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중호수 위로 케이블카를 다니게 한다고요?

주장

2023-09-02     문아경
전주 아중저수지 전경(사진=이화구 제공)

전주의 동쪽, 기린봉 자락에 아중저수지가 있습니다. 1960년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근처에 농사를 짓지 않으니 공원처럼 되었고 이름을 아중호수로 바꿨다는데 우리는 그냥 아중저수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초여름에 친구들이 전주에 찾아 왔을 때 아중호수에 있는 식당에서 민물새우탕, 메기탕을 먹고 가까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녹음이 짙은 산과 파란 물을 보며 아름답고 한갓져서 참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주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에 2032년까지 10년 동안 약 2,480억원을 투입해 총 21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랍니다. 

지난달 22일 JTV전주방송 보도에 따르면 2,480억원 중 약 520억원은 국비, 860억원은 전주시가 부담하고, 나머지 1,100억원가량은 민자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라는데요,이렇게 하면 전주시는 돈을 벌게 될까요?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기린봉이나 승암산(중바위)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공사를 하겠지요? 

그렇게 해서 돈을 얼마나 벌지는 모르겠으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만약에 사람들이 많이 타지 않으면 쉽게 없앨 수도 없으니 걱정이 앞섭니다. 솔직히 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야간에도 케이블카를 운행한다는데 전주팔경 중의 하나인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 위로 달이 떠오르는 경관)을 해치고 기린봉에 살고 있는 새들과 동물들,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이 주는 평화와 조용한 환경을 깨뜨릴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전주 아중저수지 산책로(사진=이화구 제공)

기린봉에서는 뻐꾸기, 꿩, 소쩍새, 검은등뻐꾸기 등 여러 새소리도 들리거든요. 공공도서관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지어야겠으나 후백제 역사공원(84억원)을 만들고, 아중호수길을 확장하고 숙박시설, 주차장 등을 만든다는데 그로 인해 환경을 훼손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올봄에도 아중호수 습지에서 부화한 새끼 두꺼비들이 기린봉을 향하여 가다가 ‘로드킬’(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일)을 당해서 구조 작업을 했는데요, 두꺼비들이 오고가는 아중호수길을 확장한다고요? 

아중호수 습지에서 부화한 새끼 두꺼비들이 기린봉을 향해 가다가 ‘로드킬’ 당하거나 위험에 놓인 모습.(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폭포형 상징 조형물 설치, AR360도 아쿠아리움 조성 등 돈은 드는데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은 것들도 하겠답니다. 산토리니 아트비전 구축은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전주시의 계획대로 여기저기를 개발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아중호수의 경관은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문아경(전주시민·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