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시·군 50여개 축제 9~10월 집중, 전주시 14개 축제 한달 내내...차별성 없고 소모성 '비일비재', 예산 ‘펑펑’ 되풀이

진단

2023-10-04     박주현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가을 축제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 시·군들이 대규모 축제 경쟁을 펼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축제마다 대동소이한 프로그램들로 차별성이 모호한 채 정체성 찾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3일 전북도와 각 시·군에 따르면 이달 중 전주·김제·완주·임실·남원·군산·남원·정읍·순창·고창·부안 등 도내 대부분 시·군들이 잇따라 가을 축제를 예고하면서 9월에 이어 이달까지 50여 개의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각 시·군 축제 가을 집중...전주시 14개 축제 10월 집중, '정체성 모호' 지적

      '전주페스타 2023' 안내 포스터(전주시 제공)

가장 먼저 5일부터 9일까지 김제시는 지평선축제를 벽골제 일원에서 개최하며 정읍시도 이날부터 15일까지 구절초꽃축제를 구절초지방정원 등에서 진행한다. 또 전주시는 6일부터 대대적인 가을 축제 행사에 돌입한다. 

전주시는 10월 한 달에만 전주의 맛과 멋, 재미 등을 테마로 14개 축제를 동시에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오는 6일 오후 7시 전주종합경기장 옛 야구장 부지에서 개최되는 오프닝축제를 시작으로, 10월 한 달 동안에 14개 축제를 엮은 ‘전주페스타 2023’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주페스타 2023’은 △6일부터 9일까지 오프닝축제를 시작으로 △‘음식’을 주제로 한 전주비빔밥축제와 디네앙블랑 전주,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역사’를 주제로 한 태조어진 봉안의례와 태조어진 봉안축제 △‘한지’를 주제로 한 국제한지산업대전과 전주한지패션대전 △‘소리’를 주제로 한 전주조선팝 페스티벌 △‘한복’을 주제로 한 한복문화주간 △‘예술·문화’를 주제로 한 전주예술난장과 전주문화재야행, 한옥마을 문화시설 특화축제, 전주독서대전 등을 10월 한 달 내내 펼칠 예정이다.

군산시는 6일부터 9일까지 시간여행마을 일원에서 군산시간여행축제를, 임실군도 이 기간에 임실치즈테마파크 일원에서 임실N치즈축제를 각각 진행한다. 완주군은 6일부터 8일까지 완주와일드&로컬푸드축제를, 남원시는 7일부터 9일까지 남원흥부제를 진행한다. 남원시는 8일에도 ‘2023세계드론제전’을 남원종합스포츠타운 일원에서 개최한다.

또한 순창군은 13일부터 15일까지 순창고추장민속마을과 발효테마파크에서 순창장류축제를 개최하며 같은 기간에 정읍시는 ‘칠보가go선비보go’ 행사를 태산선비마을 일원에서 진행한다. 

이밖에 고창군은 19일에서 23일까지 고창모양성제축제를 고창읍성 일원에서 개최하며 정읍시는 21일부터 22일까지는 정읍솔티모시축제를 연다. 이 외에도 남원시와 완주군은 28일부터 29일까지 남원혼불문학신행길축제와 완주오성한옥마을오픈가든축제를 각각 개최한다.

축제마다 가요제·경연대회 등 특정 연예인·이벤트 회사들 초청 ‘호황’...주민들은 ‘볼멘소리’ 

                   '제16회 정읍구절초꽃축제' 안내 포스터(정읍시 제공)

이처럼 전북지역 시·군 축제가 이달에 집중돼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2~3개 또는 10개 이상의 축제 행사를 연이어 개최함으로써 지역의 우수성과 전통을 널리 알리기 위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특정 연예인들과 기획 이벤트 회사들만 살찌우게 하는 소모성 축제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9월부터 10월 사이에 전북 각 시·군에서 펼쳐지는 굵직한 축제는 50여 개에 달하는 가운데 이들 축제는 대부분 해당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직접 집행하거나 우회적으로 보조금 등의 형태로 지원하여 주최하는 행사들이어서 예산 낭비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축제들의 차별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축제 기간에 대부분 인기 가수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노래자랑, 각종 가요제, 경연대회 등이 빠지지 않아 축제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높다.

따라서 예산 낭비성 축제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해당 자지체들은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군산시의회 매년 20여억원 축제 예산 ‘시민 감시단’ 참여·평가 조례 상정 ‘주목’ 

이에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최근 군산시 축제 시민 평가단 설치와 운영을 위한 조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서 의원은 오는 24일 열리는 제259회 임시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한 시민의 객관적인 평가 근거를 마련해 내실 있고 효율성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군산시에서 3,000만원 이상 지원해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행사와 1,000만원 이상 지원하는 신규 행사를 평가하기 위해 시민평가단을 둘 것을 조례로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군산시는 해마다 시간여행축제(8억 8,000만원)와 문화재야행(4억 2,000만원), 수제맥주&블루스 페스티벌(4억 6,000만원), 꽁당보리축제(6,800만원), 진포예술제(1억 2,200만원), 짬뽕페스티벌(8,900만원) 등 20여억을 축제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따라서 군산시의회가 조례로 ‘축제 시민 평가단’을 통과시키면 100명 이내의 평가단원이 활동에 나서게 된다. 시민 평가단원들은 정해진 축제에 참여해 △축제 기획 및 콘텐츠의 우수성 △축제 운영의 안정성 △축제의 방향 역량 △시민 참여 및 파급 효과 등을 평가하게 된다.

지방의회 ”행정·예산 낭비...지역성 담긴 축제로 거듭나야“

                         '제11회 완주 와일드&로컬푸드축제' 안내 포스터(완주군 제공)

앞서 완주군의 대표 축제인 '와일드푸드축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나왔다. 2019년 11월 14일 완주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이경애 의원은 "와일드푸드축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재 축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당시 정종윤 군의원도 "와일드푸드축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지역성이 담긴 새로운 축제를 개발하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주군 대표 축제인 반딧불축제도 문제점이 군의회에서 제기됐다. 무주군의회 문은영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8일 제277회 제1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무주반딧불축제의 실질적 운영 상황을 살펴보면 축제의 주민 참여 욕구가 약화되고 매년 동일한 축제 구성으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부족하며 축제 운영을 위해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 축제, 특정 시기 집중·중복, 개선 필요”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그대로’...시민들 적극 나서 감시해야

'2023 김제지평선축제' 안내 포스터(김제시 제공)

이에 전북도의회에서는 전북지역 축제의 특정 시기 집중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오래 전부터 펼쳐왔다. 2019년 11월 전북도의회 김희수 의원(전주6)은 제368회 정례회 5분 발언에서 “전북 주요 축제 60개 중 41개는 기간이 같거나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을철이 축제나 행사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지만, 같은 기간 적게는 2개의 축제가 많게는 7개의 축제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당시 “전북지역 전체 축제 예산이 273억원이며, 이 중 시·군·비는 199억원, 도비는 32억이 넘는다”면서 “많은 축제들이 전통성과 예술성을 찾기 어렵고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축제들이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진정 도움이 되고 있는지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전북도가 토탈 관광을 추구한다면 현재 주요 축제는 물론 도내 각 지역의 모든 축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축제를 통합하거나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개선은 요원한 채 지역마다 예산 낭비와 소모성 축제, 차별성 없는 축제란 오명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지적도 무시하는 지자체들의 안이한 행정을 시민들이 적극 나서서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유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