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회복 위한 강제·보위수사" "언론자유 짓밟은 검찰 구둣발”...비난·우려 확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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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7     박주현 기자

언론자유가 불운한 과거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과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김만배 녹음파일'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뉴스타파와 JTBC 사옥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해 파장이 거세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란 점에서 더욱 시선이 따갑다. 

두 언론사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이자 대장동 자금책인 조우형 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에 해당 언론사 노조와 언론현업·시민사회단체, 진보언론들은 “언론자유 짓밟은 군홧발이 검찰 구둣발로 바뀌었다”며 “윤 대통령 보위 수사”로 규정하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검찰의 언론사 압수수색과 관련한 해당 언론사, 언론·시민단체, 진보매체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초유의 뉴스타파 압수수색...역사에 남을 치욕적 언론 현장"

뉴스타파 9월 14일 뉴스 화면 갈무리

"검찰, 윤석열 한 사람 심기 보위하려 충성경쟁" 

"정치검찰의 독립언론 침탈 폭거에 맞서 싸울 것" 

"독립언론 공영방송 말살 책동, 전 세계에 알릴 것"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14일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 등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정치검찰의 독립언론 침탈'로 규정하고 정권 차원의 탄압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만배 녹음파일'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뉴스타파 함께센터와 뉴스타파 소속 기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이날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서울 마포구 JTBC 본사,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와 봉지욱 기자(전 JTBC 기자)의 주거지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뉴스타파 등에 따르면 이날 검찰은 검사 4명과 수사관 16명 등 총 20명의 대규모 수사팀을 압수수색에 투입해 오전 8시 30분경부터 7시간여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서 뉴스타파와 뉴스타파 소속 두 기자 등에 적용한 혐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전해졌다. ‘김만배·신학림 등 피의자와 모의하여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보도했다’는 취지로 검찰은 당초 두 취재기자 관련 물품뿐만 아니라 뉴스타파의 인사 사항과 CCTV 영상 등 수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내부 자료까지 압수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영장 심사 과정에서 기각됐다. 

초유의 독립언론 압수수색과 관련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날 성명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권을 수호하는 정치 검찰이 얼마나 악랄하게 언론을 탄압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치욕적 언론 현장"이라고 규탄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언론 탄압,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언론의 가장 큰 사명은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며 ”저희 뉴스타파는 그 역할을 지난 10년간 묵묵하게 수행해 왔다. 이런 독립언론을 사형, 일급살인, 국가반역 등의 극언과 물리력으로,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압살하려고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

뉴스타파가 지난 7일 ‘김만배·신학림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또한 김 대표는 "오늘은 검찰 특활비 등 예산 오남용 시즌2를 기자회견과 집중보도를 통해 공개하려고 한 날"이라며 "이런 오늘, 때를 맞춰 뉴스타파를 침탈한 건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스타파·지역독립언론·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자료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독립언론 침탈 폭거를 규탄하며 어떤 탄압에도 권력감시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뉴스타파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라며 ”다시 말하면 윤석열 한 사람의 심기를 보위하려고, 바로 오늘 검찰은 일사불란하게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과거 독재정권 시절보다 더 흉포하게 전개되는 뉴스타파 탄압의 폭력적 시작이 바로 오늘 검찰의 압수수색"이라고 규정한 뉴스타파는 "검찰이 더욱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벌인다 해도 윤석열 정권의 주장은 결코 사실로 입증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초 뉴스타파가 '가짜뉴스로 조직적인 대선공작'을 벌인 사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 뉴스타파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사 및 국제언론단체와도 연대해서 싸워나가겠다. 윤석열 정권의 독립언론 공영방송 말살 책동을 전 세계에 낱낱이 알리겠다"고 선포했다. 

앞서 지난해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보도에서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 김만배 씨가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인터뷰 이후 김만배 씨와 신학림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은 뉴스타파 보도를 '가짜뉴스' '대선 공작' 등으로 규정하고 성토해왔다. 

