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정치 뉴스에서 정의당이 보이지 않고 있다...왜 그렇게 됐을까?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
언제부턴가 정치 뉴스에서 정의당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정의당은 비교섭단체라서 기사 비중이 많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원내 제3당으로 한 때는 지지율 10% 가까이 기록하기도 했다. 기사가 없다는 건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정의당은 11월 선거 연합정당으로 총선 치르기 위해 지도부 총사퇴 후 민변 출신인 김준우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 출범시켰다. 김준우 위원장이 진단하는 정의당의 문제가 뭔지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김 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녹색당·노동당·진보당·지역정당과 '선거연합' 협의 단계...1월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
정의당 비대위원장으로 활동 시작한 지 3주가 지났어요. 지난 3주 어떠셨어요?
“저희가 가치에 기반한 선거연합 신당 제안하러 다양한 정치 세력을 만났고요. 또 정의당 내부에서 앞으로 혁신 방향이나 총선 대응 방향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그 분 찾아뵙고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다음에 선거연합의 대상에 관해 당원 설문조사도 진행했고요. 그래서 녹색당·노동당·진보당·지역정당에 지금 선거연합과 관련된 협의를 하는 단계인데요. 녹색당과는 빠르게 협의가 잘 된 측면이 있어서 별도의 공동 기자회견 하기도 했고요. 저희 생각으로는 12월 말이나 1월 초까지 이러한 정치협상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 현실 정치에 뛰어든 건데 어때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은 정치인이 됐다는 실감이 확 들진 않고요. 제가 애정 갖고 있던 당을 위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일 하고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 어쨌든 국회 제3당 대표 역할이잖아요?
“그렇죠. 대표여야 되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대표 같지 않은 대표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이렇게 얘기하면 부끄럽지만, 정치인의 근육이 확 생겼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고, 그냥 정당 일을 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느낌으로 일 하는 것 같아요.”
- 비대위원장 제의 왔을 때 어떠셨어요? 그동안 방송에서 정의당 패널로 활동하셔서 비대위원 정도는 생각했을 것 같아요.
“조금 현실 감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비대위원 정도는 제안받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어쨌든 일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비대위원장을 제안해주셔서 많이 놀랐고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서도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당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결정했습니다. 어쩌면 하더라도 후회하고 안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면서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20년 동안 진보정당 노선 열심히 했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의석 배당...많이 지치면서 힘든 것도 있는 것 같아”
- 정의당에 와보니 제일 문제가 뭐였나요?
“일단 우리 사회의 복합 위기에 맞서서 시민이나 유권자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혹은 공감 갈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의 언어, 프로그램, 법률, 정책 이런 것들을 많이 만들지 못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심상정 노회찬 이후에 대표 간판 정치인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20년 동안 진보정당 노선 열심히 해왔는데 받는 지지율이나 표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적은 의석을 배당받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지치면서 힘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예전에 진보정당은 아젠다 세팅 능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 같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도 저희가 이끌어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정의당이 여전히 노동 문제에 있어서도 제일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고 실제로 법안들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 하거든요. 근데 예전에 비해서 진보정당이 내는 정책적 아젠다에 대해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수용성이 훨씬 좋아졌어요. 그러면 정책적 차이는 줄어들죠. 그랬을 때 현실화 능력이 더 큰 덴 거대 정당이니까 그런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저희가 빨려 들어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차별금지법 같은 경우도 예전 같으면 민주당에서 발의 안 했는데 지금은 차이가 있지만 발의를 하긴 하잖아요. 그런 부분들 때문에 국민분들이 보시기에는 차이점이 줄어들고 있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 앞서 심상정 노회찬 이후에 대표 간판 정치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조금 실패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나 그건 정의당이 사람을 키우지 못한 것 아닌가요?
“저는 정의당에 노회찬 심상정 이후에도 좋은 정치인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국민들이 보시기에 기억되는 정치인은 대선주자급이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진보정당 국회의원분이 기존의 노동운동이나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을 하셨던 분들이나 당 운동을 했던 분들이 국회의원이 된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단병호나 권영길이나 심상정이나 노회찬 같은 선배 정치인들과 색깔적 차이도 별로 안 보이다 보니까 가려진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정의당이 정당 안에서 사람을 키우고 발굴하고 육성하는 걸 거 잘했다고 보긴 어렵죠. 근데 그건 거대 정당도 마찬가지긴 하거든요. 그렇긴 한데 어쨌든 저희로서는 후배 세대 인재 발굴 양성에 더 중요한 것 같긴 하고,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어요.”
- 그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사실 제가 당 대표에 해당하는 비대위원장이긴 하지만 몇 달짜리잖아요. 당의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체질 개선과 관련돼서까지 충분히 고민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어서 당장에 프로그램으로 준비해 있다고 얘기하면 그건 또 거짓말일 것 같아요.”
- 근데 그게 지금 정의당에서 중요하지 않나요?
“중요한데 사람을 키우는 게 외부에서 인재 영입 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중장기적인 계획이 동반돼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건 바로 정답이 있는데 그걸 실행하지 않아서 못 했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지금 현역 의원분들께서 지역구를 어느 정도 돌파 해내면 거기서부터 다음 스테이지가 열릴 거라거로 생각하거든요.”
- 지금 현안 중 하나가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할지 문제잖아요.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하고 있죠.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는 것 같은데 이재명 대표도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쪽 같거든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일단 지금 선거 제도는 넓게 보면 탄핵 촛불연대를 통해서 만들어진 선거제도 개혁이고요. 이재명 대표도 대선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여러 차례 당론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확인했거든요. 그런데 총선 앞만 되면 이런 식으로 자기 얘기를 뒤집어요. 이런 민주당의 태도가 총선에서 스스로에게 위험 요소가 될거로 생각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선거제도 개악을 막는 데 최선의 노력 다할 생각입니다.”
