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천억 투자”, 현대 “1천억 공동투자”...대기업들 모처럼 전북 투자협약 '물꼬', 기대보다 ‘신중론’ 우세 왜?

이슈 진단

2023-09-26     박주현 기자

지난 2011년 새만금에 최대 20조원을 들여 재생에너지단지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가 5년 만에 철회했던 삼성이 12년 만에 3,000여억원을 전북에 투자해 물류센터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HD현대일렉트릭도 전북지역 해상풍력사업에 1,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겠다는 협약식이 이뤄져 모처럼 대기업들의 전북 투자에 물꼬가 트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투자유치 협약서가 언제 또 백지와 또는 철회될지 모르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란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고창에 스마트허브단지 조성”...대규모 사업장 투자 계획 '최초'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첨단물류센터) 조성을 위한 협약식이 25일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열렸다.(사진=전북도 제공)

25일 김관영 도지사와 심덕섭 고창군수, 삼성전자㈜ 김동욱 부사장 등은 전북도청에서 3,000여억원 규모의 스마트허브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는 전북에 삼성이 대규모 사업장 구축을 위한 최초 투자 사례다. 경기도 수원시에 본사를 두고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삼성전자는 남부지역의 원활한 물류·유통을 위해 호남권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고창군 신활력산업단지에 5만 4평을 매입해 자동화 기술이 접목된 첨단물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물류센터는 연내 건축설계 및 인·허가 승인을 위한 사전 절차를 진행하고 내년부터 착공해 오는 2026년 내에 준공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물류센터 조성을 위해 총 3,000억원을 투자하고 500여명의 직·간접적 고용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간 삼성그룹의 전북지역 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번 고창 물류센터 첫 투자를 계기로 투자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이 또 투자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 2011년 7조 6천억 새만금 투자 약속 5년 만에 철회...지금도 실망·상처 가시지 않아

삼성 로고

지난 2011년 삼성은 김완주 전 도지사시절 7조 6,000억원 규모의 새만금 그린에너지산단 조성 등의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후속조치 없이 백지화 됐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계획이 발표된 것은 2011년 4월 27일이었다. 당시 삼성은 새만금지역 11.5㎢(350만평) 부지에 2021년부터 20년 간에 걸쳐 풍력,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삼성은 1차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7조 6,000억원을 들여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그린에너지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전북도는 2040년까지 2-3단계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투자 규모가 20조원을 능가하고 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고 홍보하며 자랑했었다.

그 당시 삼성의 새만금 투자협약서에는 임채민 국무조정실장, 김재수 농림부 1차관,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실장,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서명했다. 그러나 당시 ‘투자양해각서’는 5년 만에 백지화가 됐다.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협약 철회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2016년 5월 말이다. 당시 삼성은 상무급 임원들을 전북도에 보내 '내수 부진과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이 그해 6월 "삼성그룹이 2011년 당시 투자를 결정했던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철수한 상태라고 답해왔다"고 밝히면서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당시 충격과 실망은 지금도 많은 도민들의 가슴 언저리에 남아 있다. 

"투자 양해각서, 종이쪽지 불과...끝까지 가봐야" 

체결 당시 삼성의 투자계획이 정치적이었다는 비난과 함께 양해각서의 법적인 효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삼성 투자 협약서는 휴지조각이 되면서 허탈감과 상실감만 키웠다. 게다가 삼성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지역 균형발전을 지원할 목적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60조 1,000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지만 전북은 이에 포함되지 않아 삼성과 전북과의 악연이 12년 전 새만금 투자 약속 백지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은 지난 3월 15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가 향후 10년간 전국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전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도민들 사이에는 "투자 계획서가 겨우 몇 장의 종이쪽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며 "12년 전에도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대형 투자를 하겠다고 내놓은 계획서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음에도 마치 투자가 이뤄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니 실망만 안겨준 것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미국 기업 GE와 1천억 공동 투자, 군산에 풍력터빈 공장 조성“ 업무협약

25일 전북도청에서 HD현대일렉트릭이 전라북도와 협약을 맺고 해상풍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사진=전북도 제공)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도 전라북도와 협약을 맺고 해상풍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에 투자하기로 해 주목을 끌었다. 현대 측은 오는 2026년까지 약 1,000억원을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 GE와 공동 투자해서 군산에 풍력터빈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날 전북도는 도청 회의실에서 군산시, HD현대일렉트릭과 ‘전라북도 해상풍력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해 강임준 군산시장,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 하운식 GE 베르노바 오프쇼어윈드 코리아 사장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이번 협약은 해상풍력 터빈 생산 부지와 연계한 지원 항만 인프라 조성과 도내에서 생산하는 해상풍력 제품이 전북 해역의 해상풍력단지에 적극 적용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와 군산시는 향후 건설될 해상풍력단지(서남권 2.4GW, 군산시 1.6GW)에 도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풍력 터빈 공장과 연계한 지원 항만 인프라 조성, HD현대일렉트릭의 지속 사업 영위를 위한 행정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군산지역 내 지역 항만과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해상풍력 배후부지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입지 검토 후 나셀 조립과 발전기 생산 등 풍력터빈 생산공장의 사전 설계 용역에 착수키로 했다. 이를 통해 HD현대일렉트릭은 150여명의 고용인력을 창출하고, 풍력터빈과 기자재 생산 공급망을 구축해 향후 해상풍력단지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개발 시 도내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김관영 지사는 “전북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HD현대일렉트릭이 전북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해상풍력산업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 해상풍력사업하기 가장 좋은 전북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새만금 해상풍력, 정권 교체 이후 대대적 감사·수사...성공적 투자 여부 ‘관심’

새만금 해상풍력단지 조감도(사진=새만금개발청 제공)

그러나 새만금 해상풍력사업은 정권 교체 이후 전북지역의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위축돼왔다. 특히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지적과 감사원 감사 등으로 ‘새만금 해상풍력사업 관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북대학교 S모 교수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착수되면서 더욱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 바람에 최근 탄력을 받는 전남권 해상풍력사업과 달리 전북권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등 관련 사업들이 암울한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에 HD현대일렉트릭이 과연 성공적으로 투자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