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를 광한루로 말하다(1)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18)
광한루!
조선 백성의 인문력과 이상향의 총아 광한루 속 광한루에 숨겨진 그 실체를 찾아서 어제 광한루에 갔다. 집에서 가고 오는 1시간씩 걷기 운동길의 반환점이다.
한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고려-건란 전쟁'의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었다. 나는 광한루에 든 문화적 치유제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조상들이 숨겨둔 광한루 속 광한루를 꺼내보는 이야기 광한루 답사 길잡이를 많이 해왔다.
기록에 비껴있고 인터넷에 보이지 않은 선조들의 백성과 고을과 세상을 향한 마음을 실어놓은 구전실록을 광한루 속에서 광한루를 꺼내보는 일이다. 나는 그 길잡이를 할 때마다 고뇌를 겪는다.
조선 600년 동안 광한루에 들여놓은 선조들의 우주관과 인문력울 어찌 한조각인들 제대로 감히 꺼내볼수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광한루에 들인 수많은 시문의 글자 하나에도 그 글을 지은 분의 우주가 들어 있을진대 글자모양을 풀어낸다고 앞에 나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풀해(解)자 한글자(字)와 평생을 씨름하고 살았다는 선조들의 세계를 감히 말할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어제는 광한루에 들여놓은 조상들의 인문력과 마음을 감히 살펴보려 했다. 내가 쌓아가는 성에 청소를 하는 마음을 대며 광한루에 들었다.
광한루 2층 바깥쪽 정면과 안쪽 뒷면에는 광한루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달나라 천상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공존시킨 조상님들의 문화적 인문력을 볼수 있은 곳이다. 루의 안쪽에 수많은 조선사람들의 시문을 걸어둔 것은 인간세상을 천상의 세상과 이음하려는 사람의 마음체이리라.
루의 2층 바깥쪽은 삼신산과 오작교 그리고 월봉을 눈앞의 풍경에 두었으니 천상의 세상을 둔것이리라. 인간의 세상과 천상의 두 세상을 한몸에 들인 광한루를 오르려면 익랑의 계단을 타고 오르게 했다 그 계단입구에 수문장 용두마리를 두었다.
좌측에는 승천을 준비 중인 여의주를 얻지 못한 인간세상의 용인 교룡을 두었고 우측에는 천상에 사는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을 두고 인간과 천상 두 세상의 광한루를 지키게 했다.
일제는 그 광한루를 침탈했다. 조선의 문화적 우주관을 광한루에서 보았고 그 우월성은 일제의 신이라는 천황의 앞에 있었으니 광한루 침탈을 민족문화말살 만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고 재판소와 감옥으로 침탈한 것이다.
그 침탈의 재판소와 감옥의 현판을 석정의 전이라고 기둥에 새겨놓았고 그 감옥에 갇힌 조선사람들의 울분과 독립의 염원은 감옥 판재에 낙서와 이름들로 남아있다.
오작교 구멍을 왜 4개를 두어야 했으며, 칠월 칠석날 견우직녀가 만나는 지점을 윷판성혈로 비가 올때 나타나게 해둔 것과 삼신산 방장정에 들인 학과 용 그리고 호수의 물고기와 잉어 자라돌 같은 곳에 숨겨둔 지금까지 해설되지 않은 조상님들의 마음은 광한루 속 광한루의 실체다.
오늘은 광한루에서 관광의 장막을 걷어내면 유토피아와 침탈의 역사가 나타나고 조상의 인문력 집성체가 보인다는 것을 실행해 보는 날이었다. 전 인류의 공공재 광한루의 지구만한 문화적 몸집에 어설픈 것은 상처다. 천년고도의 이름 값, 나이 값의 재료는 품격과 자존감의 문화다.(계속)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