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90여일 '임박', 아직도 ‘깜깜이 선거구'...'불공정 공천·특정당 잔치' 전락에 유권자들 ‘냉소’

정치 이슈

2024-01-05     박주현 기자

올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가 아직도 최종 확정되지 않은 깜깜이 선거구도 속에서 특정당 중심의 '총성 없는 공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과연 누굴 위한 선거인지 알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를 치를 기본적인 규칙마저 정해지지 않은 채 이미 각 지역에서는 특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등 이미 공천을 놓고 사활을 건 불꽃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 냉소주의를 정당들이 나서서 부추기는 등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깜깜이 총선'...전북 선거구 어떻게 변하나?

국회의원 배지

더구나 거대 양당이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올해도 선거 직전까지 ‘깜깜이 총선’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현행 전국 253개 지역구를 기준으로 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 업무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총선과 달리 선거구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는 32곳의 지역은 사실상 깜깜이 선거가 치러지는 형국이다. 2023년 1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합구와 분구가 각각 6곳, 지역구 조정 5곳, 자치구·시군 내 경계 조정 15곳 등이다.

이 중 전북지역은 전국적으로도 변화가 가장 극심한 선거구들이 포함됐다. 하한 인구인 13만 5,521명에 미달하는 김제·부안과 남원·임실·순창 선거구는 다른 지역과 합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전북은 현행 10석에서 9석으로 1석이 줄어들게 된다. 여야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전주와 군산을 활용한 특례선거구를 적용받지 못하면 10석 사수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전북의 선거구 중 전주·군산·익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은 현행 선거구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하한 인구에 해당되는 김제·부안과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의 경우 인근 정읍·고창, 완주·무주·진안·장수 선거구와 합쳐지거나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획정 지각 처리는 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로 제19대 총선은 44일 전, 제20대 총선은 42일 전, 제21대 총선은 39일 전에 결정됐다.

민주당 공천 과정, ‘불공정’ 가장 큰 화두...“현역 평가 결과 왜 공개 안 하나?”

국회 본회의장 모습(자료사진)

이런 선거구도 속에서 각 당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온갖 잡음과 부작용으로 혼탁해지고 있다. 불공정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역과 비현역 예비후보들 간 불공정 논란이 거세다.

4일 익산갑 출마를 선언한 고상진 예비후보는 공직자 선출직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 후보는 “민주주의의 출발은 공정한 경쟁이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당원과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질에 있어서 불편부당함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미 마무리된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를 숨기고 비밀에 부치는 것은 당원 및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경선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지역구에서 재선 삼선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현역 국회의원이 실제로 당과 당원, 유권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지역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바라는 것은 무책임한 책임 방기”라며 “총선기획단은 향후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공정한 경선을 위해서 하위 10%, 하위 20% 명단을 즉시 공개하도록 주문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비현역 예비후보들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7일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에 대해 기존의 하위 20%를 유지하되, 하위 10% 이하의 경우 경선에서의 득표수 감산 비율을 현재의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정했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특정당 ‘잔치’, 퇴색

그럼에도 전북지역에서는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끼리 주로 경쟁을 벌이며 공천에 사활을 걸고 나선 형국이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유권자들의 민심을 잡기보다 당의 당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북지역 국회의원은 선출직이 아닌 '민주당의 임명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유권자들 사이에는 “민주당이 장악한 전북 정치권은 ‘일당 독주’를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는 바람에 정치적 위상은 물론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며 “지역의 인구와 경제 역량이 갈수록 감소하고 왜소해지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선거철만 되면 쉼 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가 지역에서 언제부턴가 ‘특정당 잔치’로 퇴색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참여와 선택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