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유별난 작은 도시가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
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19)
<전북의소리>에 자전거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20여 회차가 되어간다. 5달 여가 되었다. 여태까지의 이야기는 봄에 다녀왔던 파리와 유럽의 도시들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어 왔다. 파리가 근래 많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닥친 본질적 시대적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는 모범적 사례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파리를 포함해 여태까지 이야기된 도시 대개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에서 일찍이 시작된 패러다임의 전환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북서(중부) 유럽의 도시다. 국경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들은 이미 공동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수시로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들이 가능한 인접한 도시들에 해당한다. 국경이라는 자체가 무의미하게 긴밀하게 엮여 있다. 다소간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들은 비슷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동질감을 통해 한 곳에서 파생된 혁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을 수 있다.
말하자면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괜찮아 보이네, 그걸 우리라고 못해?’라는 것들이 파리를 비롯해 후발주자로 나선 도시민들이 판단하고 접근하는데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그 길이 모든 도시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인식하는 건 오늘날 대륙을 막론한 모든 도시들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필자가 주목한 도시는 주로 거론해 왔던 파리와 지금부터 주요하게 거론될 도시다.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자 한다. 2부의 첫 번째 이야기는 그 도시에 관한 (타인의)소개로 시작한다. 일종의 또 하나의 에필로그다.
Keep Portland Weird!라고?...이 이상하고 독특한 도시는 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을까?
아래에 어느 아웃도어 브랜드의 공식 블로그(N사)에 실린 그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인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부터 말할 어느 도시, 이하 **)는 학교에서 인기 많은 무리와 섞이거나 '쿨'한 사람이 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웃사이더 소녀와 닮았다.
그녀는 멋진 수입차, 비싼 집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클럽에도 조금의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의 관심사를 찾아 혼자만의 즐거운 세계를 구축한다. 그녀가 관심 있는 것은 환경보호, 도시계획, 또는 교통 정책 같은 정치적 이슈다. 그녀의 또 다른 관심 분야를 살펴보면 흥미와 재미, 예술과 관련한 것들인데, 예를 들면 가까운 산을 등반하거나 동네 강에서 발가벗고 수영을 한다거나, 혹은 독자적인 브루어리(양조장)를 열어 나만의 맥주를 만드는 것이다.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들과 독립 영화를 촬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세상에서 즐겁게 살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이 매우 '큘'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 혼자 좋아하던 것, 관심 있던 것, 그녀의 독립적 성향이 대세가 되고 모든 사람에게 인기가 많아진 것이다.
갑자기 그녀는 수많은 친구와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 갑작스러운 인기로 그녀의 심경은 복잡하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가끔 자신을 좀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다시 아무도 나를 몰라줬으면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가 바로 그렇다.
50년 전 **는 지극히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로 가득한, 무척 따분한 도시였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눈 쌓인 풍경, 푸르고 무성한 숲, 사막 그리고 아기자기한 해안선에 둘러싸여 있지만 도시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내가 살던 구시가지의 주민들이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면 서다.
** 주민은 고속도로를 건설할 예산으로 경철도(노면전차)를 건설하라고 정부를 설득했다. 결국 주민의 바람대로 건설한 경철도는 지난 50년 동안 ** 규모의 중소 도시에 놓인 첫 철도시설이 되었다. 이후에도 포틀랜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기업가들이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노력할 때도 **들은 반대 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직접적 이득 없이 단지 국제적 인지도를 얻기 위한 프로젝트에 소중한 세금을 투자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역 스포츠팀을 **에 유치하려던 노력 역시 주민의 반대로 모두 실패했다. **들은 대중적인 미식축구보다 정통 축구에 관심이 더 많았다. ** 농구단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데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이주하겠다고 시에 입장을 표명했을 때도, 포틀랜드 시장은 한마디뿐이었다. 농구단이 **에 남으면 좋겠지만 시에서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자금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프로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보다는 직접 경기를 뛰고 싶어 한다. 너도나도 나만의 맥주를 만들던 것이 공동체와 맞물리며 지역 맥주 시음회로 발전하고, 맥주 대회가 되고 페스티벌이 되는 곳이 **다. 이러한 그들의 성향은 단순히 브루어리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에만 70 곳, ** 지역에는 무려 100곳이 넘는 브루어리를 탄생시켰다. (naukorea 공식블로그 글 ‘더 나은 삶을 위해’에서 인용 https://naukorea.tistory.com/83)
블로그 글의 일부를 인용하였다. 어떤 도시인지 그려지지 않을까 싶어 직접 쓰는 것보다 이 도시에서 실제 거주하면서 느끼고 지금도 그 도시와 연관된 일을 하며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이 묘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 싶어 그대로 옮긴다. 필자가 써온 글들을 계속해서 읽어온 독자라면 금방 **을 지우고 도시이름을 집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문제에 대해 좀 관심이 많은 편이라면 전반부라면 몰라도 후반부까지 듣기 시작하면 역시 정답을 맞출 수 있다. 미국 북서부의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게 될 수 있다. ‘어느 작은 도시가 있는데 그 도시는 참 독특해... 심지어 ’Keep Portland Weird!‘라는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범퍼에 붙이고 다니고 도시 곳곳에 슬로건처럼 적혀있다고 하니 참 유별나지 않아? 포틀랜드를 기이하게 지키자? 우리 이렇게 살 테니깐 내버려 두라는 소리지?’라고 여겨질 만큼 개성이 강하다. 이런 도시가 어느 날 국경을 넘어 수많은 도시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받고 주목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개한 것처럼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한 지역사회 이미지 제고와 같은 제안(우리가 오늘날 새만금 잼버리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과 사뭇 대비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에 콧방귀를 뀌었단다. 심지어 ‘농구장을 지어주지 않으면 우리 연고지를 옮겨버릴지 몰라’라는 NBA구단의 협박에 ‘우리 세금을 왜 당신들한테 써야 하는데?’라며 쿨 하게 거절하는 배짱도 보여주었다. 유별나게 보일 수 있는 이 도시가 자존감 드높이며 꾸준하게 자기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독특한 개성의 탐구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포틀랜드
이 도시는 오늘날의 독특함이 자리 잡기 이전에 미국의 어느 도시 못지않게 자동차 도시였다. 그리고 목재산업과 제조업, 조선업 등의 공업도시였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위기를 겪는데서 피할 수 없듯 포틀랜드도 위기를 맞았다. 그 위기는 산업의 퇴조와 도시의 영광을 가져왔던 후과로 인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이었다. 대략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사이에 일어났던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이 도시는 중대한 전환을 맞이하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인 경우라 할만하다.
오늘날 이 도시의 면모는 포틀랜드 출신의 육상선수가 자신의 신발을 개발하며 시작한 작은 도전이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본거지가 된데 담겨있다. 작게 시작한 조그만 신발가게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고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아웃도어 산업체들이 모여 있는 메카가 되었다. (다른 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로 손꼽히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가장 포틀랜드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이 도시민들의 기풍은 이 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맥주양조장이 포틀랜드의 맛임을 보여주는 작은 소상공인들에게서 오늘날에도 도시민들의 근간을 형성하는 정신으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 인용한 아웃도어 브랜드도 포틀랜드를 브랜드화한 회사의 한국지사다. 포틀랜드는 이와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브랜드화 하여 여러 유형으로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로컬(지역), 혁신, 그리고 자전거. 포틀랜드가 세계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은 사실 그 결과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2부에서의 이야기는 이 도시의 이야기를 초반 몇 편에 나누어 소개하고 이 도시뿐 아니라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는 의미 있는 노력과 성과를 정리해 가는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