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자고 나면 터지는 ‘가스 사고’ 올 들어 8번째...OCI 군산공장 또 '화학물질 누출' 2명 병원 이송, 같은 공장서 이달 중 2건 발생 "불안“
이슈 초점
5월 18일, 염소가스 누출 사고
6월 14일, 클로로에틸렌 카보네이트(가스) 누출 사고
7월 3일, 암모니아가스 누출 사고
7월 14일, 화학물질 탱크 작업 중 2명 사망 사고
8월 14일, 황산가스 누출 사고
9월 9일, 폐혼합유(가스) 누출 사고
9월 19일, 황산가스 누출 사고
9월 25일, 화학물질 ‘황린’ 누출 사고
군산에서 또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올들어 여덟 번째 관련 사고다. 군산지역에서는 지난 5월 이후 매달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 불안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OCI 군산공장 '황린' 누출...공기 노출되면 불 붙는 위험물질, 독성 가스 방출
25일 전북소방본부와 군산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0분쯤 군산시 소룡동 OCI 군산공장에서 화학물질인 '황린'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2도 화상을 입어 회사 차량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화학물질 ‘황린’은 인화점이 낮아 공기에 노출되면 불이 붙는 위험물질이며 그 과정에서 독성 가스와 증기가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OCI 공장 측은 "정비를 위해 배관을 열었다가 안에 있던 황린이 공기와 닿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당국은 누출된 화학물질의 양과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특히 OCI 군산공장은 이달 중 2건을 포함해 올들어 6건의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23건이나 되는 관련 사고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곳이다.
OCI 군산공장 올들어 6건, 지금까지 모두 23건 화학물질 관련 사고
지난 9일에도 오전 OCI 군산공장에서 질산과 불산이 섞인 폐혼합유가 누출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폐혼합유를 탱크로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하수처리시설로 흘러든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 사고로 인근 주민 20여명이 대피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공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채 언제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대책을 마련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더구나 OCI 군산공장의 사고는 올해 초 공장 내에서 작업 중이던 크레인이 넘어져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이번과 비슷하게 화학물질 노출 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지ᅟᅥᆨ을 받았다.
OCI는 2021년에도 오염물질 누출로 벌금형을 받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수차례 과태료를 무르는 등 사고 위험을 지속적으로 노출해왔다. 2018년에도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누출된 질소가스에 중독돼 작업자 9명이 병원에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가스 누출 사고 '반복'...불안감 '증폭'
이 때문에 OCI 사측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20일 오후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앞에서 ’노동안전 결사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OCI 군산공장에서는 지금까지 총 22건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있었으며 올해에만 5건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있었다"며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가는 일을 막을 수 없다면, 기업의 경영진과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의 직원들은 그 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올해 8월까지 전북도에서는 중대재해로 2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했으며, 그 중 11명이 군산에서 죽어야 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고용노동부 군산지청과 기업 경영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민주노총 참가자들은 ”앞으로 군산에 이차전지 기업이 추가로 들어오면 산재사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으나 불과 일주일도 안 돼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가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전 예방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니냐“며 ”언제 대형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는 판국에 무서워서 살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