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님들 제발 '허튼짓' 좀 멈추세요"-전주시 '아중호수 케이블카 설치' 계획에 부쳐
주장
얼마 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전주시의 ‘아중호수-기린봉-한옥마을’을 잇는 케이블카 추진에 관해 뉴스링크와 함께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짧게 ‘허튼짓’이라고만 답을 보냈다. 그에 관한 부연이라 할 만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실제 주고 받은 메세지는 '허튼짓'이 아니라 '뻘짓'이었다. 기사라는 성격에 맞게 순화시킨 표현임.)
"충청북도 괴산군은 2005년 군민들이 나눠먹을 밥을 짓는 등의 화합과 상징적인 조형물을 만든다며 둘레 17.85m, 상단 지름 5.68m, 무게 43.5톤의 가마솥을 만들었다. 국민성금과 군비등 5억 6천만 원이 들어간 이 솥은 3년 동안 밥을 지으려다 실패하고 옥수수나 감자를 삶아보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포기하고 관리만 하는데 놔두면 녹슬게 되니 페인트칠을 하고 기름을 발라 관리해야 했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지 결국 20여 년 만에 이 처치곤란덩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 국민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기로 했단다. 내심 세계 최대의 가마솥을 노렸지만 이미 존재하는 호주의 것에 밀려 기네스에 올리려는 의도도 실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올 2월 김영환 충북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이자 "실패학 교과서에 빼놓아서는 안 될 메뉴"라고 비판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2023년 8월 13일 한국일보 기사 인용)
거북선의 비참한 최후(?)
"구국의 영웅이라 불리는 이순신 장군이 드라마 등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지역과의 연관성을 내세워 거북선 짓기 열풍으로 화답했다. 2000년대 초반에 거북선을 건조한 지자체는 9곳으로 전남 3척(여수 1척, 해남 1척, 진도 1척), 경남 8척(통영 4척, 거제 1척, 사천 2척, 남해 1척)등 총 11척에 300억 원이 투입되었다. 승선체험용으로 거제시가 16억 원을 들여 만든 120톤짜리 거북선은 태풍에 파손되는 등의 유지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처치곤란이었다. 올 7월에 공매에 붙였고 154만 5380원에 낙찰되었으나 인수를 포기해 결국 폐기하고 고철로 팔게 되었다. 사천시가 8억 7천만 원에 건조해 4천7백만 원을 받고 팔았으니 거제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해남 우수영에는 2008년 46억 원을 투입해 유람선을 겸하는 형태로 운영하다가 10년이 채 못된 2017년까지의 누적적자 30억 원을 견디다 못해 운항을 중단했다. 거북선을 건조한 지자체마다 다들 골치 덩어리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근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23년 8월 23 서울신문 기사 인용)
"무주군 무주읍 향로산 정상에 33미터 크기의 로봇 태권 V를 설치해 무주군에 있는 태권도원과 연결한 상징물을 짓겠다는 계획이 몇 년 전에 발표되었다 호되게 '지랄 옆차기'라는 비판을 받아 철회한 바 있다. 이를 포기하지 못했는지 무주군에서는 최근 12미터짜리 태권 V를 포함해 190여 억 원이 투입되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전한 뉴스에서는 정작 아이들이 '로봇 태권 V'를 모를 텐데라며 네티즌들의 ‘틀딱~ 꼰대적 발상’이라는 등의 반응을 전하며 비판적인 소식을 전한다." -(2023년 3월 19일 위키트리 기사 인용)
다 찾지를 못해서 그렇지 전국의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이런 코미디와 같은 허튼짓은 무수하게 많을 것이다. 결국 오래 못 가 고철로 전락하는 애물단지이자 실제 고물상에 팔아 처분하는 길 밖에 없는 이런 허튼짓이 반복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상상력의 빈곤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빈곤한 상상력을 채울 ‘수식어 붙이기’와 ‘잘되는 것 같으면 베껴보려는 심리’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그도 아니면 아시아 최대, 아시아 최고... 그것도 아니면 국내에서라도 가장 높은..... 를 붙이려 애쓴다. 거북선 건조 예처럼 시류에 편승해 마구마구 지어대기 바쁘며 뒷일이 어떻게 될지에 관한 타산도 고려도 작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케이블카를 여수나 통영처럼 타게 될까?...거북선이 들려주는 교훈을 케이블카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
