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트라이브' 출간

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2020-08-07     강병철 객원기자

만세, 드디어 끝!

2018년 늦가을, 알마출판사의 의뢰로 번역한 <뉴로트라이브>가 출간되었다. 명색이 소아과 의사이지만 자폐증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던 내게 책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번역하면서 많은 논문과 책을 참고했고, 덕분에 자폐라는 상태를 기본 정도는 이해하게 되었다.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그 속에 담긴 기막힌 사연들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북 토크를 열기가 가장 좋은 곳은 대형 출판사의 오프라인 매장인데, 저자에게는 자리를 내줘도 역자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홍윤희 이사님과 남영 선생님(Victoria Nam)을 비롯하여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에 전국을 누비며 10여 차례 북 토크를 열 수 있었다.

번역가가 뭐라고 가는 곳마다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장애를 지닌 자녀를 돌보며 세상의 온갖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위대한 부모들을 만났다. 캐나다에 돌아온 뒤에도 보고 들은 것, 나누었던 대화가 잊히지 않았다. 그분들께 어떻게든 신세를 갚고 싶었다. 공부하고 번역하고 책 만드는 일이 업인 사람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은 역시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빛이 될 책을 만들자"고 시작한 출판사가 나아갈 방향이 보이는 듯했다. 적어도 1년에 한 권 정도는 장애에 관한 책을 내리라 생각하며, 몇 개월 검토 끝에 첫 작품으로 고른 것이 바로 이 책 <In a Different Key>다.

'뉴로트라이브' 책 표지

아쉽게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퓰리처상 최종 후보 3권으로 꼽혔던 이 책은 자폐라는 상태가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인식된 때로부터, 모든 사람이 저마다 독특한 신경체계를 지닌 유일한 존재이며 그런 "스펙트럼" 속에서 자폐를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축복해야 한다는 신경다양성 운동에 이르기까지 자폐인과 그들의 가족이 지난한 삶을 살아내며 투쟁해온 눈물겨운 역사를 담고 있다.

그간 꾸준히 공부한 덕에 내용을 이해하고 풀어내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손과 목의 통증을 견뎌가며 길고 방대한 책을 옮기느라 악전고투했다.

오디오북 플레이 타임으로 보아 <인수공통>과 비슷한 분량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번역을 마치고 보니 A4로 660페이지, 19만 단어다. 책으로 묶으면 1천 쪽 정도가 나올 것이다. 예쁘게 만들어 9월말에 선보일 예정이다. <뉴로트라이브>와 함께 읽는다면 자폐의 역사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제 조금 빚을 갚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제부터 글을 다듬어야 하지만, 어쨌든 끝났다!

/강병철(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