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언론폭력 일삼는 일간지들 폐간하라?”...전주농협, 내부 문제점 보도 언론사들 겨냥 '비난 현수막' 왜?
이슈 초점
“가짜뉴스로 지역경제 말살하고 언론폭력 일삼는 전북일보·전민일보 사죄하라! 배상하라! 폐간하라!”
‘전주농협 조합원 임직원 일동’ 명으로 전주농협 건물에 붙은 현수막에는 이색적인 문구들이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주농협 “사실과 다른 허위 보도, 대형 현수막으로 알리고자...법적 대응도 검토 중”
11일 전주농협이 본점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내건 현수막 문구가 전북지역의 많은 언론사들 중 두 일간지만을 지정해 사죄와 배상, 심지어 폐간까지 요구한 내용이어서 주목을 끈다. 이날 전주농협 관계자(총무과)는 <전북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두 언론사를 특정하여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최근 전주농협의 인사와 경영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허위보도를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법적인 대응 방안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최근 노조 측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주장한 내용도 일부 사실과 달라 사측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데 언론 보도는 이 보다 더 많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전북일보·전민일보 “전주농협 조합장 배우자가 하나로 마트 5곳 중 4곳 납품” 동시 의혹 제기
이날 전북일보는 ‘전주농협 조합장 배우자가 하나로 마트 5곳 중 4곳 납품’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전주농협 조합장의 배우자 명의로 된 농장에서 전주농협 하나로마트 5곳 중 확인되지 않은 1곳을 제외한 4곳에 소고기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적법 여부 문제를 떠나 ‘농민이 애국자’를 표방하고 있는 조합장이 배우자의 농장에서 길러진 가축을 자신이 운영하는 농협에 유통시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기사는 “특히 정육코너를 전주축협에 위탁운영하면서 업적평가 가점과 무이자 자금지원을 받던 혜택 소멸을 감수하고 임대매장으로 전환한 배경에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전북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농협 조합장의 배우자가 운영하고 있는 농장에서 전주농협 하나로마트 중화산점과 신성, 아중, 효자점에 도축과정을 거친 소고기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전민일보도 인터넷판에 관련 기사를 내보낸데 이어 12일 자 1면 ‘전주농협 임인규 조합장, 내부자 거래 의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주농협 임인규 조합장과 배우자 명의로 된 농장에서 전주농협 하나로마트(로컬푸드) 5곳 중 4곳에 소고기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도덕적 비난이 일고 있다”며 “명의로 된 농장에서 키운 소를 하나로마트(로컬푸드)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도덕적 비난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주농협 노조 측 “조합장 인사 비리, 부동산 매입 의혹 관련 고발장 제출...성역없는 수사” 촉구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전주농협분회는 지난달 30일 전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전주농협 조합장의 인사 비리와 부동산 매입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했다”며 “성역없는 수사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전주농협분회는 “직원 승진과 정규직 전환 관련 인사청탁 비리의혹 사례가 차고 넘친다”며 “계약직 직원의 모친이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해 아들을 정규직 기능직으로 전환시켰다는 증언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임인규 조합장 재임 8년 동안 인사교류라는 명목으로 타 농협에서 전주농협으로 전입된 직원이 20여명에 이르지만 명분도 없는 특혜 인사”라고 밝힌 뒤 “임 조합장 취임 이후 전주농협의 직원 수가 70~80명이 급격하게 증가해 300여명에 이른다”며 “해당 농협의 공개경쟁채용은 미미하며 조합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형 채용과 타 농협 전입이 대다수여서 의혹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조 측은 “실제로 채용된 이들의 인적 관계를 보면 전 조합장, 지점장, 전 이사, 대의원, 영농회장들의 자녀이거나 친인척이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실력이 뛰어난 이들의 공정한 입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농협 지난달부터 '부동산 의혹 제기' 등 지역 일간지들 '집중 보도'
이보다 앞선 지난달 9일 전주농협 노조원들은 전주농협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부동산 및 고정자산 취득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농협중앙회와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고, 송천동 이마트 입점 건물 매입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지역 일간지들과 일부 통신사들은 관련 뉴스를 보도해 왔다. 특히 전북일보와 전민일보는 이와 관련 집중적인 보도로 문제점과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전북일보는 지난달 30일 ‘전주농협 채용에 아빠찬스? vs “공정한 채용절차”’의 기사에서 “인사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주농협의 일반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원들의 채용이 실력이 아닌 인맥이나 조합장과의 친분에 따라 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반면 전주농협은 채용준칙과 인사규정에 의해 공정한 채용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이어서 진실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민일보도 이날 ‘전주농협 신규 직원 채용에도 원칙 벗어나 인맥이나 조합장과의 친분이 결정’의 기사에서 “인사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장까지 접수된 전주농협이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조합장과의 친분 또는 직원 가족, 친인척 등 인맥을 통해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며 “전주농협 노조가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임인규 조합장 취임 전(2015년)만 해도 계약직원은 20명에 불과했으나 취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며 현재 55명의 계약직원이 근무 중에 있다”며 “임인규 조합장 취임 후 총 35명의 계약직원이 늘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무기계약직 또는 정직원으로 승급된 것도 모자라 일부는 6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 10년 이상 근무해도 과장을 달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같은 기간 정규직원도 206명에서 242명으로 36명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언론사 겨냥 '비난 현수막' 과하다", "문제점 은폐 의혹”...철저한 수사 필요
이처럼 전주농협의 내부 문제점이 노조 측에 의해 촉발된데 이어 이를 지역 일간지들이 집중 보도한데 대해 사측이 거세게 비난하며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등 급기야 건물에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며 특정 언론사들에 대한 비난전을 하고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들은 곱지 않다.
이를 바라본 시민들 사이에는 “금융기관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에 문제가 있으면 정당한 방법으로 대응하면 될 일을 굳이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외부에 알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내부 문제와 의혹을 숨기려는 것 아니냐", "아전인수식 홍보전이 지나치다”는 지적과 함께 눈살을 찌푸렸다.
더구나 최근 전주농협과 관련된 내부 비위가 노조 측에 의해 잇따라 제기됐고 이를 많은 언론들이 인용해 보도한 만큼 전주농협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수막 비난보다는 오히려 진정성 있는 해명이 앞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역의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내부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무조건 나쁜 적으로 간주하는 듯한 사측의 대응이 오히려 더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현수막을 내걸어 특정 언론사를 한정해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건 없건 내부의 누군가를 비호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