 선거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획정위는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 시작일인 2월 21일을 선거구 획정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여야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결론이 더 늦어졌다.

국회는 역대 총선 관련 선거구 획정이 18대 총선의 경우 선거일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에 이뤄졌으며 21대는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39일 전에 확정됐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선거 1년 전에 마무리 짓도록 하고 있지만 국회가 이를 지킨 적은 한번도 없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