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189명 전공의 오늘부터 근무 중단, 응급·마취 등 진료·수술 '차질 불가피'...남은 의료진 “2주 지속될 경우 의료 대혼란”, 환자·보호자들 “옮길 곳 없어 더 불안”

이슈 현장

2024-02-20     박경민 기자
전북대병원은 입구에 전공의 사직 관련 안내문을 붙여 놓고 비상진료체계에 돌입했다. 

“업무 신청에서 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세 배 더 걸렸다.” 

“당장 예약된 수술이 지연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다.” 

“의사가 부족하다면서 왜 의사 수 늘리는 데 결사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19일 오후 전북지역 최상급 병원인 전북대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가 제출된 이날 일부 업무가 느려지기 시작하자 병원이 종일 술렁거렸다. 특히 업무과를 비롯한 각 진료과마다 예약 수술 및 진료 확인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보다 앞선 지난 15일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17일 해당 의대생 집단 휴학계 제출 소식이 전해진 원광대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상황 파악과 예약 확인을 위한 환자 및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과 내홍의 후폭풍이 전 의료현장으로 불어닥친 가운데 전북지역 거점국립병원인 전북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한다는 방침에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전북대병원 20개과 189명 전공의 사직서 제출...비상진료체계 돌입 ‘혼란’, “2주가 고비... 그 이상이면 의사들 버티기 힘들어”

전북대 전공의 사직 관련 안내문

전북대병원은 이날 오전 20개과 189명의 전공의 전원이 병원 행정부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진료 지연과 차질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병원 입구에 안내해 놓았다. 이처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가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한 전북대병원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집단행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병원 내 업무 및 의료 차질이 본격화됐다.

앞서 지난 15일 전공의 22개과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달 15일까지 근무한 뒤 16일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했던 원광대의대도 17일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에 이은 19일 휴학계 철회 등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주예수병원도 전공의들의 전원 사직 등 집단행동은 아직 없지만 과별이나 개인별로 사직의사를 밝힐 것으로 병원 측은 예상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차지하며 수술과 진료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의 집단 사직은 병원의 정상 운영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북지역 주요 병원 의사들 중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764명 중 401명으로 34.4%에 달한다.

그 중 전북대병원은 249명 중 187명으로 가장 많은 42.9%를 차지하며 원광대병원은 305명 중 126명(41.3%), 예수병원은 229명 중 76명(33.2%), 군산의료원은 40명 중 6명(13.9%), 남원의료원은 34명 중 2명(5.9%), 대자인병원은 108명 중 2명(1.9%), 마음사랑병원은 13명 중 2명(15.4%) 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북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인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은 전공의가 전체 의사의 40%를 넘는 상황이어서 두 병원의 전공의 부재 시 의료체계 혼란은 물론 남은 인력의 업무 가중과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편·불안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응급의료센터와 마취과 등의 의료차질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집단 부재 속에 당분간 전문의 위주로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게 되며 업무 축소와 응급 및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센터와 대부분이 전공의들로 구성된 마취과 등의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런 상황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2주가 지속되면 남아 있는 의료진들도 더는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점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장 병원 옮길 곳도 없어 막막”...전공의 집단 행동, 의료 공백 현실화에 환자·보호자들 불안 고조

원광대병원 전경(사진=원광대병원 제공)

한편 원광대 의대 학생들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160명이 17일 단체 휴학계를 냈다가 이틀 만인 19일 지도교수들의 설득 등으로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20개과 전공의 126명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15일까지 근무하기로 했다는 원광대의대 측 발표는 당초 알려진 바와 다르게 7명만이 사직서가 제출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날 전국의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 명령’을 내리고 '불법 집단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일부 상급병원에서는 갑작스런 퇴원 통보를 놓고 환자와 병원 측 간에 마찰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입원한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큰 수술을 예약해 두었거나 아직 수술 날짜가 안 잡힌 환자와 보호자들은 갑작스러운 병원의 비상진료체계 안내에 마냥 기다려야 할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보호자 임모 씨는 이날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인데도 퇴원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갑자기 받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지만 옮길 곳이 없어 막막하다”며 “여러 지방대 병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더욱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