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당엔 '더불어'가 없어...신당이 민주당 강하게 만들고 신당 덕분에 투표율도 올라갈 것"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론가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한다. 과반은 기본이고 180석을 얻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대표적으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다. 조기숙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 중 한 명이다.
왜 조기숙 교수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를 어렵다고 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제3당이 적어도 '메기 역할'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
- 22대 총선이 두 달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난 대선 때부터 역대 최악의 양대 정당이 적대적 공생 관계를 해왔는데 제3지대의 등장에 의해서 양당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공천을 질질 끌면서 제3당의 앞길을 막는 걸 보니 제3당이 두렵긴 한가 봐요. 제3당이 적어도 메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제3당은 언제나 나왔지 않나요?
“이번엔 조금 다르죠. 왜냐면 양당의 당 대표를 역임했던 분이 나와 있거든요. 또 제3당을 하겠다는 분들이 여기저기 지금 굉장히 많고 앞으로도 또 양당의 공천에 따라서 이탈해서 제3지대에 합류할 현역 의원이 많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지율은 양당이 높게 나오잖아요. 양당 지지율이 높으면 3당에게 갈 지지율이 없지 않나요?
“그런데 그 지금 지지율은 믿을 게 없어요. 일단 정치 고관여층도 양당을 싫어하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을 보고 속단하면 위험하죠.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 때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높았어요, 그래서 2016년 총선에서 논평가들이 그때 새누리당이 과반 혹은 180석도 할 거라고 했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잖아요. 선거 전에는 여론이 믿을 수 없게 나와요. 우리 국민들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고 정치 혐오에 빠져 있어서 지금 나오는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면 돼요.”
- 개혁신당 창당에 도움 준 거로 알거든요. 교수님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도 하셨고 또 손꼽히는 친노로 알고 있는데 개혁신당을 돕는다는 게 약간 의외인 거 같아요. 기사보니 아들 때문에 이준석 대표에게 관심 가지셨다고 나오던데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닐 것 같은데.
“이준석 대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들이 이 대표를 공부하라고 해서 그가 쓴 책과 인터뷰, 관련 자료를 모두 봤어요. 이 대표의 롤모델은 노무현 대통령이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항상 꿈꾸셨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대연정을 해야 된다고 늘 주장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양당은 가장 적대적이고 가장 무능해요.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양당을 보고 굉장히 화를 내셨을 것 같아요. 근데 친노로서 어느 한쪽을 편든다든지 이걸 좌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양당에 철퇴를 가하려면 제3당이 나타나야 된다고 주장을 했었고 또 실제 그런 양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신당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 친노로부터 비판받을 것 같은데.
“그건 마피아적 가족주의 사고방식이에요. 뭐냐면 내 식구면 다 잘하고 다 옳다는 사고방식이지요. 내가 노무현과 문재인을 지지했던 건 그들이 그 당시에 국민의 요구에 충실했고, 옳은 길을 갔기 때문이지 친노라서 지지했던 건 아니에요. 내가 원조 친노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노무현 정신과 어긋나게 가는 민주당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친노 정신이 아니죠. ‘우리 편을 왜 비판하냐’, ‘왜 내부 총질하냐’라고 하는데 정말 필요한 내부 총질은 해야죠. 그래야 혁신이 돼도, 국민을 위하는 길이죠. 노무현 대통령은 늘 국민이 이기는 세상을 꿈꾸셨어요.”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시키겠다는 약속 저버리고 또 준 위성정당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
- 그럼, 지금 민주당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우선 민주적이지 않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이번에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시키겠다는 약속 저버리고 또 준 위성정당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그렇죠. 근데 그 결정 의원들이 한 게 아니라 당 대표한테 일임했어요. 이게 무슨 '민주정당'이에요. 그 다음에 '더불어'도 없죠. 왜 '더불어'도 없냐면 비명이나 친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지역구에는 그들이 잘못했든 안 했든 관계없이 친명 후보들이 가서 '개딸들'에게 공천 달라고 신호 보내는 거예요. 이런 패거리 정치지 어디 '더불어'가 있어요. 그다음에 세 번째는 그 지지자들이 물불을 안 가리고 변별력이 없죠. 그래서 당 대표가 원하는 건 물불을 안 가리고 뭐든지 하고 남에게 언어폭력, 실제 폭력도 저지르는 정당이 바로 포퓰리즘 정당이죠. '반민주'적 정당을 정치학자들은 포퓰리즘 정당이라고 해요.”
