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신군부 핵심 3인 생존...정치권도 '서울의 봄' 영화정치...옛날 하나회가 했던 걸 검찰 인맥들이 하고 있다"
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70)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토를 보위해야할 군 본연의 사명과 책무를 내팽개치고 군을 권력욕의 수단과 도구로 삼은 '전두환 신군부' 일당이 1979년 12월 12일 벌인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세간의 화제다. '서울의 봄‘은 지난 9일 개봉 이후 18일 만에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는 등 1,000만 관객 돌파를 향한 질주가 '파죽지세'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의 봄’에 등장하는 ‘하나회’ 신군부는 5·18 광주학살의 핵심 인물들이란 점에서 이들 중 전두환·노태우·황영시는 사망했지만 정호용·최세창·장세동 등은 생존해 있음에도 아직도 5·18의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의 봄’ 상영 이후 '광주의 속내가 불편하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아울러 일부 지역에서는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될 것이란 지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영화 ‘서울의 봄’에 관한 다른 지역 언론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하나회 멤버 중 정호용·최세창·장세동 생존...아직도 5·18 진실 말하지 않고 있다”
광주일보는 <‘서울의 봄’ 영화 계기로 본 하나회와 5·18 광주>의 기획 기사를 내보내 주목을 모으고 있다. 8일 ‘‘서울의 봄’ 신군부 핵심 생존 3인 아직도 다문 ‘진실의 입’‘이란 제목의 기사는 “영화 ‘서울의 봄’의 마지막 장면은 국군보안사령부 청사 앞에서 찍은 전두환의 사조직인 ‘하나회’ 멤버들이 1979년 12월 14일 군사반란이 성공 한 뒤 찍은 기념 사진”이라며 “이들 중 일부는 1980년 5·18 광주학살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기사는 “전두환·노태우·황영시는 사망했지만 정호용·최세창·장세동 등은 생존해 있다”면서 “이들은 아직도 5·18의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화는 신군부의 핵심이자 전두환이 이끄는 군대내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1979년 12월 12일 이뤄진 쿠데타 과정을 그린다"며 자세히 소개했다.
"하나회는 5개월여 뒤인 5·18 당시에도 학살을 자행했다”는 기사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결과 전씨는 주로 국방장관실에 머무르며 진압 작전을 논의했으며, 광주 진압에 투입된 하나회에 대한 별도 지휘·보고 체계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하나회 원로로 등장하는 황영시(한영구, 안내상 배우)는 쿠데타 이후 육군참모차장 직함을 달고 진압 작전 논의에 직접 참여했으며 최세창(김창세, 김성오 배우) 제3공수여단장과 장세동(장민기, 안세호 배우) 수도경비사령부 제30경비단장은 광주 학살의 뒷배로 지목된다”는 기사는 “최세창은 광주에서 최초로 시민을 향한 집단 발포한 부대의 지휘관”이라고 못박았다.
이밖에 “쿠데타 당시 친구였던 김오랑(오진호, 정해인 배우) 소령을 사살한 박종규(박수종, 이승희 배우) 제3공수특전여단 15대대장은 5·18 암매장과 연관이 깊다”는 기사는 “15대대는 5월 21일 광주~담양 호남고속도로와 인접한 광주교도소 서쪽에 배치돼 시위차량뿐 아니라 비무장 민간인 차량에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15대대 부대원들은 이 때 수습한 시신들을 광주교도소 담장 인근에 암매장했다고 증언했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말미에서 “6일 현재 5·18과 관련된 ‘하나회’ 핵심 인물들 중 생존한 이는 정호용, 최세창, 장세동 세 명으로, 이들 중 누구도 5·18에 대해 사죄하거나 핵심적인 증언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장세동은 언론 인터뷰에서 ‘5·18에 대해서는 사과할 필요도 할 것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밝힌 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의 말을 인용해 “쿠데타에 이어 5·18까지 역사에 죄를 지은 이들이 지금에라도 진실되게 반성하고 회개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2·12사태만 집중 조명한 영화 처음...젊은 관객들 근현대사에 관심 갖게 하기에 충분”
광주드림은 8일 1면 등을 할애해 관련 내용을 크게 다뤘다. 1면에서 신문은 ‘‘서울의 봄’ 흥행 ‘광주’ 속내는 착잡‘이란 제목과 함께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에 등장한 조선대 촬영장소를 소개했다. 이어 기사는 “1980년 광주 5·18의 비극을 잉태한 역사, 1979년 12·12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527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며 “TV 드라마로 나오긴 했지만 12·12사태 하나만을 집중 조명한 영화는 ‘서울의 봄’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는 또한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10·26 사태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12·12사태만 집중 조명한 영화는 처음이라 중장년층에는 당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격동의 시기의 기억을, 젊은 관객들에게는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18 당사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라고 반문은 기사는 “정성국 5·18공로자회장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시민들이 5·18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의 발언과 함께 “특히 전두환 씨의 유해가 안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성공의 역사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고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광주 5·18민주화운동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다시 5·18을 시민들이 기억하고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강조한 이날 신문은 양재혁 5·18유족회장, 황일봉 5·18부상자회장,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정석희 광주시 5·18민주과장, 이명노·강수훈 광주시의원 등과의 인터뷰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도했다.
