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 상병 ‘49재 날’ 고향 남원서도 추모 행사...동료·시민들 "성역없는 수사, 책임자 처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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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박주현 기자

해병대에 복무하다 사망한 고 채모 상병의 49재를 맞아 고인이 근무했던 해병대 1사단 외에 고인의 고향인 남원시에서도 고인의 동료 및 시민들이 모여 추모집회에 이어 합동성명을 발표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고 채 상병의 49재 날인 6일 남원시 도통동 그린공원에서는 고인의 친구, 동료들과 부모 친구들, 해병대전우회 회원 등이 모여 추모집회를 연 뒤 성명을 통해 “고 채 상병의 사망 원인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해병1사단 전 수사단장)이 ‘집단 항명수괴죄’를 저지른 자로 취급당하더니 종국엔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당하는 지경까지 몰렸다”며 “이는 권력의 힘에 의해 박 대령이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군 병사, 민간 수해지원 작전 중 안전장구도 없이 대낮에 사망...철저한 수사를”

해병대 군 복무 중 사망한 고 채모 상병의 49재 날인 6일 남원시 도통동 그린공원에서는 고인의 친구, 동료들과 부모 친구들, 해병대전우회 회원 등이 모여 추모집회를 연 뒤 성명을 발표했다.(사진=독자 제공)

이어 이들은 “사건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이 포함된 수해지원팀이 해병대원이라는 사실이 눈에 띄도록 붉은색 해병대 티셔츠만 입고 구명조끼는 걸치지 않은 채 구조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며 “이를 수사한 박정훈 대령은 임성근 소장까지 혐의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사건 수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방부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박정훈 대령을 탄압하는 야비한 행태를 당장 멈추고 성역없는 수사와 책임자 처벌, 박 단장에 대한 제3의 수사기관 수사, 형사 입건·보직해임 철회, 박 단장이 밝혀낸 사단장 포함 8인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성명에서 "군 병사가 민간 수해지원 작전 중 안전장구도 없이 대낮에 사망한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면서 "언론이 생중계하다시피 한 이 사건의 수사를 철저히 수사하고 은폐된 진실을 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

사망 후 2개월째 원인·책임 규명 이뤄지지 않고 진실 은폐 의혹 확산...‘공분’

MBC 8월 27일 '스트레이트' 방송 한 장면(캡처)

이날 채 상병의 49재는 고인이 생전 복무하던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내에서도 봉행됐다. 군부대 내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49재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해병대 1사단 내 사찰인 해룡사에서 영혼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도하는 '천도'(薦度) 위령제 형태로 진행됐다.

고인의 부모와 유족 관계자 20여명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임성근 1사단장, 채 상병이 소속됐던 포병여단 동료 등 120여명이 참석한 이날 49재 추모식에 이어 군은 채 상병의 희생을 기릴 수 있는 흉상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원이 고향으로 원광대학교에 입학해 1학년을 마친 뒤 올해 3월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 5월 1사단으로 전입 받은 고 채 상병은 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는 임무를 수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이어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을 예우하기 위해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 계급 추서 진급시켰고 순직 결정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하고 고인의 영현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지만 사망 원인과 책임 규명은 2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진실 은폐 의혹 확산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어 공분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