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이어 정읍시도 하천 주변 '버드나무' 대규모 ‘벌목’ 공분...“탁상행정·환경권 침해” 비난 거세
'시민 고발' 현장
전주시가 삼천과 전주천 주변의 버드나무를 무더기로 벌목해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자초한데 이어 정읍시가 추령천 인근 버드나무를 또 무더기로 벌목해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양 시는 집중호우 시 홍수를 예방하고 유속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다는 취지 등으로 예산을 들여 벌목을 대규모로 실시했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오히려 홍수 위험을 더 늘리고 녹지공간을 줄여 시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주시처럼 하천 통수면적 확보하고 홍수 예방하려는 이유였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 비판
21일 정읍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산내면 매죽리 일대를 흐르는 추령천 주변 약 300~400m 구간 양측에 식재된 버드나무 100그루 이상이 지난 7월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 하천유지보수사업 일환으로 제거돼 민원이 계속 야기되고 있다.
이날 정읍시 관계자는 “지난 5~6월 집중호우로 유속 흐름이 방해되고 홍수 유발 위험이 커 1,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산내면 매죽리 추령천 인근 잡목과 넝쿨, 쓰레기 등을 제거하는 하천유지보수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버드나무 일부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하천 주변에 오랫동안 자생하는 버드나무를 시가 무더기로 벌목함으써 오히려 녹지환경을 훼손하고 유속을 더 빠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해 온 강희옥편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령천 인근에서 무더기로 제거된 버드나무 사진들'과 함께 벌목 현장을 고발했다.
강희옥편 씨는 “얼마 전 전주천 버드나무 수백 그루를 잘라내어 전주시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산내면 매죽교 양쪽에 자생하던 버드나무들을 시가 잘라버렸다”며 “확인해보니 순창군 쌍치면 오봉리 소재의 버드나무들은 무사한데 정읍시가 설마 전주시처럼 하천의 통수면적을 확보해 홍수를 예방하려는 이유였다면 잘 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죽교 위쪽 홍수 발생하지 않았는데...구절초 주차장 범람 때문" 의심
이에 많은 시민들이 그의 글과 사진에 공감을 표했다. 정읍동학시정감시단 관계자는 “이번 장마 폭우 시 매죽교 윗쪽 버드나무 군락지에 홍수가 발생했습니까, 그런적 없었지요?”라고 물은 뒤 ”하류 원래 하천부지를 주차장으로 변경한 구절초 지방정원 제1주차장이 범람한 것은 필연 아닐까요? 섬진강댐 저수구역 팻말이 이를 증명합니다“라고 의심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는 하천 어디에서나 자생하며 수질 정화 능력도 탁월하다"면서 "비로 물의 흐름이 거세지면 몸을 눞혀 물의 저항을 줄여준다. 오히려 유속을 늦춰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도 하는 추령천 버드나무 군락지는 정읍시에서 순창군까지 지역을 초월하여 자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m 옆에서 잘리지 않은 순창지역 버드나무가 통곡한다“며 정읍시를 직격했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도 ”유속 흐름을 막아 하류의 홍수를 막아주는 것을 생각지 않고 마구 잘라냈다“며 ”유속이 빨라지면 홍수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은 왜 생각 안할까?“라고 페이스북에 댓글로 지적했다. 이밖에 많은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구절초 지방정원 1주차장은 하천구역이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 물길이니 애꿎은 버드나무에 화풀이 한 꼴이다“, ”화가 난다“, ”보가 잘 설치된 순창군에서 관리를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정읍시 행정을 성토했다.
정읍시 담당 공무원 “추령천 주변 하천유지보수사업 일환...잡목 등 버드나무도 일부 벌목” 인정
이와 관련 정읍시 건설과 하천관리 담당 공무원은 이날 <전북의소리>와 통화에서 ”일부러 버드나무를 무더기로 제거한 것은 아니다“며 ”유속 흐름을 원활히 하게 하기 위해 잡목과 각종 쓰레기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가피하게 버드나무가 베어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오랜 버드나무들을 베어냄으로써 자연환경 훼손은 물론 시민들의 녹지공간 등 환경권을 침해했다”면서 “정읍시의 건설 및 환경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 문제를 제기한 강희옥편 씨는 이날 <전북의소리>와 통화에서 "추령천 인근에 자생한 버드나무 벌목 수를 확인해보니 한쪽 면의 벌목 수만 100그루가 넘는다"며 "민원 제기 후 담당 공무원은 면담 과정에서 '잡목 제거를 지시했는데 작업자들이 모두 베어버렸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원을 제기하자 하천 반대편 일부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나마 일부 버드나무는 살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주시도 지난 3월 ‘전주천·삼천 재해예방 수목 제거 및 준설작업’을 추진한다면서 전주천과 삼천변 11km 구간에서 버드나무 등을 중심으로 260여 그루를 벌목해 거센 비난을 샀다.
환경단체·시의원들 "전주천·삼천 경관, 생태계 훼손하는 무차별 벌목 규탄“
전북환경단체와 전주시의원들은 지난 3월 2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하천 통수면적을 확보해서 홍수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수백여 그루의 버드나무를 잘라냈다”며 “어떤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지 조사도 없었고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생태하천협의회나 환경단체와 협의도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하천 준설과 벌목이 홍수 방지, 재해 예방 등 하천관리의 지속 가능한 해답이 될 수 없다. 하천 벌목에 대한 자연하천 관리기준 마련 후 사업을 추진해야 된다”며 "전주천과 삼천의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무차별 벌목"을 규탄했다. 또한 이들은 “무참하게 잘려나간 버드나무를 바라보는 시민의 애틋한 마음과 상실감이 크다”며 “전주시는 전주천과 삼천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한 무차별적인 버드나무 벌목에 대한 전주시장의 사과와 자연 하천 관리기준 마련, 지자체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 책무 준수" 등을 촉구했다.
더구나 제거된 나무들의 수령이 20년 안팎의 버드나무가 대부분이란 점을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제기하자 전주시는 그제서야 버드나무 제거를 비롯한 정비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전주시는 "전문가와 공무원 등이 참여한 소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이미 베어진 나무에 대한 사과와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며 공분을 삭이지 못했다.
/박주현 기자