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삼례 임대아파트 ‘전세 사기 피해’ 눈덩이...외국인 40여명 등 절반 이상 세대 피해 사실조차 몰라, 행정 지원대책 시급
이슈 초점
“전세 사기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전체 아파트 주민들 중 60% 정도는 아직도 모르고 살아요. 당장 아파트를 비워 달라고 하면 살 곳이 막막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1일 오후 2시.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한 아파트의 ‘전세 사기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정삼균 대표의 다급한 말 속에서 피해의 심각성이 절로 묻어 났다.
정 대표는 이날 <전북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2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전세 사기당한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임대해 거주하고 있는 129세대 주민들 모두가 피해를 입었는데도 아직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신탁계약 악용 전세 사기...129세대 보증금 돌려받을 뾰족한 방법 없어 발만 ‘동동’
”현재까지 드러난 임대보증금 피해액은 25억원이 넘는 규모“라고 밝힌 정 대표는 ”아파트 입주민들 중 10명은 개인 자격으로, 21명은 공동으로 경찰에 사기 피해 사실을 고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129세대 세입자 중에는 외국인이 40여명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도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알아도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언어 소통이 어려워 대응에 더욱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사법당국은 물론 관할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대표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대부분 입주자들은 보증금 2,000만원 내외에 월세 40~50만원에 임대사업자와 계약했지만 계약 당시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회사'를 내세워 안전하다고 하여 별 의심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신탁계약이란 점을 악용한 전세 사기여서 현재 특별법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뾰족한 방법이 사실상 막막한 실정이란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 대표는 이날 ”아파트 129개호가 일괄매각으로 지난 14일 첫 공매가 실시됐으나 유찰돼 다음으로 미뤄졌다“며 ”계속 유찰시켜 개별적인 매매를 유도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또 다른 입주민 김모 씨는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까 아파트가 신탁회사 명의인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래서 신탁회사에 전화해 보니까 공실로 되었다고 해서 이게 바로 사기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인들 ”수천만원 빚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게 돼 억울“ 하소연
앞서 완주군은 지난 13일 삼례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이 아파트 전세 사기와 관련해 간담회를 가졌지만 뾰족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간담회에는 세입자 비상대책위원회, 완주군 주거복지팀 및 삼례읍 등 자치단체 관계자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입자들은 전세 사기 피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및 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이날 세입자들은 ”사실상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할뿐더러 또 다른 빚을 떠안게 됐다"며 "노인들의 경우 수천만원의 빚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꼴이 돼 더욱 억울하고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여러 방면으로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며 ”다만 신탁계약 전세 사기는 현재 특별법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뾰족한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만 밝혀 더욱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전세 사기 사건을 접수 받은 완주경찰서는 "최근 5년 간 완주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중 이번이 가장 규모가 크다"며 "전북경찰청으로 이 사건을 지난 22일 이첩했다"고 밝혀 경찰의 후속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라북도 전세 사기 피해 대처 소극적"...전북도의회 지적
이번 사건과 관련 전북도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30일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북도 행정부지사 정책질의를 통해 완주군 전세 사기 피해액이 25억 2,000만원에 달하는데도 전북도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관련 피해 지원 사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법률상담 등이 진행되고 있다지만 임대보증금 마련 등 금전적 지원이 미비하다며 LH와 협의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전북도는 4일 완주군과 삼례읍,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삼례읍사무소에서 대책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기로 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