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낙하산 의혹’ 박민 KBS 사장 임명 재가...민주당 “국민의방송 K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것인가?”

언론계 이슈

2023-11-13     박주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박민 KBS 사장 후보를 정식 임명한 가운데 야당은 '또 한 명의 낙하산 인사가 공영방송 KBS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순간'이라며 '국민의 방송 K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것을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12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에 대한 KBS 사장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12일 KBS 박민 사장 임명 재가....2024년 12월 9일까지 전 사장 잔여 임기 수행

KBS 11월 12일 뉴스 화면(캡처)

윤 대통령은 앞서 7일 박민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야당 반대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자 청문보고서를 9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8일 요청했으나 시한이 지남에 따라 임명을 재가했다. 

박 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1991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9월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4년 12월 9일까지 KBS 사장직을 수행하게 될 박 사장은 그러나 방송 유관 경력이 없는 데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후배)이라는 점 등의 이유로 ‘정권 낙하산’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민주당 “막장 정권과 거수기 이사회가 자행한 만행 역사 똑똑히 기억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박 사장 임명안 재가에 대해 “국민의 방송 K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설마했던 그(박 사장)가 결국 ‘낙하산 KBS’ 시대를 열어젖혔다”며 “언론인으로서 기본 자질과 윤리 의식마저 의심되는 인물을 낙하산으로 삼기 위해 막장 정권과 거수기 이사회가 자행한 만행을 역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박민(사장)은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수 차례나 하다 들통나고, 정치 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출연자 섭외와 방송 제작‧편성에 개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지금이라도 방송 장악 야욕을 포기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촉구했다.

KBS 사장 임명도 되기 전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뉴스 앵커 줄줄이 '하차', 왜? 

KBS 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진행자 교체 전 홈페지(갈무리)

한편 박민 KBS 사장이 정식 임명되기도 전에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과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의 교체가 이뤄지면서 ‘낙하산 논란’의 사장 취임을 앞두고 KBS 보도 부문에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 사장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달 27일 최경영 KBS 기자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 진행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최 기자는 이날 퇴사 소식도 함께 전했다.

최 기자는 이날 오전 생방송 오프닝에서 “최경영의 최강시사는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며 “KBS도 떠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기자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될 수도 있겠다”면서 자신이 라디오 진행자 자리에서 하차하는 이유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KBS 등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언론 장악’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11월 3일 '홍사훈의 경제쇼' 진행자인 홍사훈 KBS 기자가 하차 전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KBS 1라디오' 생중계 갈무리)

이어  KBS 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를 진행해온 홍사훈 KBS 기자가 이달 3일 방송에서 하차하고 KBS를 떠난다고 밝혔다. 홍 기자는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 경제쇼 하차 및 퇴사 소식을 알렸다.

홍 기자는 이날 방송을 마치면서 "의혹이 있으면 취재하고 확인이 되면 보도하라 저는 그렇게 배웠다"며 "KBS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인들이 한국사회 한국경제를 위해서 더 큰 용기를 가져주길 희망하겠다. 경제와 정의를 다 잡아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와서 보면 잡지 못하고 저는 내려간다”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KBS 라디오 PD들 “일요일 밤, 이유 없이 '주진우 라이브' 앵커 하차 통보...전무후무한 제작 자율성 침해” 반발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갈무리)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이 박민 사장을 임명하던 12일에는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인 주진우 앵커를 하차시키라는 통보가 이뤄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 ‘주진우 라이브’ 앵커의 적합성을 떠나 아직 발령도 나기 전의 간부가 현 제작진에게 일요일 저녁에 직접 전화해서 '담당 프로그램의 앵커가 하차하게 되었다’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다“며 "KBS 라디오 역사상 전무후무한 제작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3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앵커와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시간, 또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단 하루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방송 전날 저녁에 통보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KBS)1라디오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의 앵커를 하차시키고, 새로운 앵커를 결정하는 일은 이렇게 막무가내로 진행할 일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을 들여 고심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주진우 라이브’가 편향됐다면서 진행자 하차 등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인사 및 보도 개입 이뤄지는 것 아니냐" 우려 커  

한편 박민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사흘이 지난 10일 KBS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광장’ 김태욱 앵커는 이날 뉴스를 마무리하면서 “오늘은 저희가 마무리 인사를 드려야겠다. 저와 이윤정 앵커는 오늘 방송을 끝으로 ‘뉴스광장’ 앵커 자리에서 내려와서 기자와 아나운서 현업 부서로 돌아간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앵커들이 뉴스 광장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윤정 앵커도 이어 “그동안 저희가 진행해온 뉴스를 지켜봐주시고 애정 어린 응원과 또 아낌 없는 질책을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저희는 다른 뉴스와 프로그램 또 취재 현장에서 찾아뵙겠다”는 말로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했다.

또한 오후 4시대 뉴스 프로그램인 KBS ‘사사건건’의 이재석 앵커도 이날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는 등 연쇄적인 앵커 및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교체가 이뤄졌다. 이처럼 사장이 교체되면서 KBS 내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앵커들의 하차 및 교체가 잇따라 이어지자 방송사 안팎에서는 부당한 인사 및 보도 개입이 계속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