- 이재명 대표 말은 지금 민주당이 1당 안 되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못 막으니 1당이 되기 위해 위성정당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군소정당들하고 다 같이 과반수가 되면 되죠. 제3당도 지금 윤석열 정부 심판을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하잖아요. 근데 왜 민주당이 꼭 1당이 돼야 하는 거예요? 제3당과 합쳐서 과반이 되면 되죠. 그러면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법 공약을 왜 한 거예요? 그때는 일당 되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때도 중요했죠.”
-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탈당하며 민주당에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없다고 하는 데 동의하세요?
“제 책 <민주당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이미 구구절절 설명을 해놨는데, 김대중의 포용과 상생의 정신도, 노무현의 ‘명분 없는 승리보다 명분 있는 패배가 낫다’는 정신도 지금 민주당엔 조재하지 않죠. 김대중 총재는 정동영 의원의 정풍운동을 탄압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 의견 받아들여 국민참여경선 도입해서 노무현의 대선 승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납니다.”
- 일각의 주장이 이준석 대표는 총선 후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는데.
“그럴 일은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준석은 사실 본인이 나왔다기보다는 국민의힘에서 쫓아낸 사람인데 국민의힘에서 다시 받을 일은 없죠. 그리고 특히 한동훈이라는 젊은 리더가 있는데 이준석을 받아서 갈등을 일으키려고 할까요?”
- 지금 제3지대 관심은 빅텐트 성사 여부잖아요. 9일 제3지대 4개 세력이 합당한다고 발표했어요. 이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제 예상보다 일찍 전격적으로 합쳐서 더 감동이 큽니다.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하니 제3지대 정치인들이 이에 반응한 거라고 봅니다. 적대적 공생으로 못난 상대 믿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양당과 달리 제3지대 정치인은 역시 국민 무서운 줄 아는군요. 잘 하셨고 그들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 기존 개혁신당에서 발표한 노인 무임승차 폐지 등 정책과 공약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준석 대표의 의도는 이런 문제에 대한 정치권에서 논의를 하자는 의도였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각 당의 모든 정책은 통합정당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그런 정책을 논할 시간이 없어요. 제3당이 태어난 이유, 그 쟁점에 초점을 맞춰서 선거에 집중할 때라고 봅니다. 정책적 논의는 선거 후에 원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굳이 당론을 만들 필요도 없어요. 충분히 토론하고 자유투표를 해야 국회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개혁신당,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도 상당히 파괴력 있을 것"
- 과연 통합한 개혁신당은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까요?
“수도권 지역은 물론 호남에서도 상당히 파괴력이 있을 것이고, 특히 국민들이 위성정당을 심판하기 위해 비례대표 투표는 개혁신당에 몰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 교수님은 제3지대 지지하는 이유가 국민의힘 과반을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말은 신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의 걸림돌이라고 해요.
“그분은 선거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런 말 할 수 있겠죠. 근데 한마디로 틀린 주장이에요. 왜냐면 이거 이승만·박정희 때 북한의 위협이 있으니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해서 많이 듣던 논리 아니에요? 그래서 정부에 반대하면 안 되고 지지해줘야 된다는 거죠. 독재 논리인데 실제 민주화 이후 우리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고 북한에 비해서도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갖게 됐고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지 민주화로 인해서 우리가 망했나요?
신당이 지금 민주당을 강하게 만들고 신당 덕분에 투표율도 올라갈 거예요. 신당이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없어요. 민주당은 무조건 투표율이 올라야 이겨요. 근데 신당이 없었다면 20~30%, 그것도 정치의식이 굉장히 높은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할 거였다고요. 그러면 민주당이 패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신당이 안 나오고 이대로 갔으면 국힘이 과반 할 거라고 봐요.”
- 만약에 신당이 없었으면 국힘이 과반 했을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때요?
