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보다 의대 신설 더 시급”, “공공의료기관 의사 태부족 해결부터”, “더 이상 의사단체 눈치 보거나 정치 논리 휘둘리지 말아야”...지역 일간지 '사설'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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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수요조사 결과가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대부분 대학들이 현행 의대 정원의 두 배 규모로 더 늘려줄 것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특히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에 최대 2,847명, 2030학년도엔 3,953명까지 입학 정원을 늘릴 수 있다며 정부에 증원을 요청한 가운데 대학들의 증원 수요가 현실이 되면 현재 3,058명으로 17년째 동결된 의대정원이 2배 이상 늘어 최대 7,000여명에 달할 전망이지만 실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각 지역 언론들은 의대 정원 확대 외에도 정부의 의대 신설 의지를 밝힐 것과 공공의료기관 의사 수 부족 해소 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들을 사설에서 내놓았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다른 지역 언론들의 주요 사설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광주·전남] “정부, ‘의대 신설’ 촉구하는 전남도민의 염원·열망 결단 내려야”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의대 신설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남일보는 23일 사설 ‘정부, 전남지역 의대 신설 의지 밝혀야’에서 “2023년 국정감사에서 쏟아져 나온 전남 의료의 현실”이라며 “분만실에 1시간 이내로 접근이 어려운 분만의료 취약지역 1위,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응급의료 취약지역 1위, 상급종합병원 0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1.7명(평균 2.5명), ‘골든타임’을 놓쳐 이송과정에서 사망한 환자 연평균 약 300명”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전남은 늘 ‘의료 취약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는 사설은 “의대 정원과 맞물려 의대 신설에 대한 논의는 언급되지 않으면서 우려가 나온다”며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로 전남도민들의 고통도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응급환자나 산모들이 병원을 찾기 위해 1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게 일상이고 응급환자가 상급병원으로 이송 중 골든타임을 놓쳐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전남에서 발생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는 ‘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전남도민의 절실한 염원과 열망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충청] “공공의료기관 의사 수 태부족 결코 간과할 일 아냐”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정원대비 현재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청투데이는 24일 사설 ‘공공의료기관 의사 수 태부족 결코 간과할 일 아냐’에서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정원대비 현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223개 공공의료기관의 파악 가능한 정원은 1만 4,341명이나,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는 1만 1,914명에 불과, 무려 2,427명이 모자라는 셈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공의료기관은 국립대병원을 비롯해 적십자병원, 원자력병원, 지방의료원 등을 일컫는다”고 밝힌 사설은 “부처별 정원대비 현원을 보면 보건복지부 소관 12개 공공의료기관은 894명 정원에 현원은 823명으로 71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며 “국가보훈부 소관 8개 병원은 총 76명, 7개 적십자병원은 7명의 의사가 모자라며, 산업재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소관 14개 산재병원도 25명이나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한 사설은 “무엇보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의사 수가 정원 대비 87명이나 밑도는 건 간과할 일이 아니다”면서 “정원대비 1,940명이 부족한 17개 국립대병원도 마찬가지지만 보수가 적다는 이유로, 혹은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등의 이유로 의사들이 지원을 꺼리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례로 충남 태안군은 전임자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보건의료원장을 석 달 만에 간신히 뽑기도 했고,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또한 의사 난을 겪고 있다”고 강조한 사설은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은 코로나19 사태 때 보듯 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의료를 보장해 취약계층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공공의료를 강화해도 모자랄 마당에 의사가 부족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구·경북] “더 이상 의사단체 눈치 보거나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과단성 있게 증원 로드맵 실행해야”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가 나온 이상, 정부는 더 이상 의사단체 눈치를 보거나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과단성 있게 증원 로드맵을 실행해야 할 것이란 주장의 사설도 나왔다.
영남일보는 23일 사설 ‘"25학년도 의대 2천847명 증원 희망"…포스텍 연구의대도 청신호’에서 “의대 증원은 만성적 병원 인력난 문제는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의사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까지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해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설은 “정부의 지속적인 설득이 요구된다”며 “의사단체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의대 증원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사설은 “의대 증원은 붕괴 위기의 지역 의료를 살리는 수단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에 맞춰 '지역 의사제 도입'과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의사제는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길이며, 연구중심 의대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이끌 중차대한 일이다”고 주장한 사설은 “차제에 포항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강원] “공공의료·필수의료에 대한 불안감 씻고 안정 기할 필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일 것을 주문하는 지역 일간지 사설도 눈에 띈다. 강원도민일보는 23일 사설 ‘의대 정원 증원 결정 늦춰선 안돼’에서 “정원 49명에 불과해 ‘미니의대’로 불리는 강원대 의대는 100명으로 증원하는 것은 물론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사회에서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며 “한림대와 연세대 미래캠퍼스 등 도내 사립대 의대에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원 요구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은 10월 17일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경험과 소신에 비춰 의료인력 확충은 100% 필요하며 지금 해도 늦다’라며 현장에 배출되는 시기는 10년 후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어떻게 버틸지가 고민이라는 설명”이라고 전한 사설은 “양동헌 경북대병원장 역시 지역 필수의료와 중점의료를 처리하려면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하며, 적정한 인력 충원은 물론 의료제도 및 의료지원 등 복합적인 정책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설은 “만성적인 의사 인력난으로 인한 타격은 강원과 같은 비수도권 공공의료 및 필수의료분야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지 오래됐다”며 “속초의료원과 영월의료원 등 서울과 거리가 먼 공공의료원에서 전공의를 뽑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강원대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조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 지원자가 없어 당혹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학의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당초 1,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여서 증원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되나 의사협회 측에서는 증원에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는 사설은 “결정을 늦춤으로써 논란과 갈등을 키우기보다 2030년까지 연차별 증원 규모에 대한 조사자료를 기반으로 적정 인원을 도출해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공공의료 및 필수의료에 대한 불안감을 씻고 안정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