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직 가만둬도 되는 병 아니야...전파력 강해 또 유행하면 더 많은 사람 걸릴 수 있어”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020년 1월 한국에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3년 만인 올해 대부분의 방역을 풀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 후 체질이 달라진 것 같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까?
이에 대해 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지난 26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전화 연결해 코로나19에 대한 것과 함께 최근 논쟁 중인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환자 많진 않지만 끊임없이 발생...겨울되면 또 한 번 유행 커질 듯”
- 3월 말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되었잖아요. 사실상 그때부터 엔데믹이 된 거죠. 그 후 유행이 한두 차례 있었던 거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일단 환자가 많진 않지만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요. 겨울이 되면 또 한 번 유행 커지겠죠. 근데 얼마나 커질지는 상황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직 예측하기가 어렵네요.”
- 그럼, 지금 하루 신규 확진자는 몇 명 정도인가요?
“전수 신고를 안 하고 지금 질병관리청이 527개 표본 감시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확진자 감시 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527개 의료기관에서 확진된 사람들 숫자만 주간 단위로카운트하고 있어요. 527개 기관에서 (주당) 한 7천 명에서 1만 명 정도 신고를 하고 있어요.”
- 그렇게 하는 게 괜찮을까요?
“전수를 계속 신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 표본 감시 형태로 바뀌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데요. 다만 이런 것들을 통해서 유행 규모를 어떻게 잘 예측할 수 있느냐의 부분들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될 것 같고 정교하게 유행 규모를 확인할 방법들 마련해야 되긴 할 것 같아요.”
- 코로나 이후 체질이 달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런 환자가 있나요?
“체질이 바뀌었다고 표현하기보다 롱코비드 증상 있으신 분들 있잖아요. 롱코비드 증상 때문에 만성적으로 피곤하거나 아니면 브레인 포그라고 머리가 멍한 증상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체질이 바뀌었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 그런 사람들은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나요?
“사실 만성 피로 증후군처럼 온 분들이나 브레인 포그 있는 분들 같은 경우는 실제로 일상생활에 방해될 정도로 심한 분들도 있어요.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한다든지 아니면 조금만 일해도 너무 피곤해서 쓰러진다든지 심한 분들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 그런 건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가요?
“사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있는 거는 아닌데 조기부터 운동을 시킨다든지 심리적인 지원 한다든지 이런 부분으로 서포트 해줘야 된다는 정도 얘기만 나와 있어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게 될까 봐 걱정...준비 철저히 해야”
- 곧 있으면 겨울이잖아요. 겨울이면 감기나 독감도 유행할 것이고 코로나도 어느 정도 유행할 것 같은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일단 인플루엔자도 유행할 거고 코로나19도 유행하겠죠. 그리고 또 RSV도 유행할 수 있어서요.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다 유행할 거로 보고요. 인플루엔자는 이미 유행 주의보 내려진 상태에서 조금씩 증가되고 있거든요. 코로나19는 아직 증가되는 모습을 보이진 않은데 날씨가 더 추워지면 증가도 되겠죠. 지금 제일 걱정하는 건 올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게 될까 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준비 철저히 해야 된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 준비는 잘 되어 가나요?
“사실 의료계가 준비라고 할 건 없는 것 같긴 하고요. 다만 환자가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우왕좌왕하겠죠. 근데 워낙 코로나19 동안에 중환자 많아지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예전보다 병원별로 대응하는 게 크게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 독감 주의보는 계속 나오는 것 같은데 왜 계속 나오나요?
“독감 같은 경우 예전에는 보통 4월 정도면 독감 유행주의보가 종료되고 11월이나 12월에 다시 유행 주의보가 내리는 패턴이었는데 코로나가 3년 유행하는 동안에 독감이 거의 유행 안 해서 올해 많은 사람들이 좀 많이 걸렸죠. 그래서 거의 연중으로 계속 유행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고요. 코로나 때문에 독감에 안 걸렸던 사람이 올해 다 걸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올해만 이렇게 갈 건지 아예 환경이 변한 거로 볼 수 있을까요?
