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홈에서 대구에 1대3 패배, 승점 제자리...'파이널 B'로 추락 가능성
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추석 연휴 기간인 9월의 마지막 날, 하나원큐 K리그 1 2023 32라운드 경기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현대가 홈에서 대구FC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대구는 고재현의 멀티 골을 앞세워 전북에 3:1로 승리했다.
앞선 리그 경기에서 1승 1패를 나눠 가진 두 팀은 파이널 A 진입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쳤다. 전북도 대구도 승리가 간절히 필요한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9명의 선수가 아시안게임과 부상으로 빠져 있어 남은 선수들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홈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지만 패배의 쓴 잔을 들어야만 했다.
대구, 2019년 이후 전북 원정에서 승리...기쁨
전북은 5-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구스타보가 서고 문선민 맹성웅 보아텡 한교원이 공격 2선에서 뛰었다. 정우재 구자룡 페트라섹 홍정호 안현범이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정민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전북은 아시안게임에 다섯 명이 출전해 있고, 수비의 핵심 김진수는 경고 누적으로 아마노 준과 안드레 루이스는 부상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구는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바셀루스 에드가 고재현이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고 홍철 이진용 박세진 장성원이 2선 공격을 이끌었다. 조진우 홍정운 김진혁이 수비진으로 나서고 수문장은 최영은의 몫이었다.
경기 시작하고 16초 만에 대구가 단 세 번의 터치 끝에 전북의 골문을 열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에드가가 머리로 떨궈줬고 고재현의 오른발 슛이 터졌다. 주변에 전북 수비수 세 명이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7분이 채 되기 전에 대구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전북 수비수가 놓친 공을 바셀루스가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본인의 시즌 다섯 번째 골이었다. 이번에도 앞에 수비수 여러 명이 있었지만 전북은 너무 쉽게 슈팅을 허용했다. 선수들의 느슨한 대응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불렀다.
홈에서 세 경기째 승리가 없는 전북에 다시 패배의 기운이 어른거렸다. 전북이 13분 대구 문전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안현범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고 말았다. 21분 대구가 빠른 역습 전개를 통해 좋은 공격 기회를 잡았지만 박세진의 슛은 골대 위로 흘렀다.
24분 보아텡이 만회 골을 만들었다. 대구 문전을 돌파한 문선민의 슛이 골대 맞고 튕겨 나오자 오른발로 강하게 때려 넣었다. 본인의 K리그 데뷔골이면서 최근 네 경기 실점이 없던 대구의 골문을 여는 값진 골이었다.
전북, 힘든 상황...처음으로 파이널 B로 떨어질 가능성 커져
대구에 변수가 발생했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바셀루스가 30분 경 사타구니에 불편을 호소하며 베테랑 이근호와 교체됐다. 전북이 공세를 강화했다. 안현범과 구스타보의 날카로운 슛이 골대를 빗나갔다. 정우재의 돌파와 문선민의 슛도 무위로 돌아가고 보아텡의 킬러 패스와 한교원의 슛도 대구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전반에 전북은 점유율 7:3에 슈팅 수 8:6으로 앞섰지만 득점은 대구가 2:1로 많았다.
후반 시작하고 문선민과 고재현이 충돌했다. 두 선수가 부딪친 뒤 고재현이 쓰러졌고 문선민이 고재현에게 공을 차며 도발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반영되었다. 대구 최원권 감독이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반 8분 페트라섹의 헤더가 다시 골대 맞고 튕겨 나왔고 뒤이은 안현범의 슛은 골대를 빗나갔다. 13분, 대구의 세 번째 골이 터졌다. 홍철의 프리킥이 골대 상단 구석을 맞고 나오자 고재현이 머리로 밀어 넣었다. 고재현의 멀티 골이었다. 고재현은 대구 원정 팬들 앞으로 달려가 포효했다. 이번에도 전북 수비수들의 대처가 미흡했다.
전북이 선수를 교체했다. 구자룡이 나가고 이동준이 투입됐다. 잠시 뒤 홍정호가 부상으로 나가고 윤영선이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수빈 최철순 이준호도 경기장에 들어왔다. 양 팀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골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전북의 왼쪽 코너킥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과 함께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대구는 2019년 이후 전북 원정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패배로 전북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처음으로 파이널 B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4위로 순위가 오른 대구는 파이널 A에 속할 가능성을 높였다. 전북의 다음 경기는 10월 4일 방콕 유나이티드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다. 나흘 뒤인 8일에는 서울과의 리그 33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은 7일 저녁에 열린다. 한국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대회에 참가 중인 전북 선수들은 그 이후에 팀에 복귀하게 된다. 그때까지 전북은 ‘차포 떼고 잇몸으로 버티는’ 팀 운영이 불가피하다. 향후 두 경기에서 페트레스쿠 감독이 어떤 전략과 용병술을 꺼내들지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