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법 또 거부권 행사, 불통·독선 국정 언제까지?”...“이동관, 짧은 기간 정부 코드에 맞춰 언론계 쑥대밭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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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3     박주현 기자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 대상에 올랐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8월 25일 임명된 후 98일 만인 1일 사퇴했다. 그러나 논란이 거세다.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사의를 밝히자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사표를 수리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동관 체제와 같은 언론 통제 기조를 신속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이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취임 1년 6개월 만에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정치력 부재와 불통·독선적 국정운영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란 비판과 함께 탄핵 폭주와 거부권 악순환이란 양비론도 제기됐다. 국내 주요 일간지들의 시각은 어떤지 언론사의 논조를 가장 정확히 드러내는 사설과 함께 언론 비평 전문 매체들의 관련 기사를 톺아보았다. /편집자주


“이동관 사퇴 사필귀정, 대통령 사과하고 방송장악 멈춰야”

진보언론과 보수언론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다. 먼저 경향신문은 2일 ‘사필귀정된 이동관 사퇴, 대통령 사과하고 방송장악 멈춰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탄핵안을 발의한 야당을 비난하면서 탄핵안 가결 시 수개월간 위원장 직무정지로 방통위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를 우려해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어불성설이다“며 ”100일도 못 채우고 탄핵 논의를 자초한 그의 사퇴는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라고 못박았다. 

사설은 그 이유로 ”이 위원장은 지명 전부터 부적격 인사로 지목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 등을 지내며 언론 통제를 주도한 전력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임명했다“고 밝혔디.

이어 ”이 위원장은 정부 기조에 맞춰 ‘가짜뉴스 척결’을 내걸고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 옥죄기에 나섰다“는 사설은 ”‘공산당 언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운하며 몰아붙였다“며 ”KBS 사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YTN 민영화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던 중이었다. 그 결과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그를 임명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날 또 다른 사설 ‘노란봉투법·방송법 또 거부권 행사, 불통·독선 국정이다’에서 ”거부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어 행사는 극도로 절제돼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통째로 거부하는 건 협치에 벽이 될 뿐이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사설은 ”계속 독선적 국정운영을 고집한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국정동력이 생길 리도 만무하다.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윤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여론에 귀를 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노동자 희생 딛고 국회 문턱 넘은 노란봉투법 무산...노-정 관계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

한겨레는 이날 사설 ‘노란봉투법 좌초시킨 정부, 더 큰 노정 갈등 부를 것’이란 제목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끝내 노란봉투법을 좌초시켰다“며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재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적잖은 노동자의 희생을 딛고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을 합당한 근거도 없이 무산시킴에 따라, 향후 노-정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방송 3법’과 함께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해당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는 사설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며 ”야당 의석을 다 합쳐도 어려워, 앞서 무산된 양곡관리법·간호법 등과 같은 운명에 처해진 것이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일제히 ‘탄핵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민주당 책임이 크다’며 같은 프레임으로 반격하고 나서 대조를 보였다.

”총선용 억지 탄핵, 무도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거부권 행사는 예견“

조선일보는 2일 사설 ‘총선용 억지 탄핵이 일으키는 국정 파란’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민주당의 탄핵 표결 강행을 앞두고 사퇴했다.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탄핵안에 이 위원장의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을 기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검사들 탄핵안에 쓴 내용을 복사해 붙였다. 무도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고 화살을 민주당에 똘리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선 대통령이 새 방통위원장을 지명하면 또 탄핵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고 예단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탄핵 폭주와 거부권 악순환에 갇힌 정치’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된 데는 탄핵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민주당 책임이 크다”며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는 이동관 위원장의 사퇴로 무산된 가운데,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은 여당 불참 속에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또 사설은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국회의 재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무리한 법이었던 만큼 거부권 행사는 예견됐다”며 “야당의 강행 처리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뒤 “협상과 설득을 통해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 대신 거부권에 의존한 대통령도 정치 파행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없다”고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특검법 처리도 벼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정쟁 늪에 빠져 또 시한 넘기는 예산, 그 와중에 멍드는 민생’에서 “3개월 만의 방통위원장 하차는 여야 ‘방송 쟁탈전’의 상징적 장면”이라며 “현 정부는 방송 정상화를 명분으로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 교체에 나섰고, 민주당은 현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탄핵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파업을 부추긴다”(노란봉투법)거나 “친민주당 단체의 영향력 확대”(방송 3법)라는 지적에도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고 지적한 사설은 ”정부 여당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라는 주장만 내세웠을 뿐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12월 중에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특검법 2건의 처리를 벼르고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탄핵 표결 처리를 앞두고 사퇴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관련해 그동안 줄곧 문제점을 제기해 왔던 미디어 전문 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는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 이어갔다. 

”이동관, 줄행랑이 아니라 수사 대상"

미디어오늘은 1일 ‘이동관 사퇴에 “끝까지 비겁” “줄행랑이 아니라 수사 대상”’의 기사에서 이날 오전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낸 입장을 리드에서 부각시켜 보도했다. 기사는 먼저 “탄핵의 갈림길에 선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자신이 그동안 벌였던 행태에 혹독한 평가를 받기보다 도망가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는 끝까지 비겁했다”고 비판한 내용을 전했다. 

이어 기사는 “임명 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며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에 앞장서 ‘인터넷 매체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곳들이 받아서 증폭시키고 있다’며 ‘원스트라이트 아웃제’를 운운했다. 그리고 짧은 기간, 정부 코드에 맞춰 언론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KBS 사장에 본인한테 ‘형’이라 부르는 박민 문화일보 전 논설위원을 앉혔다. 현재 KBS는 어떤가. 편집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뉴스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언론연대의 주장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현업·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내용도 함께 전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관은 공영방송 이사들을 불법 해임하고, 그 자리에 구시대 적폐 인사들을 임명해 공영방송을 친윤어용 방송으로 망쳤다"며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빌미로 방송 제작 및 편성 자율권을 침해했으며, 권한도 없이 방통심의위를 국가검열 집행기관으로 만들었다. 정권을 비판하는 모든 보도를 가짜뉴스라 부르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획책하는 반헌법 범죄를 저질렀다. 사퇴 줄행랑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YTN 사영화의 시계 빨라질 가능성" 

미디어스는 이날 ’이동관, 제2의 이동관에게 방송장악 바통 터치‘의 기사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떠나며 남긴 말 중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다.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다"는 내용을 리드에서 전한 뒤 “내년 총선 전 유리한 언론지형을 구축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YTN 사영화 추진, KBS·방송문회진흥회 야권 추천이사 해임, 가짜뉴스 심속심의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당장 YTN 사영화의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는 “방통위는 지난달 29일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보류했다”면서 “이 위원장이 걸어놓은 이슈 중에 KBS·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조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이어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권익위로부터 이첩받은 자료를 토대로 KBS·방문진 이사 4인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이 위원장 직무정지 시 윤 대통령이 국회추천 방통위원을 임명하지 않으면 방통위가 KBS·방문진 이사들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의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