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길을 걷고, 자신의 삶을 살자

신정일의 '길 위에서'

2023-10-09     신정일 객원기자

중국의 사상가인 이탁오는 “사람은 자기를 위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자기 길을 가는데 힘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자기 길을 가지 않고 남의 길을 가면 비록 백이 숙제라도 마찬가지로 괴벽스런 성품이 되고, 자기를 위할 줄 모르고 오직 남을 위하는데 힘쓰면 비록 요순이라도 마찬가지로 하잘 것 없는 쭉정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주의자였던 몽테뉴 역시 “타인을 위한 생활을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적어도 남은 생애만큼은 나를 위해 생활하자”고 했으며, 프랑스의 철학자인 볼테르는 “과감히 자기를 위해 사고하자”고 말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자기를 위하는 것(爲己)이 즉 남을 위하는 것(爲人)'이다.

앙드레 지드가 <배덕자>에서 말한 “남들의 평가에는 전혀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옳은 말이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못사는 시간이 더 많다.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다가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고 몇 년이 가고, 귀밑 머리 희어지고 그렇게 가는 것이 세월이다.

“성인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책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리에 가득한 것이 모두 성인이다‘라고 하였고, ’부처 역시 ‘사람마다 모두 부처다’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마다 성인이므로, 성인은 사람들에게 보여 줄 멈출 수 없는 도리라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밭 갈고 벼 심고, 그릇 굽고 고기 잡는 사람들에게도 취하지 못할 것이 없다면, 그 밖의 천만 성인과 현인의 선을 취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까? 어찌하여 공자만을 배워야 바른 맥을 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명나라 말엽 사상가인 이탁오의 말이다. “부귀를 위해 남에게 굴종하지 말고 빈천할 지언정 꿀릴 것 없이 뜻대로 살자“는 그의 말은 일생에 지침이었다. 자기의 길을 가고 자기의 삶을 살자. 남은 생애 되도록 그렇게 살자. 이 신 새벽에 내가 나에게 다짐하는 말이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