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위반 등 '비위 언론인들' 현직 활동에 ‘비난·우려’ 목소리 커...“독자 냉소 염두에 없나”, “보복 기사 두렵다”
지역 언론계 이슈
2015년 3월 27일 제정·공포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016년 9월 28일 본격 시행되었지만 지역 언론계에서는 여전히 해당법 위반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가 하면 이를 둘러싼 잡음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 등을 위반한 언론인들이 실형을 선고 받았거나 기소·재판 중인 상태에서 현직 언론사에 다시 입사해 취재활동 등을 재개함으로써 싸늘한 시선을 받는가 하면 일부 관공서에서는 보복 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등 위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추징금 언론사 대표, 지역 일간지 주재기자로 ‘복귀'"
이와 관련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5일 ‘비위 언론인에게 지위 제공한 전라일보, 지역민과 독자의 냉소는 염두에 없나?’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최근 비위 언론인에게 지위를 제공한 언론사를 비판했다. 전북민언련은 성명에서 “도내에서 첫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던 이모 전 삼남일보 대표가 지난 7월 전라일보 편집국 김제주재로 돌아왔다”며 “이모 전 대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갈’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6,84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 당시 판결문을 인용해 “‘언론인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도내)은행의 홍보팀장 등에게 (도내)은행에 악의적인 기사를 반복적으로 보도할 것 같이 협박하여 550만원을 갈취, 단독으로 19차례에 걸쳐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인 합계 5,960만원을 받은 사안으로 범행의 경위,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민언련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민과 독자의 냉소·신뢰 하락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 비판
또한 “재판부는 ‘언론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다수의 사업체를 방문하고 후원금 또는 광고비 명목으로 금품을 대담하게 요구하여 다액의 금품을 수수하였고, 이와 같은 범행으로 인하여 지역 언론인과 언론사의 공정성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히고 있다”는 성명은 “문제는 전라일보”라고 직격했다.
성명은 “전라일보는 작년 전주시장 선거에서 자사 기자의 브로커 행위로 지역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언론사”라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던 전라일보는 해당 기자의 유죄가 선고된 이후에도 지역사회와 독자에게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사건의 기자 판결(7월 12일)을 앞둔 상황에서 반성은커녕 7월 3일 이모 기자를 임명했고 비위 언론인이 김제시에서 국장급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위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민과 독자의 냉소와 신뢰 하락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한 성명은 “전북기자협회 규약에 ‘최근 2년간 회사 대표를 비롯해 취재, 편집, 보도와 관련한 비리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사법 처리를 받은 자가 없어야 한다’라는 점을 회원사 가입 요건에 두고 있다”며 “하지만 협회는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회원‧회원사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대해 자격 일시 정지, 박탈을 징계 의결할 수 있음에도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공무원노조 “비위 언론인·언론사에 대해 보도자료 제공·광고 협찬 중단, 신문구독 중단할 것”
이와 관련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협의회)도 이날 전라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해당 기자의 본사 복귀를 촉구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기자회견에 앞서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비위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 보도자료 제공과 광고 협찬 중단 및 신문구독을 중단할 것이며, 현재 출입하는 기자도 명예훼손과 공갈 등 직무 관련 범죄나 7대 범죄인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방화, 마약으로 인한 법원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브리핑룸 출입금지 등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의회는 “사이비 언론 행위로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는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서는 홍보비 집행기준을 정비해 원칙과 근거에 맞게 매체를 선정하고 집행하는 것부터 재정비하여 시민의 소중한 혈세인 홍보비의 무분별한 누수를 막는데 앞장서며 이를 통해 건강한 언론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협의회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전라북도기자협회 차원에서도 자정력을 발휘해 지역 구독자들로부터 언론사로서의 신뢰성을 유지 하는 데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란다”며 “해당 언론사에서는 먼저 김제시민들께 사과하고, 하루속히 김제시 주재기자를 본사로 복귀시키고, 만약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전북 14개 시군은 해당 언론사의 신문 구독 철회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와 연대하고 있는 전북 모든 관공서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갈·강요 등 혐의 기소·재판 중 기자, 취재 활동...'보복성 기사' 우려
한편 지난해 지역의 인터넷신문 기자가 비판성 기사를 빌미로 지자체에 광고비를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 중에도 여전히 언론사 기자로 활동한 것과 관련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인터넷신문 지역기자로 활동 중인 김모 기자는 비판 기사를 악용해 도내 일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협박해 광고비를 뜯어낸 혐의를 받고 지난 2021년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아 오다 지난해 6월 수사 1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전주지검 형사1부는 공갈, 강요,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해당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해당 기자는 2018년 2월 14일부터 2021년 5월 13일까지 도내 군 단위 지자체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쓰면서 공무원에게 겁을 주고, 모두 22차례에 걸쳐 광고비 명목으로 2,600만원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해당 기자는 지역에서 여러 개의 기자 명함을 지니고 다니며 취재 활동을 하는 '프리랜서 기자'의 겸직 및 기자윤리, 이해출동 논란을 일으키다 공무원노동조합과 전북민언련 등의 비난 성명으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그런데 최근 해당 김모 기자가 다시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공무원들은 ‘보복 기사를 쓰게 될까 두렵다“며 ”기소 또는 재판 중인 경우 현직 언론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 일으켜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학습효과’ 근절 방안, 홍보비 운용 조례 기준 마련돼야“
한편 전북민언련은 일련의 언론인 비위 사건과 관련해 ”지자체가 홍보비 운용 조례를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며 ”지자체의 기준 없는 홍보비 집행 관행, 불리한 보도는 막고 보자는 방식, 여전히 일부에 남아 있는 행정기관‧기업의 출입기자단 임의의 광고비 배분 관행, 이로 인해 광고를 배정받지 못한 신문사들이 행정기관을 자극하거나 불리한 보도를 통해 홍보 부서의 광고를 배정받고자 하는 경향까지, 구시대적 관행이 여전히 지역 신문사의 운영 노하우로 여겨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북민언련은 ”현재 홍보비 운용 조례를 통해 집행 기준을 마련하고 언론인의 지위를 이용해 공갈, 협박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해당 언론사에 홍보비 집행 제한 조치를 취하는 지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문제를 일으켜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를 근절시킴과 동시에 예방적 조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조례 논의를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