“공정하지 못한 사안에 공동으로 분노하는 젊은 세대 문화적 특징, 총선에 영향 미칠지 관심”
영화 ‘서울의 봄’이 현대사에 관심 커진 젊은 세대가 많을수록 다가오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심지어 이 영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편견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굿모닝충청은 8일 ‘'서울의 봄' 정치적 이용은 역풍’이란 제목의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칼럼에서 이 영화를 해부했다. 김 평론가는 이 글에서 “예상을 깨고 영화 ‘서울의 봄’ 엔딩곡은 군가인 ‘전선을 간다’였다”고 운을 뗀 뒤 예리하게 영상을 분석했다.
“수많은 노래 가운데 왜 이 곡이었는지 영화 내용을 되새겨 보면 이해할 수 있었다”는 그는 “국민을 위한 군인정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노래였다”며 “12.12 군사쿠데타 당시 아군끼리 비극적인 교전 과정에서 숨져간 정선엽 병장과 김오랑 중령을 상징할 수 있다. 그들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과 동일시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초점을 모았다.
아울러 “파죽지세로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한 그는 “특히 젊은 세대들이 예상 밖의 관람 릴레이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나아가 2030 세대들은 젊은 영화에만 그치지 않고 12.12 군사쿠데타에 관련한 모든 자료와 콘텐츠를 섭렵하고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다큐멘터리만이 아니라 학술 논문까지 학습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생성성 인공지능 챗GPT도 할 수 없는 것을 영화가 가능하게 해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공정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분노하는 세대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념이나 진영과는 별개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칙이나 규정을 깨는 반칙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심박동 인증샷을 올리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글 말미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자격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정치의 본분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평론가는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언제든 새로운 형태의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음을 더욱더 염려하는 정치여야 한다”며 “그것을 젊은 세대가 지켜보고 있으니 오히려 정치권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치권도 '서울의 봄'으로 영화정치 시작?”
정치권도 '서울의 봄'으로 영화정치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영남일보는 8일 ‘서울의 봄’이란 칼럼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다”며 “네티즌들은 ‘결말 알고 봐도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의 줄임말)" "후반으로 갈수록 더 화난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돈 주고 스트레스 샀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와중에 정치권도 '서울의 봄'으로 영화정치를 시작했다”는 기사는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저지선 확보"라거나 '군(軍)부독재 아닌 검(檢·검사)부독재’라는 말을 만들어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모양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현재에도 있다’고 했다. 현 정권에 불만을 품을 수 있지만 선거를 통해 집권한 대통령을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이와 같게 보는 것은 일반적인 시민이 보기엔 '선 넘은'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칼럼은 “누군가는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선전도구로 여기는 모양새”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지역 언론들과는 사뭇 다른 각도로 바라본 대목으로 읽힌다.
“총과 칼이 없어도 똑같은 사회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9일 ‘44년 전 ‘서울의 봄’을 목격했던 기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표완수 전 경향신문 기자(76)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해 시선을 끌었다.
“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취재기자였던 그는 ‘전두광’에 의해 삶이 뒤바뀐 이들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한 기사는 “그해 12월 13일 국방부 출입 기자가 탄흔이 선명했던 살벌한 현장을 편집국에 전해줬지만, 제대로 된 취재나 기사는 불가능했다”고 전제했다.
기사는 그 이유로 “10·26 계엄령으로 서울시청에 언론검열단이 설치됐다. 소령이 단장, 대위나 중위가 검열관이었다. 하지만 검열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한 자는 보안사령부 준위였다. 보안사 세상이었다”고 한 표 전 기자의 말로 대신 설명했다.
표 전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12‧12 사태 이후 검열이 강화됐다”고 회상했다. “이듬해 서울의 봄, 서울대생들이 서울역 시위에서 보도블록을 깨 투석하고 경찰은 진압봉을 휘둘렀다. 그런데 진압봉 사진은 빼고 투석 사진만 실으라고 했다”며 “검열관이 선별한 기사로 조판 작업 뒤 납 활자 위 먹칠로 찍은 대장을 가져가 또 검열받았다. 이중검열이었다. 신문은 완전히 편향적이었다. 신군부는 운동권 학생들 수배 사진(머그샷)을 사회면에 실으라고도 요구했다. 검열은 전방위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밖에 기사는 “표 전 기자는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주목했다”면서 “총과 칼이 없어도 똑같은 사회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옛날 하나회가 했던 걸 윤석열 검찰 인맥들이 하고 있다. 1979년을 보며 2023년에 분노하는 이들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 그의 말을 무게 있게 전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