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논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총체적 문제 드러나...도의회 ”위탁기관 선정·운영 전면 개선해야“ 주문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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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산하기관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직장 내 괴롭힘 등 갑질 논란에 이어 내부 문제점들이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잇따라 제기돼 파장이 거세다.
특히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 등 상사들의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대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위탁기관 선정과 운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호소했고 인권위 판단 받았는데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 맞는 답변이냐?“
전라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위원장 이병도)는 15일 열린 제405회 정례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행정사무감사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내 직장 내 괴롭힘과 보복성 조치 등에 대해 잇따라 질의했다.
이날 윤수봉 의원(완주1)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향해 "3년 간의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고 전북도인권위의 판단을 받았는데,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 맞는 답변이냐"며 "대표의 인식과 피해자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이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직장내 괴롭힘 등의 문제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전북도 문화산업과라든지 전라북도의회와 한번 상의를 한 사안이 있었느냐“며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또한 윤 의원은 “전당 측은 자체 취업규칙상 1년에 1회 이상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하도록 규정해 놓고 2021년의 경우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면서 “2022년의 경우 전북도 인권담당관실로부터 컨설팅을 받고서도 미흡하다고 지적된 취업규칙을 보완하지 않는 등 평소 그 방지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뒤 “즉각 문제점을 보완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이명연 도의원(전주10)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바로 격리조치됐다'는 표현이 맞냐"며 "분리조치가 맞는 표현이고 마음 속에 있어서 그런 것인지 언어의 선택을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질의했다.
“인사위원 7명 중 내부 위원 5명, 3년간 퇴직자 21명...이래도 전당이 잘 돌아가겠느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사위원회 구성에 관한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이병도 도의원(위원장)은 "결과적으로 당연직을 포함해서 내부 인사가 5명이고 외부 인사가 2명인 인사위원회 위촉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번 일을 계기로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퇴직자가 21명인 점 등 조직문화의 전반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윤영숙 도의원(익산3)은 "이렇게 잦은 퇴직이 있으면 전당이 잘 돌아가겠느냐?“며 ”사람이 일을 하는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최근 전북도인권위원회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20대 여직원이 제기한 상급자들의 갑질 의혹을 조사한 뒤 관련자 3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권고했지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측은 자체 조사 결과를 앞세워 갑질이 아니라며 징계 처분을 거부한 채 전북도인권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도의원들은 한국소리문화전당의 문제점들을 들추며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서현석 대표는 "(괴롭힘 피해자) 직원은 다른 직원들과도 잘 지내고, 여직원들끼리 화장품 이야기도 공유한 것으로 안다"며 "산에서도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등(의 모습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해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3명의 상사로부터 괴롭힘 등의 피해를 호소한 것과 관련해 서 대표는"(피해자에 대한) '격리'조치를 했다"면서 "혼연일체를 모색하는 참인데 예상치 못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명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앞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사무처장 등 3명은 전북도인권위원회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와 경고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측은 신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책상을 뒤져 MP3를 확보해 동의 없이 파일을 확인하는가 하면, 이후 주차장에서 피해자를 집단 감금하는 등 보복성 조치로 논란을 빚었다.
”아직까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못했다“ 해명...논란
이에 대한 질의에 대해 서 대표는 "(주차장 감금)영상은 꾸며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직원들은 그런 직원들이 없다"며 "우연히 달력 안에 (피해자의) MP3가 나왔다"고 답변했으나 해명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뿐 아니라 편향적 인사위원회 구성과 구시대적인 조직문화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돼 주목을 받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운영 전반에 걸친 조사와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건강한 위탁기관 운영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날 제기됐다.
전체 인사위원회 7명 위원 중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소속이 3명(대표, 본부장, 사무처장), 나머지 4명 중 2명(우석학원 팀장, 우석한원 계장)도 전당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우석학원) 소속 직원으로 5명이 사실상 내부 인사로 드러났다. 이밖에 다른 2명도 대학 교수와 변호사로 구성돼 전북의 대표적인 공연장이자 공공 문화예술기구 위원회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구나 이에 대한 질의에 대해 서현석 대표는 ”법인 입장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저희는 내부인이 5명이라고 생각을 못했다“며 ”아직까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못했다"고 답변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아직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최근 3년 사이 임원급 등을 제외한 사원급의 절반 이상인 20여 명이 전당을 떠난 것을 두고도 구시대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란 지적과 함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지만 상황 인식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전북을 대표하는 공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총체적인 개선과 위탁기관 선정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