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통제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선택한 '포틀랜드', '오리건 사람들'

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21)

2023-09-06     김길중 기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야경. 포틀랜드 도심을 관통하는 월라멧강은 많은 조선소로 인해 붐비며 강변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로 인해 시민들과 멀어진 공간이었다. 해안가(수변)를 시민의 것으로 활용해야 할수 있어야 한다는 톰맥콜은 관련 법안을 만들었고 도시계획에서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는 '도시성장 한계선' 등의 장치를 고안하여 미국의 여러 주에 영향을 끼치는 업적을 남겼다.(사진=장우연 연구자 제공)

토지이용 계획을 마련하고 도시 계획의 대전환을 이뤄낸 톰맥콜 오리건 주지사 이야기

한 국가의 대다수 인적 구성원이 국토 전체를 활용하지 않고 한 곳 또는 두 곳을 중심으로 몰려 살면 어떻게 될까? 이런 공동체는 지속가능할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소멸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적어도 이런 명제에 관해 부정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균형발전에 관한 의제를 나라별로 중요한 국가적 의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어떠한가? 해방 이후 서울로 밀려들어 서울과 공간적으로 분리된 위성도시 몇 개로 시작되더니 어느덧 경기도 전역과 충청남도까지 수도권이 확장되었고 행정구역상의 분리가 아니라면 서울과 경기가 구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많은 사람들이 서울공화국을 우려했지만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만 있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개발과 확장, 성장의 논리가 지배적으로 자리한다. 또한 집중의 화신이 되었다. 이런 현상과 추세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데 대해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를 방치하거나 더욱 심화시키는 모순적 태도로 대하고 있다. 욕망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개발의 신화와 성공(?)은 이런 욕망을 부채질하며 탐욕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이 욕망은 잠자코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부채질하기까지 한다. 최근 몇 년간의 전국적인 부동산 폭등과 같은 경우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시스템과 사회적 면모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아가 위기에 빠뜨릴 중대한 문제다.

​'지속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을까?'를 질문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

우리와는 달리 필자가 주로 언급하는 나라와 도시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방치하지 않고 통제하며 관리한다. 유럽에서는 100만을 넘는 대도시 자체가 매우 드물다. 튼튼한 시스템으로 잘 짜여지고 굴러가는 나라일수록 적정한 규모로 분산되어 삶의 터전으로 활용하지 욕망의 소비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며 효율적인 활용이기 때문이다.

시선을 돌려 전주로 돌아와 보자. 2000년도 당시 전주의 인구가 62만 명 규모였다. 2020년 말에 65만 7천 명을 정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뚜렷한 인구 감소가 확인되고 있다. 2023년 7월 말 현재 64만 5천 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라북도가 추정하는 예측치(추계인구라고 함)상 2035년이면 60만 명(61만 3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25년여 사이에 인구는 그대로인데 도시 규모는 네 배 가까이 확장되었다. 2010년 이후에 새로 개발된 혁신도시, 에코시티, 효천지구 등 동쪽을 제외한 사방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어떤 문제들을 야기할까?

전주의 확장에 관한 모식도. 2000년 62만 인구였던 전주가 2023년 현재 64만 수준이다. 이 기간 확장된 도시 규모는 네배 가까이 된다.
2000년 이후 전주시의 인구변화. 2025년 이후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전라북도에서 예측한 인구추계치에 근거한다.

깊게 들여다볼 것도 없이 여러 문제가 예측된다. 이 기간 자동차수는 15만 9천여 대에서 34만 4천여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도로용지 면적이 11,511,348평방미터에서 18,596,496평방미터로 61%가량 증가했다. 자동차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도로가 막히고 체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은 어떻게 되겠는가? 새로 생겨난 택지로 운행이 필요하지만 대중교통 수요는 오히려 주는 추세이니 팔달로와 기린대로에 집중되어 있던 버스 노선을 새로 조성된 지구로 끌어다 쓰는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이 좋아질 리 없다.​

이런 현상은 교통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 등의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모든 인프라 구축에도 훨씬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런 문제의 집합체가 자주 인용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결국 나날이 악화되는 환경으로 인해 도시는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던 중요한 현상들이 이와 같은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토지이용에 관한 계획 아래 도시가 관리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오리건주 법안 SP100 표지부. 공화당 소속이었던 톰맥콜주지사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들을 설득하여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늘날 포틀랜드의 도시 계획의 근간을 만들었다.(사진 출처=오리건주 홈페이지 캡처)

폭발적인 확장의 시점에 지속가능성을 떠올린 사람들 

포틀랜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 강대국들이 전쟁을 치르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고 파괴된 생산기반시설로 인해 전쟁이 끝나고도 복구하고 재건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의 주요한 축으로 참전했던 미국이지만 유럽의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오히려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린다. 1950년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에 자리하고 엄청난 호황을 누린다. 도시마다 활기차게 돌아가고 사람들이 모이며 돈이 넘쳐났다. 포틀랜드도 예외가 아닌 호황을 누린다. 1,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전쟁에 투입되는 화물선등의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의 거점 중 하나인 포틀랜드도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난다. 대략 1920년대부터 50년대까지 그리고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크게 두 번의 성장기를 맞았다.

활황의 정점이었을 시점인 1960년대 중반 한 인물이 등장한다. 미국의 방송사인 NBC 계열사인 kgw-tv의 기자 톰 맥콜(Thomas Lawson McCall)이라는 인물이다.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 기반의 포틀랜드를 도시의 성장과 함께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던 시절이다. 연중 절반 가까이 스모그 경보가 도시를 강타하는 도시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기자였던 맥콜은 1962년 대기오염원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포틀랜드의 환경에 관한 중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1964년 주의 국무장관을 역임한 맥콜은 오리건주의 주지사로 출마하면서 자신의 비전인 환경을 강조하며 당선되는 데 성공한다. 오늘날 재활용이 보편적인데 맥콜은 재생 유리병 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해안가를 사적 소유로 두지 않고 공공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법안 등 자신이 가져왔던 비전을 현실화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나아간다.

맥콜의 가장 두드러진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토지이용계획에 관한 법률이라 할 SB 100 법안을 관철시켜 낸 것이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훗날 여러 주에게 영감을 주고 전파되게 된다. 아울러 이런 규제가 도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거듭해서 이 법안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오리건 사람들은 이를 지켜냈다.(세 차례의 국민투표가 있었지만 모두 부결되었다)

오늘날 포틀랜드가 주목받고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법률을 제정하고 대중교통과 적정한 도시계획, 그리고 자연환경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견해가 포틀랜드의 정신으로 자리 잡게 만든 역할을 한 것이다.

포틀랜드와 오리건의 이런 독특함에 대해 포틀랜드 사람들은 이 자체를 역사로 잘 정리해두고 있다. 그를 소개한 어느 저작물의 한 표현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Hector Macpherson Jr는 1960년대 후반 어느 날 이웃의 농장을 지나 차를 몰고 가다가 흙을 뒤집는 Caterpillar 트랙터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키울 계획입니까?" 그는 창밖으로 소리쳤다. "집"이라고 트랙터 운전사가 대답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하든 실제적이든 그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사실입니다." -오리건 역사학회의 생산적인 낙원계획-오리건 토지 사용정책 이야기에서 인용

성장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확장하던 시기 포틀랜드인들은 적정한 인구 규모 유지와 균형 잡힌 도시가 필요하다고 자각하였고 도시 계획의 근간으로 만들어냈다. 마지막 인용한 구절의 ‘집’(또는 투자)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는 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