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밀어붙이기식 개발 행정’, 전주시의회 ‘무딘 견제·감시 기능’...왜 이러나?
[긴급 진단①] 도심 개발 서두르는 전주시·전주시의회, 무엇이 문제인가?
전주시가 우범기 시장 체제 이후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속도감을 과시하는 굵직한 개발사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공론화 과정 없이 속도와 치적만을 내세우며 강조하는 개발 일변도의 '불통 시정'이라며 불안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 언론들은 전주시의 무분별한 개발사업 추진에 의심의 여지 없이 ‘물꼬', '속도', '탄력’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더 조급함을 보이는 쪽은 전주시의회다. 오랫동안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면서도 잘 보존돼 온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란 우려와 함께 막대한 혈세 낭비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비등한데도 시민대의기관인 전주시의회는 견제와 감시를 통한 제어보다는 함께 개발에 질주하는 양태다.
‘우범기호’ 전주시가 추진하는 밀어붙이기식 개발 행정의 문제점과 실태, 이를 견제·감시해야 할 전주시의회의 무딘 기능과 역할 등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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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민선 8기 우범기 시장 체제로 출범한 이후 개발사업에 주력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랜 동안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며 알박기·특혜 시비가 일어 장기간 개발을 놓고 심사숙고해 온 옛 대한방직 부지와 종합경기장, 심지어 공원지역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개발을 조급하게 서두름으로써 부작용과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시민들의 의견보다 전주시가 하자는 대로 밀어주는 일방통행 기구로 전락한 양태를 보이고 있는 전주시의회에 대한 실망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된 의결에서 보여준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많은 논란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주시의회는 21일 열린 '제40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전주시가 제출한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해당 상임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이 안건은 표결 끝에 전체 출석의원 34명 중 찬성 30표, 반대 1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34명의 시의원들 중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의원이 단 한 명 뿐이라는 사실에 많은 시민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4명 시의원 중 ‘반대’ 단 1명 뿐...시민들 의견 제대로 대변하고 있나?
전주종합경기장은 1963년 전주시민과 전북도민들의 헌금 등으로 지어져 60여년 동안 전주시 한복판에 자리해 왔다. 노후화에 따른 이전 대책 등으로 2005년 전북도와 전주시의 부지 무상양여 절차로 시작된 부지개발 문제가 18년여 동안 개발 방식을 놓고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늘 그 중심에는 외지 대형기업인 ‘롯데’가 자리함으로써 특혜 시비와 인근 지역 상권 붕괴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더니 결국 돌고 돌아 이번 시의회 결정으로 롯데에 개발권을 쥐어주게 됐다. 전주종합경기장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이 재정사업에서 대물변제 방식으로 변경·승인됐다며 전주시와 전주시의회는 마치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처럼 자랑거리로 내세우며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문제가 다분하다.
우범기 시장이 들어서면서 지난해 야구장 철거를 시작으로 일부 해체 작업이 진행된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을 위해 롯데쇼핑에 3만여㎡ 부지를 넘기는 대신 전시컨벤션센터를 받는 대물변제 방식의 변경안에 따르면 이곳 부지의 절반가량에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최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전국 지자체들의 컨벤션센터 운영실태를 조사·분석한 자료와 함께 사업비 적절성 여부에 대한 문제점 외에 기존 타 시·도에 지어진 컨벤션센터들의 수익이 좋지 않아 파급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20일 전북민언련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주시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에 담은 전주시 구상 중 컨벤션센터는 총 사업비 3,000억원(대물변제 부지 2,000억원, 전주시 자체 부담 1,000억원)에 전시공간 규모는 2만㎡(실내 1만㎡, 실외 1만㎡), 회의공간 5,286㎡ 등이다.
하지만 전북민언련이 전시산업발전법에 따라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 등록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전국의 컨벤션센터 18곳을 기준으로 각 컨벤션센터 홈페이지 및 언론 보도를 통해 규모와 총사업비 등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전주시가 추진하는 종합경기장 내 컨벤션센터는 대략적으로 비교해 봐도 비슷한 규모로 최근 5년 사이 개관한 다른 지역의 컨벤션센터 실내 전시 면적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총 사업비가 높은 편이다.
더구나 전국에 20개에 가까운 컨벤션센터가 운영 중인 가운데 비수도권 컨벤션센터의 가동률은 매우 낮거나 중단된 사례들도 지적됐다. 지난해 광주시의 김대중컨벤션센터 가동률은 50%가량, 대전컨벤션센터는 40%가량으로 나타났으며 강원도는 레고랜드 옆 임시주차장 부지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잠정 중단한 사례도 있다. 이로 인한 적자를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하다는 점에서 전북민언련은 ”객관적인 파급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시비 부담 커지고 롯데에만 이익...동의안 부결하고 다시 논의해야“
더구나 이번에 전주시의회를 통과한 전주시의 종합경기장 내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비 3,000억원 중 대물변제 대신 전체 개발·이익권을 갖게 될 롯데쇼핑이 부담하는 금액은 토지값인 2,000억원이며 나머지 1,000억원은 시비를 중심으로 부담하고 도비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결국 전주시 부담만 커지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전주시의회를 통과하기 전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신중한 접근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개발해도 늦지 않다며 일방적인 전주시 개발 정책에 시의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줄 것을 촉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전체 시의원 중 단 1명 만이 반대한 표결 결과가 이를 증명해 준다. 이날 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전북환경운동연합은 긴급성명을 통해 “전주시의회는 롯데의 이익과 사업성만 키운 종합경기장 개발계획 변경동의안을 부결하고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유로 환경연합은 “시민 성금으로 지어진 경기장과 시 소유로 공공개발을 할 수 있는 도심 노른자 땅을 공론화와 철저한 검토 없이 형식적인 조건을 명분 삼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개발계획을 냉철히 분석해 시민의 이익을 최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발 협약서 체결되면 취소·조정 쉽지 않아...충분한 토의·의견 수렴 거쳐야"
또 단체는 “동의안은 경기장 전체 터의 27%(3만 3,000㎡)의 소유권을 대기업에 넘기는 것을 뼈대로 하는데, 애초 논의됐던 방식보다 대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며 “또 대기업은 3,000억원 규모 컨벤션센터 건축비 중 2,000억원을 부담하는데 이를 현금이 아닌 건축물로 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정산방식에 따라 건물 원가가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일하게 전주시의원들 중 반대 의사와 표를 던진 정의당 소속 한승우 시의원도 “일단 개발 협약서가 체결되면 사업비는 결정되는 것이므로 취소하려고 해도 조정이 쉽지 않다”며 “시민의 소중한 재산인 종합경기장의 개발에 관한 충분한 토의와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계속)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