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기 위한 '페달질'에 열심인 미국 사람들

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23)

2023-09-21     김길중 기자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자전거 운동과 운동가들

https://www.seattlebikeblog.com/의 2015년 9월 4일 기사.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를 위하여.'쿵 변호사 1주기를 맞아 울려퍼진 150번의 종소리'라고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은 시애틀바이크블로그 기사 캡처.

전작에 소개한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는 여러 도시에서 자전거가 도시의 중요한 일원이 되도록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추적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언론인 댄 코펠(Dan Koeppel)이 190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와 LA를 관통하는 자전거 도로를 추적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가 미국을 지배하기 이전에 미국에서도 자전거가 열풍을 일으켰고 LA시민의 20% 이상이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하는 시대가 있었음을 회고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오래된 도로를 찾아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영화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유명한 시애틀은 미국의 서북쪽 끝의 워싱턴주에 위치한다. 자전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https://www.seattlebikeblog.com/의 2015년 9월 4일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Sher Kung 이후 시애틀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150명의 사람들을 추모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에서는 Sher Kung 변호사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 1년 사이에 150명의 중상자 및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그들의 희생과 치명적인 부상을 종소리 하나에 담아 150번을 타종하였음을 소개한다. 그 1년 사이에 희생된 10명의 희생자의 이름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자전거 전문 변호사의 Bob Anderton 첫 낭독은 다음과 같다. “30세의 어머니이자 인권 변호사인 Sher Kung은 2014년 8월 29일 길 건너편에 있는 2번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중 사망했습니다”라고 읽은후 John Panzar 등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도시에서 나머지 희생자의 이름과 사연을 소개한다.​

이 자리는 1주기를 맞이한 쿵 변호사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기도 한데, 쿵 변호사는 2014년 8월 30일 우회전하는 트럭에 의해 사고를 당해 숨졌다. 유망한 인권변호사로서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내며 시민운동에 헌신해 왔다고 소개하는 지인과 참여자들은 ‘안전한 자전거 도로 개설을 위한 준공식이 있기 불과 며칠 전이어서 특별히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한다.​

이날 희생자의 이름을 낭독한 Bob Anderton은 자전거 전문 변호사로 자평한다. 30여 년간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삼아 일상을 누리는 앤더톤 변호사에게는 어느 날부터인지 자연스럽게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자들의 사건수임이 몰렸다. 이후 자전거 사고 전문 변호사를 표방했고 현재는 세 명의 다른 동료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동료 변호사 중에는 자전거 전문 경주자이자 자전거 메신저(미국에 존재하는 자전거를 이용한 퀵배송 서비스)를 한 경력의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앤더톤 처럼 자전거 애호가들이다. 이 법률사무소의 사건 90%가량은 자전거 관련 사고임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Bob Anderton을 포함해 네명의 변호사가 근무하는 '자전거 전문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화면. 사진은 해당 홈페이지 소개 화면 캡처.

이 내용은 몇 개의 이 블로그의 기사를 찾아 작성한 기사로써 ‘시애틀 바이크’는 한 달 기준 박스광고 175달러(23만 원가량) 배너광고 100달러(13만 원가량)의 광고 및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블로그의 편집자 Tom Fucoloro에 의해 201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톰은 Seattle Neighborhood Greenways에 의해 "시애틀의 안전한 거리를 가장 많이 발전시킨 개인"로 선정되었고 Seattle Met에 의해 2015년 " 시애틀을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15인 "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스트리츠블로그 캘리포니아 2022년 3월 2일 기사. 멜라니 커리라는 연구자는 '유도수요'라는 현상의 설명을 통해 교통문제 해결이 혼잡에 집중해서는 어렵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사진은 스트리츠블로그 화면 캡처.

한편 스트리츠 블로그라는 매체의 2022년 3월 2일 자 기사에는 ‘유도된 수요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도로)을 확충하고 개선점을 찾던 방식의 한계에 관한 분석의 기사이다. 기사 중 한 대목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유도된 수요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도시를 괴롭히는 실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혼잡은 부담스럽고 ​​영혼을 압도하며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큰 소리로 불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통 자금, 계획 및 건축의 초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혼잡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더 많은 용량을 구축하면 문제가 더 악화될 뿐입니다.”