여기에 비견할만한 일이 지자체마다 바쁜 케이블카 놓기도 다를 바 없다. '월간 산'의 7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까지 전국 20여 개 놓여있던 케이블카가 열풍을 불러일으켜 2022년 말 현재 41개가 설치되었고 현재도 수십 개의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고 있다고 한다. 통영과 여수 등에서 설치한 케이블카가 인기를 끌게 되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데 최소 몇 백억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의 설치비용이 든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직접 관리하기도 하지만 민간투자를 유치해 위탁운영하기도 한다.(민간투자는 대개는 기부채납 하되 일정기간 영업권을 보장하는 방식의 BTL방식이 될 것이다)
우후죽순의 이런 난개발을 보도한 위 기사에 따르면 결국 많은 케이블카가 적자와 처치 곤란의 골치 덩어리가 될 것을 지적하고 예견하고 있다.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8월 말 휴가 때 여수에서 케이블카를 탔는데 대기 줄만 1시간 이상이었고 수천 명의 대열에 서보기도 했다. 주말에 들렀던 춘천 삼악산에서는 대기 줄이 안 보인다. 오가는 캡슐에 빈 채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다,
삼악산 케이블카의 경우 지난해부터 운행했는데 60만명이 이용했다 하니 하루 2,000명가량 탄 모양이다. 한 번씩 타볼 사람들은 다 타서 시들해진 건지 내가 찾았던 날에 사람이 적어서였는지는 모른다. 여기를 지나친 3번 모두 거의 비슷한 걸로 봐서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서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삼악산 케이블카의 주된 전망을 제공하는 의암호는 전주시 아중호수의 수십 배 크기는 되는 말 그대로 호반이다.(의암호의 만수위 면적이 15평방킬로미터이며 전주 아중호수는 대략 0.214평방킬로미터이다. 70여배 차이가 난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조망하는 케이블카가 이럴진대 아중호수와 한옥마을을 바라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탈는지 모르겠다. 여수나 통영의 케이블카와 같은 경우 바다와 항구, 그리고 도시와 산이 어우러진 풍광으로 인해 케이블카 탑승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될 만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 줄을 지어 타는 사람들의 대기 열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한옥마을은 고즈넉하며 낮은 거리의 골목을 거니는 맛이 본래의 맛이었다. 이 맛이 상당부분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다고 여기며 이를 어떻게 다시 복원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라면 오목대 정도의 야트막한 동산에 올라 충분하게 바라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타산없이 진행하다가 고철로 밖에 처분할 방법이 없는데서 교훈 찾아야
그 위를 생뚱맞게 긴 철골구조로 덮는다는 발상 속의 미학적 고려가 있었는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공간은 걷는 행위와 여러 사람들과의 상대적 부대낌에서 느껴지는 입체적 미학으로 그려질 수 있다. 대체 기와지붕으로 이어진 스카이라인과 케이블이 어우러질 것으로 여기는 발상을 어떻게 했을지가 경악스럽기도 하다.
예시한 일들을 '허튼짓'으로 규정하며 상상력의 빈곤에 강조점을 두었다. 모방과 따라 하기가 아니라 자기 도시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접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다 차치하고 타산이라도 면밀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친다. 타산없이 진행하다가 고철로 밖에 처분할 방법이 없는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런 계획이 주는 환경에 대한 문제나 경관의 파괴에 대해서는 논외로 두더라도 불과 몇년 후에 벌어질 미래는 얼마든지 계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