- 만약에 병립형으로 가도 선거연합정당은 그대도 할 건가요?
“병립형이 된다고 저희 선거연합 정당 노선이 달라질 거로 생각하지는 않고요.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에 따라 바뀌는 건 진보정당이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권역별 병립형은 비례성 강화의 선거제도 개혁 가치 전면으로 부인...민주당 대단히 유감”
- 그런데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의미 없지 않아요?
“아니요. 저희는 진보정당 중에 가장 큰 정당이고 저희를 제외한 정당들은 사실 단독으로 3%를 돌파하기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진보 정당들이 같이 살 수 있는 제안을 저희가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저희의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병립형일 경우에 더더욱 진보정당이 가질 수 있는 의석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저희가 선거연합 정당 노선 계속 유지하는 게 저희의 진정성을 더욱 확인해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 그러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보세요?
“권역별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데 권역별 병립형은 더 심각한 퇴행으로 가는 거잖아요.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을 걸지만 실제로는 양당 독식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은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막아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역별 병립형은 비례성 강화라고 얘기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가치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거고 그러한 입장을 검토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 선거연합정당이 위성정당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저희가 제안하는 선거 연합정당은 일단 기본적으로 비례와 지역구를 하나의 당명으로 출마하는 거기 때문에 비례 전문 정당이 아니고요. 그리고 저희 당 자체를 외부 정당에서 입당해 주신 다음에 당명을 저희가 개정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위성도 아니에요. 따라서 저희를 두고 비례위성정당이라고 얘기하는 건 일단 팩트부터 틀렸다고 얘기 드리고 싶고요. 선거연합정당은 민주당이나 기본소득당 같은 데서도 법안으로 발의했어요. 다만 현재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이 안 돼서 저희가 실질적으로 선거 연합정당을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거지 정치적 꼼수나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더구나 저희가 비례 1, 2번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저희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다 이런 거랑도 관계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류호정, 탈당 안 하면 징계 회부할 것”
- 류호정 의원이 금태섭 전 의원이 하는 새로운 선택에 합류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정의당은 류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했지만, 거절했죠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비례대표라 출당하면 정의당 의석이 줄어드는데.
“저는 일단 공개적인 메시지로 이번 주 토요일(16일)까지 탈당을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만약에 탈당을 그때까지 안 하시면 비대위원회의 권한으로 중앙 당기위원회에 징계 회부 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기 전에 류호정 의원이 탈당하는 상식적인 선택 하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근데 오늘 라디오 나와 인터뷰하는 거 들어보면 내년 1월까지 탈당 안 할 것 같거든요.
“설득의 몫이나 이런 것들은 저희 몫이겠죠, 다만 언론의 전반적인 반응을 보더라도 류호정 의원의 지금 판단이나 선택이 그렇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는 것 같아요. 계속 그렇게 당적을 류의원이 유지하면 지금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이 시작하는 ‘새로운 선택’에도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 류 의원은 25%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것 같은데.
“저희가 당원 설문조사를 했고 거기 질문은 선거 연합정당을 같이 할 수 있는 정당들에 대한 질문이었거든요. 근데 세 번째 권력의 입장은 새로운 선택과 합당하는 노선이에요. 만약 합당하는 걸로 질문이 있었다면 당원들의 의견이 또 달랐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실시한 당원 설문조사에 대해 류호정 의원이 다소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계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 정의당의 고민 중 하나가 민주당 이중대 프레임일 것 같아요. 21대 총선 이후 벗어나려고 했죠. 근데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1년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사실상 함구령이 내려지는 걸 보며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고 폭로했잖아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진짜 이중대고 함구령이 내려졌으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구속영장 가결 표결은 어떻게 정의당이 했을까요? 그런 점에 비추어 봤을 때도 이건 사실이라기보다는 부당한 프레임이라고 봐요. 저희는 당론에 충실한 원칙적 입장을 취해도, 양 당에서 서로 다른 해석 해요, 지난 대선 직후에는 저희가 단일화를 안 했다고 심지어 국힘 이중대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게 양립할 수 없는 비판이에요. 저희는 원칙을 최대한 지키는 정당이었을 뿐이고,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프레임으로 저희를 공격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죠. 물론 그 부당한 프레임을 바꿔내는데 저희가 부족한 게 많고, 그래서 또 저희가 노력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연합신당 어디까지 같이 할지 모르겠지만 성사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
- 총선에서 목표가 있을까요?
“총선의 목표는 지난 총선 때 얻은 표를 다시 획득하는 게 목표라고 제가 누차 말씀을 드렸거든요. 2020년 총선에서 진보 정당들이 비례대표 기준으로 한 300만표 정도를 얻었어요. 그분들이 다시 저희 정당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해야 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일단은 선거연합 신당을 어디까지 같이 하실지 모르겠지만 성사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할 거고요. 내년부터는 새로운 정책 아젠다를 우리 사회에 던지면서 구도와 인물 중심의 선거를 정책 중심의 선거로 바꿔내는 데 저희가 해야 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저희 당에 대해서는 지지자뿐 아니라, 지지자가 아닌 분들까지도 기대를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기대를 많이 해주신 만큼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실망감도 더 크셨던 것 같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좀 더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좀 다가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 드리고요. 그럼에도 정의당이 있는 세상과 정의당이 없는 세상, 정의당이 있는 국회와 정의당이 없는 국회를 떠올려봐 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정의당이 있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서 비대위원장을 하게 됐고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