“지금은 신당이 나오면 투표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민주당이 유리하죠. 왜냐하면 개혁신당도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신당과 민주당의 표는 나눠지더라도 결코 국힘에게 유리하지 않죠. 그리고 사실 민주당이 다 하나로 합쳤던 때가 언제냐면 정동영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했던 2007년 대선이죠. 그때 투표율이 2007년 60.03%예요.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랑 비교하면 10.8%가 더 낮아요. 합쳤다고 이기는 거 아니에요. 오히려 분열했던 2002년 대선, 국민통합21 정몽준과 민주당하고 분열했지만 승리했죠. 그다음에 2004년 총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분열했잖아요. 열린우리당 과반수 승리했어요. 2016년 국민의당하고 민주당하고 분열했어요. 그런데도 민주당은 1등하고 국민의당은 36석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분열하면 지고 합하면 이긴다? 하나도 안 맞아요.”
- 이유가 뭘까요?
“우선 분열하면 정당이 많아지죠. 투표율이 올라가요. 그러면 지역구는 전략적 선택 해서 될 만한 정당에 밀어줬기 때문에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분열되면 정당 정체성이 뚜렷해져요. 그래서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투표하러 나오거든요. 투표율과 정당 정체성의 강화 이 두 가지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거예요.”
- 지금 국민의힘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기가 있잖아요?
“선거가 다가오니 윤석열 대통령이 대담도 찍었잖아요. 사과할 걸로 예측했는데 제 생각이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과거 여당은 선거 앞두고 뭐든지 합니다. 특히 보수당은 선거 앞두고 한 번도 그냥 지나간 적이 없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 귀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사과 한마디면 국힘 지지자들은 찍을 준비가 돼 있었어요. 국민들이 알고 속아주는 게 아니에요.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층 중에서 국민의 힘 편향된 지지자들은 일단 나이도 많고 충성도도 높기 때문에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한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 견제 여론이 높게 나오는 거지 실제 투표일 다가오고 윤석열 대통령이 뭔가 사과하고 다른 제스처를 보이거나 달라진 척을 하면 다시 국힘에 투표합니다.
선거 다가오면 이 사람들이 바보라서 다시 찍는 거 아니에요. 찍을 명분을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거거든요. 그 명분을 반드시 보수당은 줘요. 그래서 한동훈이 지금 국힘 정당 지지도를 올렸고 지금 논평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윤 대통령은 정말 상상 초월입니다. 그렇다면 제3당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제3당 탓할 때가 아닙니다.”
"한동훈도 도덕적으로 조국이랑 다를 게 뭐가 있나?"
- 한동훈 위원장이 인기가 많은 건 뭘까요?
“일단은 세대교체의 대표적인 인물이죠. 근데 이준석도 물론 세대교체의 상징이긴 했지만 이제 이준석은 여러 가지 개인의 특성 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면 한동훈은 적어도 이준석보다는 더 겸손해 보이고 능력이 더 있어 보이죠. 왜냐하면 이준석 대표는 정치권에서 능력으로 증명된 건 없잖아요. 당 대표 외에는 의원을 안 해봤으니까요. 근데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으로서도 인기가 꽤 괜찮았죠.”
- 하지만 검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 않나요?
“있지만 국힘 지지자들은 검찰의 제도적인 문제라고 보는 거지 꼭 한동훈만의 문제라고는 안 보는 거죠. 국힘 지지자들은.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지 않겠어요? 또 그렇지 않은 쪽은 이거는 검찰도 문제고 한동훈도 문제라고 보겠죠. 물론 저 같은 사람은 한동훈은 절대 찍을 일은 없을 거예요. 저는 한동훈은 장관도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도덕적으로 조국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측은 한동훈 위원장 좋은 면만 보는 거죠. 그렇잖아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당파성에 의해서 자기편은 좋은 면만 보죠.”
- 지금 상황에서 총선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 전망하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구도는 이미 다 드러났지만, 후보와 선거 전략을 봐야 돼요. 선거 시작하고 선거 전략을 봐야 돼서 3월 중순 정도 선거 전 운동이 시작돼서 양당의 전략을 봐야지 평가할 수 있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