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사람이 권력 다 움켜쥐고 국민 겁박, 야당 겁주고 위협...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 본질”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2024-01-29     이영광 기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병에서 22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상임고문은 지난 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와 민주당을 지키고 전북과 전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 상임고문의 출마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그의 정치적 경륜을 높이 평가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현역 경쟁자인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병)은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못 돌린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을 비판하는 정 상임고문에 대해 이석현 새로운미래 창준 위원장은 정 상임 고문의 국민의당 전력을 거론하며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26일 전주시내에서 정 상임고문을 만났다. 다음은 정 상임 고문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불평등·불평화 문제 해결하라고 180명씩이나 뽑아줬는데 역할 발휘 못 해...22대 국회는 바꿔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사진=정동영 제공)

- 2일 출마 선언을 하셨잖아요. 20일엔 개소식도 했고요. 주위 반응이 어때요?

“출마 선언하고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작년 말과 지금 굉장히 온도 차이가 있어요. 작년 말에는 제 출마 여부 묻는 사람이 많았고 요새 만나는 사람들은 다 바꿔야 된다는 얘기 그리고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할 때라는 제 주장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다 바꿔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정 상임고문은 4선 의원 출신이시죠.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서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새로운 인물도 필요하고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도 필요한 거죠. 우리는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을 절반씩 물갈이 하잖아요. 이거는 의회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에서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예요. 예를 들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직원을 싹 물갈이한다면 그 기업이 잘 운영되겠는가죠. 마찬가지로 선진의회가 있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등 우리보다 의회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들 보면 다선 중진 의원들이 많아요. 물론 신인도 있지만 신인이 주축은 아니에요.”

- 전주시병 현역인 김성주 의원은 정 상임고문의 출마에 대해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못 돌린다고 하던데.

“지금은 물레방아 돌리는 시대가 아니에요. 지금은 싸워야 할 때예요, 무슨 얘기냐면 원자력 발전소 돌려서 반도체 공장 돌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잖아요. 듣도 보도 못한 대통령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런 대통령 끌어내리는 것이 저는 국민의 이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남북 평화를 완전히 깨버렸잖아요.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지금 설마 하고 태연해요. 물론 동요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만 멀쩡한 한반도의 평화를 깨버리는데 방관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굉장히 손해 보는 일이고 국가가 위태로워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하죠. 그러나 이 싸움의 전선에서 전북의 의원들은 존재감이 없잖아요. 그래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지금 민심이라고 생각입니다.”

- 1996년 15대 총선 출마로 정계 입문하셔서 28년이죠. 한때는 당내 소장파로 불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올드보이로 불리잖아요.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지난 연말에 KBS 방송 봤는지 모르지만 ‘골든걸스’라고 인순이라는 가수 또 맨발의 디바 이은미 또 신효범이라는 가수 신효범 또 박미경이라는 가수 등을 JYP에서 트레이닝 해서 골든걸스라는 60대 걸그룹이 등장해서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화제예요. 그런 것처럼 우리 정치에 골든 보이즈 앤 걸스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왜냐 21대 국회가 역대 국회 가운데 최악이에요. 계속 진영 대결과 갈등과 싸움밖에 없었잖아요. 그래서 22대 국회는 바꿔야 되죠. 그러기 위해서는 신인도 필요하지만, 능력과 경륜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21대 국회가 지금까지 중에 최악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양당제 때문 아닌가요?

“그렇죠. 그리고 21대 국회에 민주당을 180석이나 몰아줬는데 제도 개혁을 아무것도 못 했어요.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고 한심한 일이에요. 그만큼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것이죠.”

“윤석열 정권 심판하라는 여론 폭풍처럼 강해...이낙연 신당이 가로막으면 그건 걸림돌 정당“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정치력이 부족했던 것이고 민주당의 개혁 정체성 노선이 불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평화 정체성과 서민 정체성이 있어야죠. 우리나라의 문제는 두 가지잖아요. 현재 하나는 불평등의 문제 하나는 불평화의 문제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180명씩이나 뽑아줬는데 역할을 발휘 못 했어요.”

- 민주당 정부에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세요?

