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향우회'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이화구의 '생각 줍기'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도 다가서는 찬바람에 물러가고 말았습니다. 지난 여름이 어찌나 무더웠던지 이번에 찾아온 가을은 더욱 반갑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이라는 경치 좋은 곳에서 고향 선후배들과 함께 재경관촌면선후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고향을 떠난 분들은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어미의 강을 찾아 돌아오는 것처럼 향우회를 만들고, 또한 옛 고향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면서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향수를 달랩니다. 재경관촌면선후회 모임도 그런 향우회의 모임인데 규모가 작아진 모임입니다.
과거 산업 근대화 시절에 고향을 떠나 도회지로 나오신 고향 선배님들께서 ‘재경관촌향우회’를 만들어 재경에서 200~300명 이상이 참여하고, 고향에서 면장님을 초청하여 고향 분들도 농산물 선물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오시는 등 제법 크게 행사도 하면서 고향 선후배 간에 우의를 다지며 향우회를 이끌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대선배님들께서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반면 그 이후 세대들은 향우회를 외면하다 보니 재경관촌면향우회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선배님들께서 공들여 일궈 놓은 '재경관촌면향우회'가 해체된 것에 대하여는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 여기셔서 2016년 1월에 관촌초등학교 동문이 주축이 되어 ‘향우회’란 명칭 대신에 고향 선후배 간의 모임이란 의미로 ‘관촌선후회’란 이름으로 향우회가 재출범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 선배님들께서 공들여 일궈 놓은 '재경관촌면향우회'가 해체된 것에 대하여는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이렇게라도 재경관촌면향우회의 명맥을 다시 이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거 10여 년 전만 해도 전북 임실군 12개 면의 재경향우회가 모두 있었으나 현재 ‘재경향우회’란 이름을 갖추고 있는 향우회가 3개 면에 불과하고, 관촌면처럼 ‘선후회’란 이름의 소모임으로 변경한 곳이 1개 면 등 임실군 12개 면 중에 4개 면만 향우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세파에 부딪치며 살아 온 사람일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역마다 향우회 모임을 결성하였는데 이제는 세월이 흐르면서 젊은 세대들이 향우회를 외면하다 보니 향우회 모임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향우회를 외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옛날에는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하여 고향에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으나, 지금은 세월이 흐르면서 교통이 편리하여 고향은 아무 때나 가고 싶으면 달려갈 수 있는 곳이고, 우리 사회가 정신보다는 물질을 중시하는 세상으로 변하였고, 또한 사람들의 성향도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면서 고향은 더 이상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태어난 곳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향우회에 나가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 고향 출신 선배 중에는 분명히 많이 배우고 명문학교 출신으로 사회에 나와 출세하신 분도 있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사업에 성공한 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분들이 자기가 태어나 탯줄을 버린 고향을 위하여 향우회를 맡아 열심히 해주시면 좋으련만,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분들은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으신 것 같고, 고향에 대한 애틋한 애향심을 가진 향우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재경향우회장직 맡기를 부담스러워하다 보니 재경향우회가 단절되는 아픔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사람들 사이엔 순수한 고향의 정 때문에 잘나고 못나고, 잘살고 못사는 것 같은 세속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회가 되면 달려와서 고향 사람을 만나 함께 소주라도 한잔하면서 향수를 달래는 것도 세상을 사는 멋일 겁니다. 세상사 아무리 고달파도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이 고향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