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시즌 첫 경기 '승리'...홈에서 '킷치 SC' 상대, 무난한 '출발'

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2023-09-21     김병직 기자
결승골의 주인공 한교원 선수(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가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아챔)’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20일 수요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홍콩의 킷치 SC를 상대한 전북은 2:1로 승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전북과 킷치는 5년 만에 다시 만나 대결을 펼쳤다. 지난 2018년 처음 만났을 때는 전북이 두 차례 모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아챔에 참가한 전북은 이번에 킷치 외에 태국의 방콕 유나이티드, 싱가포르의 라이언 시티와 F조에 속했다. 비교적 수월한 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킷치는 지난해 홍콩 프리미어 우승팀 자격으로 아챔에 참가했다. 자국 리그 12회 우승을 달성한 팀이면서 이번 시즌도 세 경기에서 12골을 터트리며 순항하는 중이다. 홍콩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팀이기도 하다. 홍콩에서 태어난 선수가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전북 현대에서 뛰던 전 국가대표 김신욱 선수는 킷치 소속이지만 이날 경기에는 부상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전북으로선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치른 경기였다. 지난 K리그1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리그 순위 ‘꼴찌’ 강원 FC에 1:3으로 패하며 팀 사기가 떨어진 상태다. 박진섭 백승호 박재용 송민규 김정훈 등 다섯 명의 핵심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어 있기도 하다. 이동준과 하파 실바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김진수 구자룡 홍정호 안현범이 수비진을 형성하고 류재문 보아텡이 중원에 위치했다. 문선민 한교원 아마노 준이 공격 2선에 서고, 구스타보가 최전방에서 골을 노렸다. 골키퍼는 정민기의 몫이었다.

홍정호 선수(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뒤지는 킷치는 원정임을 감안해 4-5-1에 가까운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얀처가 최전방에서 골 사냥에 나섰다. 클레이트 미카엘 페르난두 오나지가 중원에서 뛰고, 로쯔춘 베투 찬 게르빅이 수비 라인에 자리했다, 골키퍼는 세르자였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느 클럽을 가더라도 즉시 전력감 선수 7명이 빠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지금 출전 가능한 선수들도 높은 수준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전북이 앞서갔다. 아마노 준이 올린 프리킥을 수비수 홍정호가 펄쩍 뛰어오르며 헤더로 킷치의 골망을 출렁였다. 15분, 아마노 준이 다시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왼발로 멋지게 감아 찼지만 킷치의 세르자 골키퍼가 펀칭으로 걷어냈다.

전북이 공세를 이어갔다. 구스타보의 머리를 겨냥한 크로스를 자주 시도했다. 수비를 두텁게 한 킷치는 간간이 역습을 시도하며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추가시간 1분이 지날 때까지 전북의 1;0 스코어가 유지됐다. 전북으로선 객관적인 전력 차에 안방임을 고려할 때 만족할 수 없는 스코어였다. 전반에 전북은 점유율을 70% 넘게 가져가고 슈팅도 11:1로 앞섰다.

후반 10분 킷치의 동점골이 터졌다. 각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시도한 미카엘의 오버헤드킥이 골로 연결됐다. 행운의 골이라 할만했다. 다행히 실점 뒤 5분 만에 한교원이 다시 앞서가는 골을 만들었다. 아마노 준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튀어나온 것을 오른발로 정확하고 침착하게 골대 반대편 모서리로 깔아찼다. 한교원의 아챔 6년 연속 골이었다. 자칫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골이라 값어치가 더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3분, 상대 공격을 몸으로 저지하던 홍정호가 경고를 받았다. 전북이 받은 첫 경고였다. 킷치는 이미 세 장의 카드를 받은 상태였다. 28분, 전북이 다시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38분, 한교원과 아마노 준이 빠지고 정우재와 이수빈이 경기장을 밟았다. 킷치도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변화를 줬다. 추가 시간 3분이 주어졌지만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경기 내내 비가 내리고 그라운드에 물이 차 있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큰 경기였다.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구스타보와 보아텡의 헌신이 빛났다. 전북 팬들은 궂은 날씨와 주중 경기임에도 경기장을 찾아 함성과 응원가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한편 이번 아챔에 출전한 K리그 소속 네 팀은 조별리그 1라운드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전북이 승리한 데 이어 원정에 나선 포항은 베트남의 하노이에 4:2로 승리했다. 어제 일본 원정길에 나선 인천은 요코하마에 4:2 승리를 거뒀고, 울산은 홈에서 BG 빠툼 유나이티드를 3:1로 이겼다.

올해부터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우승팀을 가리는 ‘추춘제’로 바뀐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해를 더할수록 위상과 규모가 커지는 중이다. 엄청난 우승 상금이 걸려 있고, 중동 리그로 팀을 옮긴 포르투갈의 호날두와 브라질의 네이마르 등이 아챔 무대에서 뛰는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전북의 아챔 조별리그 2라운드는 10월 4일 방콕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병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