“일단 아직은 확실하게 계속 이럴 거라고 얘기 못 하는데 일단 올해 이러고 지나고 나면 내년이나 후년 정도 되면 예전처럼 유행 패턴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정도로 예상해요.”
- 독감이나 코로나 접종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얼마나 접종하고 있는지 자료가 나오고 있진 않은데 인플루엔자는 65세 이상 어르신이작년에 82% 정도 맞았고요. 작년에 소아 접종도 한 70% 이상 맞았거든요. 그래서 독감 예방접종은 크게 문제없이 올해 잘될 거라 보고요. 그리고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저조할까 봐 걱정됐는데 이달 19일부터 시작해서 며칠 안 됐잖아요. 그럼에도 거의 매일 몇십만 명 이상 맞고 있어서 작년보다 초기 접종자가 지금 잘 늘어나고 있다 정도의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 백신 요금은 지금도 무료인가요?
“일단 코로나19 예방 접종 비용이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까진 전체가 다 무료, 전 연령이 무료예요.”
- 8월에 코로나가 4급 감염병으로 내려갔어요. 그러면서 검사비가 유료로 됐죠. 때문에 검사 받는 걸 기피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검사량도 훨씬 많이 줄었고요. 유료화된 것도 있고 국민들이 코로나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하셔서 검사 안 하시기는 해요. 그러나 코로나가 그렇게 만만한 감염병이 아닌데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 잘해야 되는 감염병이지 가만둬도 되는 병이 아직 아니야”
- 엔데믹 되면서 코로나가 별거 아니라는 인식이 있는데 아닌가요?
“초기에 비해 위험도가 많이 낮아지기는 했죠. 많이 걸리기도 했고 많이 백신도 맞고 해서 많이 낮아진 거는 맞는데요. 아직도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겐 인플루엔자보다도 더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기도 하고 전파력이 강하니까 한 번 유행하면 또 더 많은 사람이 걸릴 수 있는 패턴들이 되기 때문에 만만한 질환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거든요. 그러니까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를 잘 해야 되는 감염병이지 가만둬도 되는 병이 아직 아닙니다.”
- 일단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건 없잖아요, 자발적으로 마스크 쓰고 다닌다든지 이런 게 필요할까요?
“전 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될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호흡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되도록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고요. 부득이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야 되는 상황이죠.”
-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된 게 아직 아니지 않나요?
“사실 그게 문제죠. 미국만 해도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 그렇게 강조를 안 했던 이유가 아프면 대부분 쉬게 돼 있고 아픈 사람이 직장아나 학교 나오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문화가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3년이나 코로나19 속에서 지냈는데도 그런 문화가 잘 안 생기네요.”
- 코로나 땐 의무 격리기간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쉴 수 있었지만, 감염병 등급이 내려가면서 그런 거도 없고 자기 월차나 병가 내야잖아요.
“그렇죠. 노동법이든 아니면 노조나 회사에서 이런 부분들 논의를 해서 호흡기 증상 특히 코로나19나 독감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며칠 쉴 수 있게끔 제도화시켰어야 되는데 그런 제도화시키는 부분들을 하지 않고 등급만 낮추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정부 차원에서 무책임하게 넘어간 부분들이 문제인 거죠.”
“의대 정원 늘어나면 의사들 기피하는 필수의료에 많은 의사 종사하게 될 거라는 건 단순한 생각”
- 앞으로 코로나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코로나19도 독감처럼 계절성에 따라서 유행하는 패턴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거예요. 그러면 계절 성향에 맞춰서 독감 매년 예방접종 하는 것처럼 코로나19에도 매년 예방접종하고 또 의료기관들도 그런 유행 상황에 환자 늘어날 수 있는 거에 대해서 원내 감염 관리라든지 환자 관리 중환자실 관리 이런 부분들을 해나가야죠.”