도로를 넓히면 혼잡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 온 대중들의 의아함을 얼마 못 가 도로 막히고 마는 현상에 대해 ‘유도수요’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매일 한 개(내지 복수)의 기사를 이 블로그를 통해 기고하는 멜라니 카레(Melanie Curry)는 UCLA와 버클리 등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언론사와 공공기관(캘리포니아 교통센터 등)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의 자기소개 시작은 ‘오래전 UCLA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하면서 교통과 환경문제 개선을 고민해 왔다’라고 적고 있다.​

스트리츠 블로그(https://usa.streetsblog.org/)는 미국 전역의 자전거 관련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로써 크게 미국 전역, 뉴욕, 대도시,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Streetsblog USA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영리 조직인 OpenPlans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재단보조금, 후원, 광고, 독자 기부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포틀랜드에도 이런 조직이 있다. 2030 자전거 플랜을 통해 입체적이고 잘짜여진 자전거 정책을 펴고 있는 포틀랜드이다. 그 중간을 경과한 시점에 몇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있는 기사다. BAC 회원인 Catie Gould는 Geller의 프레젠테이션에 이어진 토론에서 이렇게 밝혔다. 

"10년 동안 이렇게 발전이 없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속도로는 결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속도로는 결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내용은 포틀랜드의 야심 찬 플랜이 2010년(자전거 점유율 7% 수준)에 시작된 이래 2017년(12%)에 정점을 찍고 정체현상(2010년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대목이다. 'PBOT(포틀랜드 교통국), 2030 자전거 계획에 대한 진행 보고서 공유'라는 제목의 기사에 시 교통정책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인사의 비판적 견해를 소개한 것이다.

포틀랜드바이크라는 블로그의 메인화면. 포틀랜드에서의 자전거 관련 소식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매체이다. 사진은 포틀랜드바이크 홈페이지 캡처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뉴욕, 포틀랜드 등의 인용한 도시와 매체들 말고도 미국의 많은 도시에는 이렇듯 도시마다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전거 운동이 존재하고 있음을 최근에 접하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들이 제기하는 각종 이슈와 활동방법들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음은 물론이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매우 열정적으로 자기 도시를 자전거로써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혼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들에 대한 반가움과 부러움이 동시에 든다. 아울러 피상적으로 접하거나 알지 못했던 미국사회에서의 이런 노력이 매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은 물론 이런 노력들이 시민과 행정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지고 있는 진척상황에 관한 새로운 눈뜸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도시계획, 특히 자전거나 버스등의 정책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버스를 이용하지도 않는 도시계획가나 행정관료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동안 이들은 일상에서 매일같이 실마리를 찾아낸다. 아울러 제기하며 정책으로 만들고 정치적 의제로 받아들이도록 활동한다. 또한 하나의 사고와 사건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온전한 손실로 놔두지 않는 구체성을 보여준다. 미국사회에서 자전거 운동의 위치가 매우 열악할것으로 짐작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지향을 명확하게 하며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의 힘에 의해 지탱하는 방식으로 단체활동을 한다.​

앞서 언급한 쿵변호사 사고 2년전 Boren의 Pike라는 지역에서 벌어진 19세 청년의 사망을 계기로 모금활동을 벌인다. 모금 첫주 15000달러가 모였고 총 32000달러가 모아진 기금은 희생자의 아버지에 의해 Bike Works라는 자전거 단체에 전달되었다고 한다. 그 희생자 이름 Nap Cantwell이 영원한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했던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의 첫 장면은 매연과 온실가스, 그리고 여러 재난적 상황으로 암울하게 덮혀 있는 지구를 밧줄 하나로 연결해 위로 끌고 있는 자전거로 시작한다. 그들의 페달질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굴려 가는 것일리 없다.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 생각난 방향을 말하는 활동, 외면받는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통해 굴려 나갈 뿐이다. 지구 곳곳에서 이뤄지는 이런 다양한 페달질을 모아보면 영화 포스터의 경우처럼 지구를 끌어 올리는 위치에 자전거를 둘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노력을 통해 진전을 이루고 있는 뉴욕시의 자전거로의 진화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겠다.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 포스터. 이 영화의 시작은 난마처럼 얽혀있는 지구를 위로 끌고 있는 자전거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