“근본적인 처방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꿔줘야죠. 예를 들자면 우리 사회가 지금 제일 낭비 심한 것이 교육이잖아요. 말하자면 거기에 시간과 돈과 비용과 땀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데 아웃풋은 빈약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아요. 민주 정부가 교육 개혁에 손대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죠. 누구나 다 고통을 받거든요. 지금 이게 저출생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요. 생애 주기에 비정상적인 사이클이 지금 돌아가고 있는 거거든요. 근데 그 핵심 중에 하나만 얘기한다면 학벌 자본 사회죠.

어느 대학 나왔냐로 평생 계급 제도 같이 돼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지금 올해 수능 시험 본 학생이 50만 명인데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300개 대학에서 시설과 선생님 역량은 한 학년에 60만 명을 가르칠 수 있어요. 그러면 누구나 다 원하면 대학을 다 갈 수 있는 조건이에요. 그런데 왜 안 되냐면 서열 때문이에요. 그러면 이것이 과연 좋은 제도인가요? 온 국민이 그 제도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 제도를 바꿔줘야 되는 거죠. 그걸 제도 개혁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180석을 줬을 때 그런 개혁을 힘차게 했어야죠.”

- 이낙연 전 대표 등 탈당 세력을 국민의힘 2중대라고 비판하시잖아요. 이에 대해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새로운미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정 상임고문도 국민의당 갔다 오지 않았냐고 비판하던데 뭐라고 하시겠어요?

“정치인은 물고기고 국민은 물이에요. 그런데 20대 총선 때는 전라북도 유권자들이 절대다수가 제3당을 원했어요. 그래서 휩쓸었잖아요. 저는 전라북도 민심에 순응한 거죠. 제가 고향 순창에 내려가 있을 때 민주당의 문재인 대표가 순창 복흥면으로 민주당에서 같이 하자고 저를 찾아왔고 안철수 씨가 또 찾아왔어요. 그때 제 기준은 전북도민들이 다 제3당을 원했어요. 그래서 도민들의 그 의사에 따른 거죠.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어요.

왜냐하면 지금 안철수 씨가 어디에 있습니까? 국민의힘이죠. 그걸 그때 꿰뚫어 보지 못했죠. 제가 보는 눈이 없었던 거죠. 저는 전북도민들이, 호남 유권자들이 원하는 제3당 가지고 한국 정치를 다당제로 가서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타협하고 협상하고 합의하는 정치 문화를 꿈꿨는데 이 사람(안철수)이 날아가 버렸잖아요. 제3당 실험은 실패한 거죠. 사람을 잘못 본 데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길 가는 전주시민 누구를 붙잡고 이낙연 신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봐요. 물어보나 마나예요.”

- 지금도 무당층이 많잖아요.

“그것도 현실이지만 그러나 지난 20대 국회 때는 제3당에 대한 욕구가 태풍처럼 강했다면 지금은 뭐가 강하냐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는 게 폭풍처럼 강합니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되는데 이낙연 신당이 가로막으면 걸림돌 정당이죠.”

- 민주당에선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지지자들은 수박이라고 공격하며 자신에게 총알이 있다면 쏘고 싶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죠. 이 정권은 연성 파시즘 정권이에요. 연성 독재는 강성 독재에 반대잖아요. 강성 독재라는 것은 총·칼 고문 등 야만적인 체제인 것이고, 윤석열의 연성 독재는 야당도 있고 사법제도도 있고 그럴듯하게 돌아가긴 하지만 권력을 대통령 한 사람이 다 움켜쥐고 국민을 겁박하고 야당을 겁주고 위협해서 끌고 가는 거죠. 근데 그 정권에다가 야당 대표를 잡아가라고 표결해요. 그게 뿌리죠. 그게 정상적인 지금 정당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까? 그것은 배신이죠.”

“떨어진 사람 찍은 표, 다 죽은 표가 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어긋나...기본 원칙에 충실한 '연동형비례제' 주장했던 이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19대 국회 때 연동형을 주장하셨잖아요. 지금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돌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것도 첫 단추를 잘못 뀄어요. 우리 국민들이 반대하지만 이것은 400석으로 증원하는 대신 10년 동안이든 20년 동안이든 국회의원의 세비와 국회에 들어가는 경비를 동결해서 제대로 연동형비례를 하는 것이 맞죠. 47석으로 연동제도 아니고 준연동제라고 시늉만 낸 건 연동형비례제 그 정신에 벗어난 거죠. 물론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는데 정말 우리 정치를 개혁해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면 용기 있게 국민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소중한 유권자의 1등 당선자 말고 2등, 3등 4등 5등 떨어진 사람은 찍은 표가 다 죽은 표가 되잖아요. 이것은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나거든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그런 연동형비례제로 가야 되죠.”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50석으로 의석을 줄이자는데요.

