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 기간 '각종 사건들' 조직위 '은폐 의혹'...경찰·스카우트연맹과 큰 '차이', 숙영지 떠난 여가부 장관 잇단 ‘구설’까지, 왜?
[뉴스 큐레이션] 2023년 8월 22일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새만금잼버리)가 파행 속에 막을 내렸지만 당초 잼버리조직위원회(조직위) 측의 발표와는 다르게 고소·고발 등 사건이 계속 늘고 있다. 특히 대회 기간 중 발생한 각종 성추행 등 사건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조직위가 알고도 밝히지 않은 것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변 위협’ 협박으로 영지에서 숙영하지 않은 시점과 원인 등을 놓고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잼버리 관련 18건 수사 중...성범죄, 절도·폭행 각각 '5건' 가장 많이 발생“
경찰청 관계자는 21일 서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만금잼버리와 관련해 18건에 대해 수사 중이며, 이 중 강제추행 4건과 강간 1건 등 성범죄 5건, 절도·폭행 5건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신고·분류된 사건들은 ▲성범죄 5건(강제추행 4건, 강간 1건) ▲절도·폭행 5건 ▲건조물 침입 3건 ▲과실치상 1건 ▲공연음란 1건 ▲아동복지법 위반 1건 ▲응급의료법위반 1건 ▲직무유기 1건 등이다.
해당 사건들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피해자인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잼버리 조직위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큰 차이가 발생해 조직위가 참가자들의 치안 관리에 허점 투성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행사 기간 중 유일하게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7일 오전 새만금 잼버리 장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태국 지도자와 관련 "현재 분리 조치 됐다”며 “서브장이 퇴소를 하도록 했으나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임의로 퇴소할 수는 없고 조사가 끝나면 퇴소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공지방에는 “현재까지 잼버리 상황실에 접수된 범죄는 1건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대회 기간에 조직위가 밝힌 것과는 달리 17건에 달하는 추가 범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조직위가 사건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간과 강제 추행 등 청소년들에게 민감할 수 있는 성범죄가 있었음에도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잼버리 기간에 세계스카우트연맹 세이프 프롬 함(Safe from Harm)팀에 접수된 사건은 샤워실 침입 외에도 심각한 수준의 사건 35건이 접수됐고, 최소 300건의 심리상담이 진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최근 언론에 공개돼 파장이 거세다.
김현숙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들, 직무유기·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사건은 내사 후 종결된 상태”라며 “사건들에 대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잼버리 관리 책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직무유기 등 혐의로 지난 16일 고발당했다. 이 사건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당됐다.
또 김 장관을 비롯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이 서울마포경찰서에 접수됐다.
해당 건의 고발인은 18일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취지에 맞게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파행으로 치달은 잼버리 사태의 수습만을 우선시한 나머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함께 열린 K-팝 공연장 설치 시 근로자의 안전은 등한시한 위험 천만한 공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잼버리 대원들이 숙소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구급차로 짐을 옮겨준 데 대해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방 지휘 책임자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따라서 새만금잼버리 기간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 과정과 결과에 따라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새만금잼버리 야영장 벌레물림 등 환자 8,500명 발생...“의료 대응 성찰해야”
이 외에도 새만금잼버리 참가 대원들이 부안 새만금 영지를 떠나기 전까지 약 1주일간 8,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새만금 잼버리 현장대응팀 일일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부안 잼버리 대회장에서 벌레물림과 감염병 등으로 발생한 누적 환자 수는 8,500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환별로 보면 벌레물림이 2,142명으로 가장 많고, 일광화상 1,433명, 피부병변 1,059명, 온열손상 712명, 코로나19 검사(의심 포함) 553명 등의 순이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553명 중 17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들 중 외국인은 141명, 내국인은 29명이었다.
이 자료를 공개한 신 의원은 "폭염과 해충, 코로나19 등 의료 수요를 증가시킬 여러 요인에 대한 예측 실패가 현장의 혼란을 가져왔던 요인으로 확인됐다"며 "의료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적절한 의료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해 협박'으로 잼버리 떠나 경찰 '밀착 보호' 받은 김현숙 장관...숙영 의지·안전확보 대책 의구심
한편 새만금잼버리의 주무 부처이자 조직위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기간 숙영지가 아닌 국립공원공단의 신축 시설에서 머물러 비판을 받고 있다. 여가부는 "(장관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인해 위해(危害)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잼버리 안전 총책임자인 장관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숙영지를 벗어나 경찰의 밀착 경호를 받음으로써 ‘잼버리 숙영지는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잼버리 기간인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김 장관의 신변보호를 위해 강력수사대 1개 팀, 형사 5명을 동원해 24시간 밀착 보호했다. 전북경찰은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장관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신변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경찰은 해당 글이 삭제됐으나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살해 협박 글은 지난 4일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지만, 총리 지시는 3일 오전에 있었다"며 "김현숙 장관이 총리 지시가 있었던 3일에 잼버리 현장을 지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총리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조직위원장으로 참가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며 "'숙영을 검토했다'는 김 장관의 해명은 조금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해명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전북도지사, 대원들과 숙영지에서 지낸 것과 크게 다른 모습
이와 함께 김 장관이 처음부터 새만금잼버리 영지에서 숙영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잼버리 기간 동안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논란이 일자,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 조직위 총괄부처인 여가부 김현숙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8개국 참가자 4만 3,000여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음에도 김 장관은 새만금에서 서울 수도권으로 이동하기 전인 9일까지 부안 국립공원공단의 변산반도생태탐방원 숙소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해당 숙소는 새만금 야영지에서 17.2㎞나 떨어진 곳이다. 더욱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숙영지에서 지낸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잼버리 대회 기간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에도 '신변 위협' 협박으로 영지에서 숙영을 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경찰의 신변 보호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결국 여가부 측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 실내 숙소 사용을 선택한 것이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잼버리 지역은 연이은 폭염으로 참가자들의 온열질환이 들끓는 상태였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