- 최근 의대 정원 늘리는 문제가 이슈잖아요. 이에 대해 교수님은 SNS에 “난 의사 정원이 늘든지 안 늘든지 크게 상관은 안 한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이 열정을 갈아놓아 근근이 버티는 구조를 개혁해서 자부심뿐만 아니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올리셨던데 지금 문제가 의료수가 때문으로 보세요?
“의료수가만으로도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원이 늘어나면 의사 수가 늘어나고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의료에 많은 의사가 종사하게 될 거라는 건 단순하죠. 그렇게 되지는 않거든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어야 되고 의료수가가 올라가서 경제적 보상도 받아야 되는 것도 있고요. 또 여러 가지 프로모션 부분이나 제도적인 부분 통해서라도 개선해야 될 부분들이 많거든요. 근데 지금의 필수 의료에 대한 제도를 그대로 묶어놓고 인원만 늘어난다고 필수의료에 더 많은 사람이 갈까요? 그러지 않을 거거든요.
의료의 가장 큰 문제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거든요. 그러니까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들이 돈 더 벌 필요 없거나 아니면 과잉된 의료할 수도 있고 또 더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까 조금 더 람들로 하여금 더 의료 이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쪽이거든요. 그러니까 의사 수가 늘렸는데 필수 의료 쪽에는 가지는 않고 지금 인기가 많은 성형외과라든지 이런 쪽에 더 의사가 몰리면 훨씬 더 경쟁이 늘어날 거고 그러다 보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게끔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더 많은 환자를 보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이어서 단순히 의료 수가만으로도 해결도 안 되고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안 돼요. 필수의료에서 남의 눈에 안 보이게 땀 흘리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을 같이 운용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내 직업은 희생하면서 사는 직업이야'라는 생각으로 평생 살 수는 없잖아요"
- 그게 뭘까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소득 보장은 돼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고 훨씬 더 많은 소득을 달라고 그런 분들이 얘기 안 하거든요. 근데 필수 의료에 있다 하더라도 다른 의사들에 비해 너무 손해 보는 건 아닌 거란 인식이 들어야 의사들도 그쪽에 가기 시작을 하거든요. 그래서 소득 보장에 관한 측면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할 때 이게 정말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부분들을 계속 강조를 해줘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내 직업은 희생하면서 사는 직업이야’라는 생각으로 평생 살 수는 없잖아요. ‘내가 하는 게 나의 소득 보장도 되고 내가 살 만하기도 하지만 이게 나라를 위해서 또 국민을 위해서도 보람된 일이다’라고 느껴야 되는데 지금 필수의료에 있는 분들이 ‘이거 나니까 하지. 이거 누구한테 하라고 하겠어?’라는 식의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이 안 되게 만들어 줘야 된다는 얘기죠.”
- 지금 문제 중 하나가 지역엔 의사가 없고 안 가려고 하는 건데 그것도 마찬가지인가요?
“사실 의료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라든지 이런 게 다 수도권에 몰려 있고 다 수도권에서 일하려고 하죠. 그래서 서울에 있는 여러 관공서도 다 지방에 보내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지방을 잘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전국에 어디서 사나 괜찮은 나라가 돼버리면 큰 문제 없는 거죠.”
- 한마디로 지방 의료문제는 의대 정원 늘린다고 해결되진 않다는 거네요?
“그렇죠.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죠. 지방의 균형발전이 잘 이루어지고 의사들도 그런 지역에 가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 되는 상황이 돼야 가능한 일이죠. 그러나 균형발전이 시간이 걸리는 문제니까 급하다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일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사회적인 보장이나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이루어져야지 되는 건데 사실 의사만 요구하기도 웃겨요.”
-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없어서 문제잖아요,
“기피과를 없애는 건 수가와 연관이 많아요. 기피과에 해당되는 소아청소년 같은 경우 일단 소아 연령 자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니 가봐야 진료할 환자가 없어지면 당연히 소득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차라리) 애들이 덜 태어나니까 덜 태어난 애들을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컨셉을 바꿔서 소아청소년에서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애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여러 가지 제도를 운용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게끔 하는 방법들도 많이 만들어줘야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게 될 거란 말이에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