“250석보다는 25석이 더 좋죠. 25석으로 국회를 하면 거의 왕 뽑아놓는 거나 마찬가지죠. 대통령이 한 사람이니까 왕 노릇 하잖아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려면 국회 의석을 늘려야 돼요. 그런데 그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을 싫어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다 싫어하고 다 반대해요. 그러나 국민이 싫어한다고 그게 옳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지금 국민들은 줄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판단이에요.”

- 예전 선거는 정당이 미래 비전과 시대정신을 얘기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게 없고 상대 당 비판만 하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번 총선을 정치학자들은 중대 선거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번 선거로 국회 판도만 바뀌는 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는 의미죠. 그런 점에서 사실 양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 또 ‘야당으로서는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겠다’라는 대안 제시 같은 것이 중심으로 돼야 되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정부 여당은 검찰 수사권 기소권을 가지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계속 그런 발톱을 드러내고 있고 거기에 맞서서 야당도 지금 정부 여당을 어떻게든지 비판하고 공략하는 그런 쪽의 대응전략을 하고 있어서 선거가 싸움판이 되는 거죠. 비전과 대안 제시가 아니라요.

이것은 지금 2년 전부터 예고됐죠.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부터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한 번도 안 만난 아마 우리 의회 사상 없는 일이에요. 이렇게 정치의 실종 상태 상태에서 지금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참 이것은 불행한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거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그 본질은 변함이 없죠.”

- 민주당이 너무 '반윤'만 주장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사적 대통령제죠.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교정하는 것이 또 야당의 역할이기도 하죠. 거부권 행사도 유분수지 자기 배우자 특검하자는 걸 거부권 행사한 대통령 비판하지 않으면 누굴 비판합니까?”

“명품 가방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가 조작 문제...특검법 상정해서 반드시 관철해야”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은 어떻게 보셨어요?

“테러는 전염됩니다. 막아야 되죠. 우리 사회는 그래도 치안이 안정된 사회인데 이렇게 백주 대낮에 야당 대표가 살해, 살인미수잖아요. 이번에는 또 국민의힘 의원이 테러당한 것들은 굉장히 안 좋은 조짐이에요. 이것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뭐냐면 상대를 죽여 없애서 내가 살겠다고 하는 그런 살벌한 원시 약육 방식의 질서가 아니라 상대도 함께 살 권리가 있는 사회 공동체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우리 국민들이 이번 기회에 확인했으면 좋겠고 정치권에서도 이렇게 테러가 난무하는 불행한 정치를 끝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22대 국회는 그런 점에서는 좀 확 달라지는 정치 문화를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 최근 핫 이슈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과 봉합이었는데 이 과정 어떻게 보세요?

“검사 정치의 민낯입니다. 나경원 쳐내고, 김기현 쳐내고, 이준석 쳐내고 그 다음에 한동훈은 사퇴하라고 하고, 이것은 정치가 아니고 대통령 권력 운용을 검찰 수사하듯이 하는 거죠. 이건 또 헌법 정신 위반이기도 해요. 권력남용이죠. 이것도 탄핵 사유에 들어가요.”

-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어떻게 보세요?

“가방도 부적절하지만, 명품 가방보다 몇 100배 몇 1,000배 더 중요한 문제는 주가 조작 문제예요. 주가 조작은 미국에서는 징역 150년 때리는 중대 범죄예요. 근데 대통령 배우자가 주가 조작 범죄 혐의를 받고 있잖아요. 명품 가방으로 이 주가 조작 사건을 가리는 것 같아요.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거죠. 대통령의 거부권은 자기 배우자 지키라고 준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보면 야당으로서는 특검제의 의결권이 왔잖아요. 이것을 통과시켜야죠. 통과시킬 방법은 뭐냐면 국민의힘에 공천 작업이 마무리된 뒤에 탈락자들이 국회 본회의에 나올 생각 별로 없을 거 아니에요. 그 시기에 특검법 상정해서 반드시 특검을 관철해야 합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