하지만 뉴스타파 측은 “보도의 핵심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이다"며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가 2009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에 1,155억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면서 "조우형 씨는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조우형 씨는 대검 중수부로부터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관련 수사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우형 씨는 2014년 경찰 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직접 증언했고, 2015년 관련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JTBC 노조·기협 “밀어붙이기식 검찰 수사, 위헌적 행위...언론자유 위축시켜”

지난 6일 JTBC 뉴스룸은 지난해 대선 전 윤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사과했다.(사진=JTBC 9월 6일 뉴스룸 화면 갈무리)

JTBC 기자들도 이날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에 대해 “언론사를 고압적으로 수사하는 검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 JTBC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검찰이 JTBC 압수수색에 나섰다”며 “검찰은 지난해 JTBC 보도에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영장에 ‘피해자 윤석열’이라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은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JTBC는 앞서 문제가 되는 보도에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당시 보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시청자에게 그 결과를 밝힌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자들은 “그런데 검찰은 해당 보도를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이라 천명하고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보도국은 JTBC 기자들의 취재 기밀과 자산이 쌓여있는 곳이다. 오늘의 압수수색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또한 “언론 보도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JTBC 보도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검찰의 위험한 발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JTBC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왜곡 보도를 하게 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보도 당사자인 봉지욱 전 JTBC 기자는 현재 뉴스타파로 옮겨 기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최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JTBC는 내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자료 요청도 없이 진상조사를 허위로 했다”며 “JTBC가 용산에 납작 엎드린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봉 기자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21일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에 이어 2월 28일 ’대장동 자금책 측근들 “검사가 타준 커피…영웅담처럼 얘기”‘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들 기사에서 당시 JTBC 소속이었던 봉 기자는 대선 이슈 중 대장동 수사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두 기사에서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 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법조 로비로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봐주기 수사’가 의혹 제기의 핵심이었다.

언론현업·시민단체들 “언론자유 짓밟은 군홧발, 검찰 구둣발로 바뀌어...정권 향한 충성심 과시”

14일 언론현업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제공)

한편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현업단체와 언론시민단체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보도 내용을 빌미로 검찰이 복수의 언론사와 기자를 동시에 압수 수색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검찰이 ‘여론조작’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압수수색을 한 것은 윤석열 정권을 향한 충성심의 과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단체들은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과 JTBC에 ‘김만배 인터뷰 사태’를 빌미로 검열에 나서는 위법을 자행하더니 오늘은 아예 검찰이 나서 물리적 압박을 강행했다”며 “선거 보도 한 건으로 검찰이 언론사들과 기자들의 압수수색을 군사작전 하듯 나서는 법치 국가가 전 세계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언론이 스스로 문제를 밝히고 시민과 독자의 비판을 받아야 할 과정을 깡그리 무시한 공권력의 폭력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탈”이라고 규정하며 “(뉴스타파) 최초 보도에서 어떤 허점이 있었고, 이를 인용하거나 연속해 보도한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논의는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이 ‘희대의 대선 공작’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이후 검찰‧방통위‧문체부‧서울시 할 것 없이 모두 길길이 날뛰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정치 공작이며, 반국가세력의 반민주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국민의힘이 기자들부터 라디오 진행자까지 형사고발하고, 검찰은 언론사 압수수색에 기자들 집까지 탈탈 털고 있다”면서 “당신들에게 불리하면 가짜 뉴스고, 유리하면 진짜 뉴스인가. 뉴스타파 보도가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했더라면 지금처럼 압수수색 했겠나”라고 물었다. 이날 신동윤 언론노조 뉴스타파 지부장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끊임없이 감시해 온 뉴스타파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뉴스타파는 간단히 꺾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대통령 ‘명예회복’ 위해 언론 강제수사...대리 보복”

이와 관련 다음날인 15일 한겨레는 ‘대통령 ‘명예회복’ 위해 언론 강제수사하는 검찰‘의 사설을 내보냈다. 사설은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은 언론중재나 정정보도청구 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며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려면, 최소한 언론사나 기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애초 뉴스타파를 비롯해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할 때 대장동 일당을 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은 놔둔 채, ‘허위 보도를 공모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사설은 “검찰이 윤 대통령 관련 의혹도 제대로 수사를 해야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사설은 말미에서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 개인의 피해를 ‘대리 보복’하기 위해 검찰권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검찰권 남용·심대한 언론자유 위협”

경향신문 9월 15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 ‘뉴스타파·JTBC 강제수사, 심대한 언론자유 위협이다’에서 “2011년 당시 대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과정과 결과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며 “조씨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커피를 얻어 마신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처벌받지 않은 조씨의 변호인은 김만배 씨가 소개하고 윤 대통령과도 막역한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4년 뒤 같은 혐의로 수원지검에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고 밝힌 사설은 “대장동 일당의 종잣돈과 ‘50억 클럽’ 시발점이 된 이 사건에서는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검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검찰이 커피 대접이 허위라는 이유로 언론사 보도 전체를 거짓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검찰권 남용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