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환경의 '명암'과 끊어야 할 '관행의 고리'
손주화 칼럼
#1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만든 대전충남기자협회 체육대회 관련 영상이 지난 2일 공개됐다. 대전충남기자협회 사례는 전북기자협회 사례하고도 동일하며 다수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영상에 나오는 저 많은 경품과 운영비와 연수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래 내용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전북기자협회는 '제12조 임원의 의무'로 "회장과 지회장을 비롯한 운영위원은 연 2회 이상 협회보를 발간하며 광고유치를 통해 협회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몇 년 전 전북지역 홍보예산과 관련한 민언련 보고서를 보면, 매년 1회 씩 <전북기자협회보> 발행 시 3,000만원 또는 2,000만원 이상 광고를 지방정부와 의회에서 걷고 있었다.
공공기관과 대학, 기업 등 광고비까지 더하면 그 금액은 더 커질 거라 생각되는데, <전북기자협회보> 발행을 2회로 늘리면서 지자체 등은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이는 '보험성 광고비 지출'로 봐야 하며 기자이기에 얻는 특권에 해당한다. 지역 사회, 지역 언론환경 개선은 이런 관행을 끊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2
KBS에서 최근 발행한 <사보>를 읽다 보니 '라디오 PD가 1인 4역 하고 있는 사례'가 3면에 나왔다. '제작비 절감 효과는 덤'이라며 '제작비를 연간 3,000만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또 2면에는 '1,431억원 적자예산 편성…"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극복"'이라는 제목과 함께 적자 예산으로 인한 대응 방안으로 '인건비·방송 제작비 등 비용예산 1,373억원을 긴축 편성하겠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맥락상 제작비 절감 사례로 읽히는 인터뷰다.
그런데 이미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렇게 일하고 있다. 한 명의 PD와 한 명의 작가 구조 또는 PD가 정말 혼자 일하는 곳도 있고, 산재가 걱정될 정도로 혼자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갑자기 못 나오게 되면 방송사고로 이어지는 환경이다. 이걸 경영진이 '선택과 집중'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 정말 무능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3
좋은 지역 의제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짝이는 지역 풀뿌리 언론 기자들이 만들어 낸 의제다. <완주신문>, <진안신문>, <무주신문>, <장수신문> 기자들이 다가오는 22대 국회의원 선거 취재를 위해 뭉쳤다고 한다.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이기도 한 지역의 4개 신문사들은 현재 한 선거구에 해당되는 언론사들이다. 총선 후보 인터뷰 및 정책 제안 등을 위해 협력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획과 활동력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미디어 이중 소외 지역인 '완무진장'에서 지역의 풀뿌리 언론사들이 모여 뽑아낼 선거 의제들이 매우 궁금하다. 아울러 기존 일간지 및 방송사들과 어떤 차별성을 보일지 더욱 궁금하다. 주민들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에 많은 응원과 격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손주화(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