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삼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입주민들 중 ‘대학생·외국인·노인’ 상당수 차지...‘신탁 사기' 이유 정치권·행정 ‘뒷짐’만, 입주민들 ”수사라도 신속하게 해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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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박주현 기자

“세입자 절반 이상이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에 사기 피해 사실을 고소했지만 언제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하게 될지도 기약이 없어 더욱 막막합니다. 제발 정치권과 행정기관이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 주기 바랍니다."

4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완주군 삼례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삼례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 대책마련 간담회'에서 피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정삼균 대표는 이렇게 간절히 호소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해당 기사]

완주 삼례 임대아파트 ‘전세사기 피해’ 눈덩이...외국인 40여명 등 절반 이상 세대 피해 사실조차 몰라, 행정 지원대책 시급

국회의원·전북도·LH 관계자들 피해 아파트 입주민들과 대책회의...뾰족한 해법 찾지 못해 

4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완주군 삼례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삼례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 대책마련 간담회'에서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당장 구제 및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자료사진) 

삼례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 형식의 대책회의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을 비롯해 전북도의회, 전북도, 완주군, 삼례읍 관계자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아파트 입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세입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구제 및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은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해결 방안에 있어서는 '신탁회사를 낀 담보신탁 전세사기'란 이유를 내세워 마땅한 구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LH가 피해 아파트를 매수해 공공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과 피해 입주민들에게 지자체 등이 나서서 저리 또는 무이자 대출 지원을 해주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기존에 제시된 수준 외에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수천만원 빚 떠안은 외국인, 학생, 노인들 ‘막막’...이자 부담 갈수록 ‘눈덩이’ 

완주군청 전경(사진=완주군 제공)

이날 피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피해 구제와 지원 방안으로 금리가 낮은 대출 등을 안내 받았지만 매일 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할 뿐더러 또 다른 빚을 떠안게 되는 것"이라며 "입주민들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과 대학생, 노인들은 수천만원의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신속한 수사와 완주군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전북도와 완주군 관계자 등은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뒤 여러 방면으로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문제는 신탁계약 전세사기는 현재 특별법에서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뾰족한 방법이 사실상 없다"면서 난감해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는 119세대에 이르며 이 중 99세대는 임대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해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전북도는 우선 LH와 협의해 공공임대 아파트 공실 57호를 활용해 시세 대비 30∼50%로 피해자들에게 공급하고, 저소득층과 청년층 등 위주로 임대보증금(2,000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하는 등 오는 7일부터 임시로 전세사기 피해 접수 창구를 운영하여 법률상담을 운영하고 생계비와 주거비 등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앞서 전세사기에 휘말린 이 아파트는 전 세대 '일괄매각'으로 공매가 이뤄졌지만 유찰돼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개별매각' 방식으로 재공고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개별 구매자가 나타나거나 소송 결과에 따라 세입자들은 강제로 퇴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처지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법'이 한시적으로 시행됐지만 이번 삼례 전세사기 건은 이른바 '신탁등기 전세사기'로 피해자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특별법이 정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세입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전북도의회 “행정 실직적 지원대책 소극적” 

전북도의회 전경

이와 관련 전북도의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임상규 전북도 행정부지사에 대한 정책질의 및 부서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의했지만 원론적 답변 수준에서 맴돌았다. 

당시 서난이 도의원(전주9)은 “완주군 삼례 피해 아파트 127세대 가운데 임대차계약이 신고된 세대는 119곳이며 11월 1일 기준 99건의 계약이 만료됐다. 이 중 임대차보증금은 모두 25억 2,000만원 규모”라고 밝힌 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이주 장소마저 찾지 못하면서 길바닥에 내몰릴 처지에 놓여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127세대 가운데 외국인 세입자는 40여명이 있으며 인근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중소기업 근로자 등이 이곳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강조한 서 의원은 “이들에 대한 법률 상담, 긴급 주거지원 정보 제공 등은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 도움으로 연결되지 못라고 있다”며 행정의 소극적인 대책을 질타했다.

이날 윤수봉 도의원(완주1)도 “LH와 협의해 공실이 있으면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게 하는 등의 선제적 대응이 아쉽다”면서 “생필품·이사 비용 지원도 중요하지만 당장 임대보증금이 없으면 한계에 직면하는 피해자를 위해 LH와 협의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조에 뒷짐만 지고 있는 전북도를 비판했다.

이에 임상규 행정부지사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 강구 주문에 적극 공감한다”며 “피해자들의 긴급생활안전을 위해 완주군과 협의해 도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피해 입주민들 “수사·재판이라도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전북경창철 전경

한편 삼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입주민들은 "현재 사기 피해 사건이 완주경찰서에서 전북경찰청으로 이첩된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와 함께 빨리 검찰에 사건이 송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완주경찰서는 부동산 회사 관계자 4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으나 전북경찰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지난달 22일 이 사건을 이첩해 재수사 중이다. 

이날 피해 아파트 비상대책위 정삼균 대표는 “민·형사상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수사와 재판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길 입주민들은 바라고 있다"며 "당장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가장 근접한 행정기관인 완주군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