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재정 마련 위한 주막 행사’에 정치인·공무원 대거 참석...문제 없을까?
시민사회단체 이슈
‘정부 보조 노(NO), 시민 후원 예스(YES)’
전북지역 최대 시민사회단체 중 하나인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전북참여연대)는 정부 보조를 받지 않는 단체임을 홈페이지를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부패·비리를 감시하는 지킴이, 지역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살림꾼, 시민의 몫과 권리를 지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실천가”를 자임하며 1999년 창립된 이 단체는 명실공히 지역시민사회를 이끄는 '맏형 단체'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성대한 ‘이틀 주막’ 행사...“시중가보다 다소 비쌀 수 있으며 티켓은 현금으로 한불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단체가 최근 재정 마련을 한다며 지난해 대형 공연에 이어 올해는 커다란 공간에서 대형 주막 행사를 펼쳐 주목을 모으고 있다. 전북참여연대는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전주시 평화동의 알펜시아컨벤션센터에서 ‘이틀 주막’ 행사를 성대히 열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 2023 이틀주막 초대합니다’란 슬로건과 함께 회원과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초대 행사를 벌인 전북참여연대는 이번 행사와 관련 “재정 마련을 위해 회원들이 직접 준비한 후원행사”라며 “판매되는 모든 음식과 물건은 시중가보다 다소 비쌀 수 있으며 티켓은 현금으로 한불되지 않는다”고 사전 공지했다.
그럼에도 이번 주막 행사는 첫날부터 많은 시민들과 정치인, 공무원, 사업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첫날부터 서거석 전북교육감을 비롯해 임상규 전북도 행정부지사, 유창희 전북도 정무수석, 전은수 (주)자광 회장 외에도 현직 공무원들과 전·현직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등 지역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들, 전·현직 언론인들, 기업체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활동가 등이 이틀 동안 주막 행사에 얼굴을 내밀며 미리 구입한 티켓을 사용했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없었던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며 “대략 2,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2,000여명 참석 ‘성황’...많은 정치인들 참석 ‘얼굴 알리기 행사장’ 변모, 아쉬움
그러나 이번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주최 측이 추산한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 같다"며 "많은 정치인들의 참여가 그중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이번 주막 행사를 놓고 일부 참여자들은 바가지 요금과 환불 조치가 되지 않는 티켓 사용제, 총선 출마 입지자들이 자리마다 돌아다니며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하는 불편함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시민 김모 씨는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구분된 티켓으로 음식 등을 구매해 현장에서 모두 소진해야 하는 행사라 그런지 금액이 시내보다 비싸고 남은 금액은 사라지는 것이어서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 씨는 “자리마다 돌아다니며 자신을 알리는 정치인들이 있어서 많이 불편했다”며 “마치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의 얼굴 알리기 행사장처럼 변질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북참여연대는 지난해에는 11월 29일 창립 23주년을 맞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콘서트를 열고 기금을 모금해 단체의 사업 후원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전북참여연대는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전북희망나눔재단 등과 함께 행사를 주최하면서 가수 안치환 씨의 콘서트를 열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전북의 최대 시민사회단체가 술과 공연 등으로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 찬반 논란이 거세다.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행사 티켓 판매 범위와 환불 불가, 바가지 요금 외에 행사장에 정치인과 공무원, 기업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권력·자본을 견제·감시하는 시민단체 후원 행사, 견제·감시 대상들 대거 참석...‘이해충돌’ 우려
더욱이 권력과 자본을 견제·감시하는 시민사회단체 후원 행사에 감시와 비판 대상의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후원을 위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자칫 이해충돌 논란과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따라서 대승적 차원의 재정 마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매년 주막 행사를 통해 일부 재정을 메워오던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주막 행사를 폐지하는 대신 ‘후원 모금 펀딩’으로 대체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시작해 9월 20일 종료한 전북민언련의 '후원 모금 펀딩'은 정치인과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북민언련은 “정치인과 기관에 의존하지 않았다. 오직 시민과 회원, 이사회에 후원을 요청드렸고 1만원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 놓고 진행했다”면서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온라인 홍보만으로 짧은 시간 내로 후원금이 모여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했다. 앞으로 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